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아주 재밌게 본 [베테랑] 짧은 리뷰 남깁니다.
저번주에 시사회를 통해서 봤었는데, 리뷰를 좀 늦게 올리게 되었네요. 올해 본 한국 상업영화중에서 제일 재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정도로 재미있는 한국영화가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베테랑]은 [다찌마와 리] 이후 [부당거래], [베를린], [신촌좀비만화]의 '유령'까지 모두 웃음기 싹 뺀 영화들을 만들었던 류승완 감독이 정말 오랜만에 힘빼고 만든 코믹하고 신나는 오락액션영화입니다.
[베테랑]은 영화의 목표가 분명합니다. 극중 인물인 서도철(황정민)처럼 앞만보고 그것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입니다. 너무나도 얄밉고 악한 쳐부셔야 할 대상(조태오-유아인)을 만들어 놓고 주인공(서도철-황정민)이 통쾌하게 그 대상을 쳐부수는 단순한 내용([부당거래]같은 치밀함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을 끊임없는 유머와 통쾌한 액션들로 담아내어 신나는 오락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 목표일텐데,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무거운 영화들을 만들어와서 오락영화에 대한 갈증이 컸던것인지 2시간동안 재미 하나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재미만 따지면 류승완 영화중에 으뜸인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항상 말해왔던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였습니다.
"[프로젝트 A]의 1편과 2편, [폴리스 스토리]의 1편과 2편은 말 그대로 최고입니다. 이 네 편은 전부 성룡이 직접 감독까지 맡은 작품들인데, 그가 온전히 영화 전체를 장악한 결과물들이었죠. 그가 도달하고 싶었던 버스터 키튼의 세계를 포함해, 성룡의 모든 것이 그 영화들에 담겨있습니다. [폴리스 스토리] 마지막 장면에서 변호사를 때릴 때의 통쾌함은 정말 대단했어요." - 류승완,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중
영화의 주인공인 서도철(황정민)의 경우 일단 몸부터 쓰는 경찰캐릭터라는 점에서 [폴리스스토리]의 진가구(성룡)와 닮아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서도철(황정민)이 극 중 이름은 모르겠지만 배성우가 연기한 범죄자 캐릭터가 변호사를 부른다고 얘기했을때 갑자기 빡이 돌게되는데, 이러한 캐릭터 설정(위의 인용한 인터뷰 내용처럼 [폴리스 스토리]에는 변호사가 뭐라고하자 진가구(성룡)가 분을 못이겨 변호사와 악당을 때리게 됩니다.)을 [폴리스 스토리]에서 오마주처럼 가져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이 항상 좋아한다고, 존경한다고 말해왔던 영화를 본인만의 색깔로 다시 만든 것이 아닌가 싶었고, 그걸 즐겁게 작업하는 류승완 감독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해서 관객 입장에서도 매우 기분좋고 즐거웠습니다.
액션씬에서는 [베를린]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베를린]의 격투씬을 보게되면, 격투 도중 인물이 타격 등으로 충격을 입게되어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을때, 난간이나 돌 덩어리 같은 것 위에 쓰러져 또 한 번 충격을 입게되는 장면들이 굉장히 아파보이고 리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베테랑]에서도 비슷하게 옥외소화전 이라든지 이런 곳에 부딪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정말 아파보여서 일부 관객들은 살짝 놀라기도 하더군요.
황정민은 이번에도 수많은 욕들을 소화해내며 연기 베테랑의 모습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유해진은 [소수의견]에 이어서 그간의 코믹한 모습에서 살짝 벗어나 비겁한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유아인은 그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얄미운 악당이 있었나요. 상영전 무대인사도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왔으면 싸다구를 날렸을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류승완 감독은 배우들을 그냥 내버려뒀다고 하는데 이런 연기를 이끌어 내놓고도 너무 겸손한 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배성우는 오달수와 함께 관객들을 제대로 웃겨주고, 장윤주도 인상적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며 스크린 신고식을 잘 치뤘습니다.
아마도 올 여름시즌 빅4로 꼽히는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베테랑], [협녀](물론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중에서 가장 여름영화에 걸맞은 영화일겁니다.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정말이지 조금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더운 날씨고 뭐고 다 잊을 만큼 스트레스가 뻥 뚫리는 듯 한 느낌을 받으 실 수 있으실겁니다. 네, 개봉하면 극장으로 달려가시면 됩니다.(아니면 시사신청을)
류승완감독님이 폴리스 스토리를 좋아했군요
어렸을때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추석때마다 봐서 좋았는데 ㅎㅎ
좋은 후기 잘 봤습니다
베테랑은 정말 여름 강추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