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 '암살' 리뷰


'암살'은 여름철 한국영화 대작으로서
걸맞는 면모를 갖춘 작품입니다.
캐스팅된 스타들의 면면이 무척이나 화려한데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특급 카메오(사실상 비중있는 조연)와 만나는 재미도 있습니다.
경성의 백화점과 카페에서 주유소까지
1930년대의 공간을 꼼꼼하게 재현해낸 모습이 내내 눈길을 끌고
굴곡진 스토리와 많은 캐릭터들이 내내 에너지를 뿜는 느낌이어서
지루함 없이 전편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작영화로서 액션을 포함한 볼거리들도 적절하게 갖추었죠.
극의 소재나 지향점은 완전히 다르지만
'암살'은 방법론적으로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과
흡사한 지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특정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인물들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둘씩셋씩 캐릭터를 소개하며 이야기의 문을 열어나가고,
그들이 동상이몽으로 뭉치거나 흩어지는 양상을
극의 동력으로 삼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세 주요 캐릭터 중 두 인물은 '도둑들'과 활용방식이 매우 유사하고
러브라인의 극중 비중이나 위치도 전작을 떠올리게 하네요.
(다만 상대적으로 '도둑들'이 캐릭터가 더 중요한 작품이라면
'암살'은 사건이 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전지현씨입니다.
그건 연출이나 각본 자체가 전지현씨가 맡은 캐릭터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1930년대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나 코트를 입은 채
액션을 벌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일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가 배우들의 잠재력을 잘 활용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타짜'의 김혜수씨나 '범죄의 재구성'의 백윤식씨나 염정아씨 등
잘 알려진 스타를 기용하고도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얼굴을 찾아내 신선함을 안겼던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부분이지요.
하정우씨는 너무 장르적으로 쓰여져서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이정재씨는 전작과의 연장선상에서 재활용에 가까운 방식이어서 의아스럽습니다.
'암살'은 구체적인 역사극으로서 하고 싶은 말과
여름대작으로서 보여줘야 할 것들 사이에서의 괴리가 드러납니다.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 펼쳐지는 어떤 '액션' 장면은
그 의미로도 상당한 임팩트를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극중 두 악역이 내뱉는 대사들 속에는
시대의 어둠을 보는 감독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전체가 오락영화로서의 위상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기도 하고
악역들 자체가 상대적으로 납작하게 빚어져 있어서
이 작품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는 말들이 묻혀버리는 느낌이네요.
서스펜스를 위해 오인이나 오인의 역이용 모티브를 과하게 사용하고 있고
클라이맥스를 위해 인물들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지나치게 인위적이며
극성(劇性)을 키우기 위해 동원한 이야기 고리들이 부자연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러브라인은 이상하게 액세서리처럼 느껴지네요.
(영화 전체를 맺는 라스트신도 관습적으로 다가옵니다.)
'암살'은 대작오락영화로서 상당 부분 제몫을 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감독과 출연진의 면면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출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428101861
추천인 3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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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기엔 무리 없습니다.
같이 본 지인들도 다 재미있다고 하네요.

즐기자.................딱 그정도인가보네요 감탄사는 안나오는


이 정도면 흥행 성적은 괜찮겠네요. 애초에 철저히 시류를 따른 영화라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군요.

나중에는 결국 궁뎅이 아프더라구요.

최동훈 감독이 이제 흥행을 위한 연출방법을 구사하는 것에 대해선 자리가 잡혔으나 예전의 재기발랄한 느낌은 줄었나보네요. 개인적으론 좀 안타까워요.


못만들어도 500만 넘겠죠? ㄷㄷㄷ

동진님의 별세개ㅎㅎㅎ
즐기기에 나쁘지 않다.. 정도 되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