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유)[더 배트맨]리뷰; 선택의 기로에서 희망으로 거듭나다
블로그에 후기를 써 보았는데 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반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배트맨은 이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선택과 집중이 뚜렷한 영화라고 느껴진다. 돈만 많지 영웅이라기보다는 두려움에 떠는 사춘기 소년(사실 그 이하다. 나이가 소년이 아니니까.)에 가까운 자경단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진화한다,라는 이 심플한 줄거리를 알아채지 못한 관객은 없으리라.
거기다 연출 또한 정직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는데, 그게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깔끔한 완성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빨강과 파랑의 색채는 영화 내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검사 목에 채워진 폭탄의 색이 빨강과 파랑으로 교차되는 장면도 그렇고, 정원 대피 씬에서 경찰차의 경광등 색이 물에 비치며 화면 전체를 빨강과 파랑의 색채로 장악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반복이 마치 배트맨으로 하여금 선택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파랑(blue)은 단어 그대로 우울을 상징하기도 하고, 리들러의 수수께끼에서도 등장한다.
"What's black and blue, and dead all over?"
black and blue가 영어 숙어에서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직관적으로는 배트맨의 검은색 수트와 그의 우울을 뜻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배트맨이다.
빨강은 이와 대치되는 것으로 본다면 희망이라고 상정할 수 있겠는데,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후반부의 구조 씬에서 배트맨이 빨간색 신호탄을 마치 횃불처럼 들고 시민들을 인도하는 장면이다.
부모님을 잃은 순간에 갇혀서 제대로 된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 우울한(blue) 브루스 웨인과 희망(red)의 상징으로서 사람들을 인도하는 히어로 배트맨이 되기까지 배트맨은 끊임없이 선택을 종용당하고, 그것은 마치 파랑과 빨강의 색채로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감상이 다만 내 착각일 뿐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반복이 스크린에서 나타날 때가 배트맨이 선택을 마주하는 결정적인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검사의 목에 채워진 폭탄이 빨강과 파랑을 교차하며 빛을 발산할 때, 분명 배트맨은 검사를 만나러 가지 않고 그냥 경찰에게 일을 맡길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를 만나러 가고 결국 그가 폭사를 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배트맨에게 검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경찰의 말은 무시할 수 없는 묵직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정원 대피 신에서 물에 비쳐 화면 전체를 장악한 빨강과 파랑의 경광등 색을 배경으로 하고 희생의 선택을 통해 히어로로서 거듭난 것도 분명 배트맨의 중대한 선택이었다.
마지막 셀리나 카일과의 결별에서 배트맨과 카일이 한 장면에 잡힐 때, 셀리나의 오토바이 등은 초록색으로, 그리고 배트맨의 오토바이 등은 빨간색으로 빛나는데, 이는 둘의 대비되는 선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울(blue)과 희망(red), 모두 배트맨이 가지고 있는 두 면모이다. 배트맨은 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고뇌하고 괴로워하지만, 결국은 희망을 선택한다.
그것이 바로 배트맨의 포스터에서 빨간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배트맨이 우울한 히키코모리 자경단 브루스 웨인으로 남았더라면 포스터는 온통 검고 파란색(black and blue)이 아니었을까(생각해보면 그러면 애초에 배트맨 무비가 못 되겠지만).
뚜렷하게 대비되는 수미상관적 플롯과 메타포의 연출 방식은 어찌 보면 노골적이게도 보이지만, 이는 어쩌면 감독이 선택한 단점이자 장점, 요컨대 극 전체의 일관성을 주고 플롯의 쉬운 납득을 위한 장치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더 배트맨의 ost는 예고편에서 공개되었을 때부터 별로 호감은 없었는데, 멜로디의 반복이 너무 잦아서 유치하게 느껴졌고 이것은 실관람때도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이 작품의 분위기를 통일시키고 확실히 인상을 남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같은 정직함과 뚝심이 이 영화를 나로 하여금 수작으로 평가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캣우먼의 존재는 사실 나에게는 약간 거슬릴 정도이기도 했는데,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으나 로맨스적 요소가 조금 덜 들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당연스럽다는 듯이 들어간 로맨스적 요소가 전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
일단 히어로 영화니까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지만 역시 난 은근한 게 더 좋다.
더 배트맨의 속편이 확정된 걸로 알고 있다.
더이상 자경단원이자 방구석 히키코모리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리들러랑(악당처럼 웃으면서) 친구맺은 조커는 어떤 등장을 보일지 기대된다.
배트맨이 성장을 이룬 만큼 작품의 분위기 또한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어떨지.
그러니까 속편 얼른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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