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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한산] 영리하면서도 아쉬운 각색, 그럼에도 압도적인 해전

야옹선생
1494 11 5

 

D열 아래로만 빈자리가 넉넉하게 있는 상영관에서 보긴 그래서

시그니처 아트카드를 먼저 받아놓고 한산한 메가박스에서 관람했던 <한산: 용의 출현>입니다.

 

사진 아래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photo_2022-07-31_10-15-35.jpg

 

<영리하면서도 아쉬운 각색>


한산도 대첩은 그대로 영화화하면 영화 분량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입니다.

 

실제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함선 수 많다고 학익진 앞에 돌진하다가

함포 사격에 궤멸 수준으로 패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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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이 우리 집안에서는 6월 5일만 되면 미역을 먹는 날이라 증언하는데

한산도 대첩의 패배 이후 와키자카는

왜군 소탕을 확실하게 하려고 주변을 계속 탐색하는 조선 수군을 피해

무인도로 올라가 13일 동안 솔잎과 미역만 먹고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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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와키자카는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와키자카기(脇坂記)에 한산도에서의 패배를 상세히 기록해놓기도 했습니다.

 

국내와 일본 사료를 교차 검증해봐도 조선 수군의 피해는 전사 3명,  전사 10여명에 불과합니다.

<불멸의 이순신> 같은 드라마라면 1화를 할애해서 다룰만 한데,

이런 완벽한 승리, 원사이드 게임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한산: 용의 출현>이 선택한 방법은 한산도 대첩 이후 진행된 안골포 해전의 전개로 각색하는 것이었습니다.

 

안골포 해전은 와키자카가 실종 수준으로 패배한 뒤

구원에 나서려고 안골포에 정박한 구키 요시타카, 가토 요시아키의 함대를 박살내려고

적의 함선을 끌어내기 위해 유인선을 보내 화포 사격을 하고, 이억기가 합류해서 힘을 보탭니다.

(어디서 많이 봤던 내용이죠?)

 

구키는 와키자카같지 않아서 유인을 해도 좀처럼 나서질 않아 조선 수군도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전사자 19명 부상자 114명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은 한산도 대첩의 압도적인 승리를

위에서 이야기한 안골포 해전의 전개를 넣어 각색하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고 치열한 해전이 벌어졌던 것처럼 묘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적 출신이고 안골포에서 비교적 신중하게 대응했던 구키 요시타카의 설정은

와키자카 야스하루에게 넘어갔고

임진왜란을 다룬 영상물 중에서 가장 능력이 좋은 와키자카가 탄생했습니다.

 

또한 안골포 해전에서 처음으로 투항했던 준사까지

한산도 대첩 직전에 투항한 것으로 각색했습니다.

 

준사는 사실 명량 해전에서 활약했던 사람이지만

의와 불의의 싸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나름 잘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와키자카의 각색에서 너무 지나쳤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구키 요시타카, 가토 요시아키에게 칼을 들이밀고

피바람까지 불게 하면서 함선을 뺏아버렸다는 건데요.

 

1.PNG.jpg

(와키자카기의 한산도 전투 패배 내용입니다.)

 

실제로는 그냥 와키자카가 공을 빨리 세우고 싶어서 구키, 가토가 배에 가있던 동안

단독으로 속도가 빠른 함선들을 내세워 전투에 나섰다가 처참한 패배를 맞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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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포 해전에서 조선 수군의 함포 사격을 버텼던

구키 요시타카의 니혼마루를 영화에 쓰고 싶어서(영화에서는 철갑선으로 창작되어 나옴)

이런 전개를 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무리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가토는 칠본창 중에서도 어린 편이라 와키자카와 대립할 이유가 없고,

혼자 함대를 이끌고 가버렸다가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패배해버린

와키자카를 구원하려고 구키, 가토 둘 다 안골포까지 배를 끌고 왔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중년층 분들이 

전반부가 지루해서 졸았다가 함포 소리를 듣고 깼더니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전반부가 첩보전, 탐색전이 반복되어 긴장감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루즈해지는 부작용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굳이 없었던 왜군 내 대립을 넣어서 시간을 잡아먹을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은 황당하고;;

모르는 사람은 지루할 수도 있고 오히려 와키자카가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평면적인 악역으로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왜군 내 대립을 강조하는 것보다

기왕 안골포 해전 끌어다와서 각색한 거, 철갑선에 집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순신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걸로는 부족하다.. 후방에서 그것(철갑선)이 오기 전까지는 나서지 말라'

이러면 철갑선 vs 거북선의 대립 구도도 형성됐을거고

왜군 내 대립에 썼던 시간을 줄여서 전반부 비중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압도적인 해전>

 

그럼에도 한산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역시나 압도적인 해전 묘사였습니다.

