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32
  • 쓰기
  • 검색

[엘비스] 간략후기

jimmani
3253 39 32

20220714_192900.jpg

 

불세출의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엘비스>를 돌비 시네마로 보았습니다.

과작인 바즈 루어만 감독이 9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라 기대도 되었지만 주인공이 주인공인지라,

이 세기의 뮤지션을 어떻게 감히 영상화하고 누가 감히 연기할까 하는 걱정이 컸지만 결과물은 꽤 걸출합니다.

언제나 화려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손길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더해져,

화려한 만큼 그림자가 짙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리기에 꽤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유랑극단 출신으로 가수 매니저 일을 하며 쇼비즈니스 산업에 눈독을 들이던 톰 파커 대령(톰 행크스)은

어느날 웬 가수 지망생 청년이 멤피스 일대를 달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시 청년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긴장을 떨치지 못하는 여느 풋내기 청년 같았으나 무대에 오른 순간 청중을 완전히 장악해 버리는,

정숙하게 앉아있던 여성 관객들에게 '이래도 되나' 싶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금단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야 마는

그 청년의 이름은 엘비스 프레슬리(오스틴 버틀러). 대스타가 될 재목임을 직감한 대령은 그를 스카우트해 투어를 시작하고,

그의 촉을 따라 엘비스는 미국 전역을 휘어잡는 스타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수시로 반목하기도 합니다.

흉흉했던 당시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는 엘비스에게 대령은 정치나 사회와는 거리를 두라며 제동을 걸고,

미국 전역은 물론 월드 투어에 대한 꿈을 꾸는 엘비스를 대령은 안전 문제를 들먹이며 통제하려 듭니다.

둘 사이는 점차 멀어지는 가운데, 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스타를 데리고 대령이 품고 있는 꿍꿍이는 무엇일까요.

 

바즈 루어만 감독 특유의 눈을 뗄 수 없는 연출 스타일은 2시간 40분 가까운 긴 러닝타임도 무색하게 합니다.

이야기의 서술자인 톰 파커 대령의 현재부터 엘비스의 어린 시절과 데뷔 초기, 전성기와 말년까지

전기 영화답게 폭넓은 시간대를 두루 그리지만 현란한 시청각적 자극과 편집으로 채워져 있어 기나긴 여정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를 생각한다면 기대를 벗어날 수 있는 게, <엘비스>의 지향점이 그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지향점은 잘 알려진 명곡의 감동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보다 그 명곡의 무대가 실현되는 순간 폭발하는 아티스트의 에너지,

그리고 중독에 가깝게 그에 매료되는 팬덤의 공기를 통해 느껴지는 당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광기 혹은 열기입니다.

실제로 극중 엘비스의 첫 무대부터 해서 몇몇 매우 인상적인 무대 장면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들린 퍼포먼스는 물론,

지금 시점으로 봤을 때 너무 과장된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을 만큼 강렬하고 힘이 넘치는 청중의 반응이 함께 합니다.

돌비 시네마처럼 음향 환경이 훌륭하게 갖춰진 상영관에서 보게 되면 베이스의 둔중한 진동으로까지 느껴지는 현장의 열기란 대단합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지고, 청중이 아티스트에게 보내는 반응이 박수 이상의 구애에 가까운 열광이 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쇼비즈니스 산업이 시작되던 역사적인 순간을 지금 우리 앞으로 데려다 놓는 것이죠.

사람이 자원이 되고, 그 사람의 재능이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가져다 주는 속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원을 그리며,

영화는 자원 혹은 자원을 사용하는 역할로서 그 중심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업의 빛과 어둠을 모두 담아냅니다.

 

다리를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골반을 튕기며 스스로도 가누기 힘든 리듬과 사운드를 쏟아내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퍼포먼스는,

이를 접하는 청중의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반응처럼 전에 없이 욕망에 충실한 형태의 대중 문화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이는 어릴 적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을 접할 때 느꼈던 전율을 있는 그대로 몸으로 표현해 내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에너지였을 겁니다.

그러나 마틴 루터 킹 암살, 로버트 케네디 암살 등 당대의 미국은 고된 투쟁과 예기치 못한 좌절이 교차하는 엄혹한 시대 안에 있었고,

그 시대의 구성원으로서 엘비스는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톰 파커 대령으로 대표되는 당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전에 없이 극적인 부의 축적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 성공의 광풍은 아티스트가 느꼈을 사회적 책임감마저 지우며 그를 얄팍한 '딴따라'에 머물게 하려 갖은 수를 썼습니다.

