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업영화의 최고봉, <올드보이>
※스포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얼마 전 개봉했죠. 시사회에서 본 순간부터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그동안의 박찬욱 감독 영화랑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감독님이 파이아키아에서 직접 언급하셨습니다만, <올드보이>나 <박쥐>를 보시게 되면 박찬욱 감독은 아주 예술적인 상업영화를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헤어질 결심>은 상업적인 예술 영화더군요. 전작들보다 훨씬 더 예술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오늘, 박찬욱 감독 최고의 상업영화이자 한국 상업영화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올드보이>를 감상했습니다.
작년에 한번 봤던 영화라 처음 볼 때만큼 충격적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봐도 너무 재미있었고, 숨겨진 디테일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올드보이>는 1988년 이유도 모른 채 어딘가에 갇히게 된 오대수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5년간 갇혀 살던 대수는 2003년, 방에 갇혀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던 때에 갑자기 방에 찾아온 최면술사에 의해 최면에 걸리게 되고, 좁은 캐리어에서 나와보니 어느 아파트 옥상에 있었습니다.
처음 본 이 남자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오대수는 15년만에 처음 본 사람의 얼굴을 마구 만져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죠. 자기 할 말만 쏟아내던 오대수는 그냥 가버리고, 엘리베이터에 있던 아주머니의 안경을 뺏어 쓰고 갑니다.
오대수는 길을 걷다가 일식집에 들어가게 되고, "미도"라는 요리사를 만나게 됩니다.
올드보이는 명장면 투성이입니다. 간략하게 몇 장면만 소개드리자면,
장도리 롱테이크가 있겠죠.
약 3분간 처절하게 펼쳐지는 유명한 액션 장면입니다.
플래시백 장면 또한 명장면입니다. 이우진의 복수가 끝나고 숨어있던 슬픔이 다시 찾아왔죠. 누나의 죽음을 떠올리며 울다가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죠.
엔딩 장면은 참 슬픕니다. 끝내 진실을 모르는 미도와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듯한 대수의 혼자 우는 울음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제 숨겨진 디테일들을 파헤쳐 볼까 합니다. 대수는 진실을 알고 나서 우진에게 빌기 시작합니다.
"우진아, 우리 동창이잖아! 어? 푸ㅡ르른 소ㅡ 나무의 정 기 를 받 아... 흐흐흐흑"
아마 상록고등학교의 교가가 아닐까 싶네요.
중반부에서 대수는 미도와 친구인 주환과 함께 인터넷을 뒤집니다. 에버그린이 뭔지 찾아보고 있었죠. 그곳에서 자신의 모교인 상록고등학교의 동창회로 보이는 "올드보이즈"라는 사이트를 찾아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니 교가로 추정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죠. 아까 말씀드린 대수가 교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나오는 멜로디와 상당히 흡사하더군요. 박찬욱 감독의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올드보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설정 상 개연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면으로 모든 걸 설명한다는 것이 맘에 그리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작 헤어질 결심은 서사가 빈틈없이 완벽합니다. 탁월한 디테일과 감정의 게임을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올드보이만큼 아름다운 엔딩까지 있으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네, 사실 헤어질 결심 홍보글이었습니다.
올드보이를 보셨지만 너무 잔인하다, 너무 야하다, 개연성이 부족하다, 하시는 분들은 헤어질 결심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처럼 올드보이를 사랑하시는 분들도 헤어질 결심 재미있게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 박감독님 흥행 기대하고 계시는데, 성적이 너무 부진합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도 않습니다. 영화 보기 딱 좋은 날씨 아닙니까? 15세 관람가 아니겠습니까,우리 고등학생 여러분!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잔인한 거 싫어하시는 분들! 야한 거 싫어하시는 분들!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죠. 헤어질 결심 걸작입니다. 올드보이만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극장으로 달려가세욧!
추천인 1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