비록 안골포 해전 전개가 섞여서 실제로는 없었던 처절한 해전 묘사가 있긴 합니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칠천량 해전 이전, 조선 수군이 가장 압도적인 시기가 영화화되어서 볼 거리가 넘쳐납니다.

 

정말로 <명량>때와는 소리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배를 들이박는 충파의 충격, 화포 발사 순간 묵직한 타격음과 발포음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실제로는 진이고 뭐고 없이 함선 수만 믿고 빠르게 들이박은 와키자카지만

극적 전개를 위해 왜선들이 진형도 바꿔가면서 학익진으로 들어가고

아 왜 이렇게 슬로우모션 남발하는 거야~ 하고 조바심이 계속 나는 순간

 

1.PNG.jpg

https://youtu.be/55-vUiO53kM

선회한 판옥선들이 화포 세례를 쏟아부으면서 주는 만족감이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한산도 대첩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 있었던 안골포 해전까지 영화화 된 셈인 작품이라

해전 묘사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장점과 단점 정리>

 

장점

1.PNG.jpg

(악명높았던 후손 호로자슥 장면)

- 전작 <명량>에서 오만하다 못해 지나치다고 지적받았던 훈계성 대사가 일절 없음. 신파도 적정선.

- <명량>에서 고소까지 당했던 경험 때문인지, 장수 묘사가 정확함. 

- 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원균 옹호 묘사가 일절 없음.

- 압도적인 승리라 드라마에서나 영상화될 수 있었던 한산도 대첩을 안골포 해전 전개를 넣어 각색, 

덕분에 치열한 해전 묘사가 가능했으며 전작보다 웅장해진 소리와 함께 박진감넘치는 해전을 볼 수 있다.

- 이-순-신-!!만 외치던 구루지마와는 달리 왜군 장수들도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호불호

- 이순신이 과묵하다. (저는 호에 가깝습니다. 특히 원균에 대해서는 이순신이 입을 열지 않는 게 정확한 묘사죠.)

 

단점

- 와키자카와 왜군의 비중이 너무 많으며 와키자카의 각색이 지나치다. 이로 인해서 전반부가 길어졌다.

- 학익진을 구상하는 부분의 연출이, 이순신이 여진족도 정벌했었다는 사실을 모르면 꿈만 꾸고 갑자기 떠올린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차라리 철두철미하게 전법과 전장을 살펴보고 구상했다고 연출했어야..

 

 

<흥행 여부>

 

손익분기점과 천만 달성 여부는 다음주 수요일에 <비상선언>이 얼마나 관객을 가져갈 지에 달렸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봐야 압도적인 해전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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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진중한 사극톤의 초중반부가 중장년층에겐 괜찮게 먹힐 수도 있다고 봅니다.
12:02
22.07.31.
profile image 2등

전반적으로 유수한 리뷰에 엄지척을!

장단점과 호불호(저도 호... 특히 회의장면에서.. 굿)

와키자카의 버프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지만,
학익진 초기 구상 부분은 저도 아쉽더라구요.
다만 후반부에 각자의 능력에 맞게 배치하는 부분은 너무 좋았습니다. 

12:03
22.07.31.
profile image 3등
안골포 해전은 생각도 못했네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각색이 이루어진 것 같긴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전함대 일제사격은 좋았었네요
개인적으로도 여진족과의 전투경험으로 학익진을 떠올렸다는 설정은 별로였지만 이순신 제독이 장수들의 특성을 되새기면서 학익진 배치도를 작성할 때만큼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12:16
22.07.31.
profile image
영화를 역사적으로 분석하신 것이 마음에 듭니다.

역덕으로서 인상 깊은 해석 잘 읽었습니다.
12:38
22.07.31.

와키자카,, 각색한 건 알았는데 그런 각색도 있었군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전씬은 정말 최고였습니다ㅠㅠㅠㅠ

12:54
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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