이런 산업의 생리로 인해 우리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화려한 엔터테이너로만 기억해 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개인의 꿈에서 피어난 꽃을 통제할 수 없는 야망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쇼비즈니스의 이면을 그림으로써,

어렴풋한 전설 속 뮤지션의 이미지로 남아 있던 엘비스 프레슬리에 새삼 사람다운 호흡을 불어넣습니다.

스포트라이트가 화려해질수록 꺼진 뒤 시야에 남는 잔상이 더 또렷해지듯, 엘비스 프레슬리가 성공의 정점으로 향해 갈수록

그가 품은 마음과 그가 마주하는 세상의 괴리가 더 커져감을 느끼며 관객 또한 비애감을 느끼게 됩니다.

 

현대 대중에게도 그 이미지가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과연 어떤 배우가 만족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데, 오스틴 버틀러는 어디서 이런 걸출한 배우가 나왔나 싶게 이를 멋지게 성공해 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곡들을 직접 부르기도 할 만큼 뛰어난 발성, 자신감과 고독을 함께 자아내는 깊은 표정,

능숙한 완급조절과 함께 표출되는 감정으로 전설 속 엘비스 프레슬리를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한편 엘비스에게 성공과 상처를 동시에 안긴 톰 파커 대령 역의 톰 행크스도 빼어난 빌런 연기로 균형을 이룹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결과로 향하는 꿈을 부여잡고 방황하는 청년 엘비스 프레슬리와 대비되어,

얄미우리만치 확신에 찬 태도로 현실을 인식하고 야망을 설계하며 실현하는 모습으로 쇼비즈니스 산업의 속물적 특성을 체화시키죠.

오케스트라처럼 빈틈없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시청각적 연출과 뜨겁게 맞부딪히는 두 배우의 연기에 힘입어,

<엘비스>는 전대미문의 성공을 이룬 아이콘이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은 인간의 연대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발 없는 새' 이야기처럼, 엘비스 프레슬리는 날갯짓이 너무나 드높고 거셌기에 땅을 딛지 못한 새였습니다.

세상을 뒤바꿔 놓을 새로운 산업의 첫번째 증거로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 만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고통마저 가려야 했던, 

그렇기에 노래할 때에야 비로소 세상과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었던 남자의 짧은 삶은 눈이 시릴 만큼 찬란하고도 먹먹합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화려한 외면 아래 갈증에 허덕이는 인간의 슬픔을 낭만적으로 포착해내는 특유의 연출력으로

노래하기를 멈추지 않은, 아니 멈출 수 없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생을 생동감 넘치고도 가슴 저미는 이야기로 만들어냈습니다.

절절한 사랑 노래 같았지만 사실 절박한 자기 고백이기도 했을, 그의 마지막 노래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9


  • MovieIsMyLife

  • 도체찰사
  • 고구림
    고구림

  • 볼빨간김덕배
  • Nashira
    Nashira

  • 어블

  • 섭스

  • wity
  • 옥수수쨩
    옥수수쨩
  • 알폰소쿠아론
    알폰소쿠아론

  • .......
  • 마녀2
    마녀2
  • 누가5야?
    누가5야?
  • 하이언
    하이언
  • 뽀로뽀로미
    뽀로뽀로미
  • 카르페디엠04
    카르페디엠04

  • 이댕댕
  • david12
    david12

  • salenahh

댓글 3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2등
sherlock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0:50
22.07.17.
jimmani 작성자
sherlock
감사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이렇게 탄생하고 작동하기 시작했구나 보는 재미가 쏠쏠했네요 ㅎㅎ
20:53
22.07.17.
3등
아직 안 본 눈이긴 한데 잘 봤습니다 :-) 제가 넘 재밌게 본 보랩이랑은 다른 결이라고 해서 좀 걱정 되긴 한데,, 그래도 다들 극찬 하시니 기대 되네요 😁 오스틴의 연기도 얼른 보고싶습니다!!
20:52
22.07.17.
jimmani 작성자
붱웡
감사합니다. 오스틴 버틀러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네요.^^
20:54
22.07.17.
Ashgray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1:12
22.07.17.
profile image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오늘 보고 왔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요~ 톰행크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더라구요~ 눈빛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ㅎ
21:20
22.07.17.
jimmani 작성자
카르페디엠04
감사합니다. 그 전설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이렇게 기어코 재현해 내는구나 싶었네요 ㅎㅎ
21:28
22.07.17.
jimmani 작성자
뽀로뽀로미
더 늦기 전에 코돌비로 가시죠!
21:47
22.07.17.
jimmani 작성자
마녀2
감사합니다. 포스터가 영롱하네요.^^
22:10
22.07.17.
profile image

와 잘 읽었습니다! '미국의 얼굴'이라는 톰 행크스의 빌런 연기를 거의 본적이 없어서 처음엔 좀 생경하게 느껴졌는데, 갈수록 캐릭터에 찰싹 달라붙는게 역시 대배우다웠습니다 ㅎㅎ

22:25
22.07.17.
jimmani 작성자
알폰소쿠아론
감사합니다.^^ 명배우는 역시 어떤 역할도 찰떡같이 소화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ㅎㅎ
22:43
22.07.17.
jimmani 작성자
내가키운다
감사합니다. 부디 입소문이 나면 좋을텐데요 ㅠ
10:03
22.07.18.
profile image
오호 볼지말지 고민이었는데 리뷰쓰신거 보니까 부모님하고 같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리뷰 잘봤습니다 😆
08:11
22.07.19.
jimmani 작성자
해리케인
감사합니다. 부모님하고 보시기에도 손색 없습니다!
15:42
22.07.1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3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3일 전08:38 17607
HOT 숀 레비 감독, <데드풀과 울버린> 관람 전 “예습 필요... 1 카란 카란 1시간 전23:39 409
HOT 2024년 4월 27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1시간 전00:01 662
HOT 시티헌터 + 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3 라인하르트012 2시간 전23:09 398
HOT 현시점 범죄도시4 3편과의 평점 비교 4 Opps 3시간 전21:39 1310
HOT 코난 극장판 시리즈 총관객 1억명까지 3 GI GI 4시간 전20:33 401
HOT ‘범죄도시 4‘ 300만 돌파 4 crazylove 4시간 전20:13 1463
HOT 아트하우스 관련 한탄글 9 집에갈래 5시간 전20:06 876
HOT (스포)<범죄도시 4> 봤어요 7 카란 카란 5시간 전20:05 802
HOT 범죄도시4 1주차 용산CGV 무대인사 3 동네청년 동네청년 5시간 전19:47 665
HOT <배트맨 리턴즈>에서 원테이크로 마네킹 머리 쳐내는 ... 8 카란 카란 5시간 전19:41 1366
HOT 챌린저스 후기(스포x) 2 보내기 보내기 5시간 전19:37 847
HOT 할리우드 배우들의 젊은 or 어린 시절 7 카란 카란 5시간 전19:32 785
HOT 스턴트맨 두배우 예능프로 놀라운 토요일 홍보확정 범죄도... 3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9:16 816
HOT <범죄도시4> 개봉주 토요일 무대인사 사진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18:02 723
HOT 롱 레그스 - 또 다른 티저 [한글 자막] 3 푸돌이 푸돌이 8시간 전17:05 602
HOT <마놀로와 마법의 책>을 보고 나서 (스포 O) 6 톰행크스 톰행크스 8시간 전16:26 250
HOT 왕가위, 10년만에 차기작 작업 진행중 3 NeoSun NeoSun 8시간 전16:17 1571
HOT 마릴린 먼로 4 Sonachine Sonachine 8시간 전16:14 647
HOT ‘챌린저스’ 시네마스코어 B+ 4 NeoSun NeoSun 8시간 전16:14 873
1134305
image
선선 5분 전01:04 75
1134304
image
NeoSun NeoSun 25분 전00:44 63
1134303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28분 전00:41 125
1134302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28분 전00:41 52
1134301
image
NeoSun NeoSun 32분 전00:37 113
1134300
image
NeoSun NeoSun 34분 전00:35 94
1134299
normal
멈춘시계 47분 전00:22 166
1134298
image
초우 1시간 전00:05 384
113429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00:01 662
1134296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23:39 409
1134295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23:19 786
1134294
normal
라인하르트012 2시간 전23:09 398
113429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3:06 348
1134292
normal
미래영화감독 2시간 전23:02 288
1134291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22:46 568
113429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2:44 384
113428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2:42 276
113428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22:20 201
1134287
image
카스미팬S 3시간 전21:46 225
1134286
image
Opps 3시간 전21:39 1310
1134285
image
왕정문 왕정문 4시간 전21:08 1920
1134284
image
윤도경 4시간 전20:57 457
1134283
image
GI GI 4시간 전20:33 401
1134282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20:16 583
113428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20:14 462
1134280
image
crazylove 4시간 전20:13 1463
1134279
normal
집에갈래 5시간 전20:06 876
1134278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20:05 802
1134277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9:50 529
1134276
normal
동네청년 동네청년 5시간 전19:47 665
1134275
image
샌드맨33 5시간 전19:46 194
1134274
normal
Seokhyun 5시간 전19:42 748
1134273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9:41 1366
1134272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9:40 547
1134271
image
보내기 보내기 5시간 전19:37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