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골드> '우먼 인 골드'가 아니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
<우먼 인 골드>
'우먼 인 골드'가 아니라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
영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우먼 인 골드의 실제 주인공인 아델레의 조카 '마리아 알트만'과 오스트리아의 천재 음악가 쇤베르크의 손자인 초짜 변호사 '랜디 쇤베르크'를 주인공으로 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소재인 '우먼 인 골드'는 묘한 표정의 여인을 중심으로 온통 금으로 수놓은 자태가 아주 우아한 명화중의 명화입니다. 스크린을 통해서 이지만, 우먼 인 골드가 비춰질때마다 그 자태에 압도될 정도니 그림이 갖고있는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이 명화는 전세계적으로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알려져있지만, 마리아 알트만에게는 자신이 사랑했던 숙모 아델레의 초상화이자 어릴적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보물입니다. 이 블로흐 바우어 가문의 소중한 보물은 2차세계대전 발발이후 나치에게 빼앗겨, 60년이 지나도록 되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죠. 이에 백발이 무성한 마리아 알트만은 지인의 아들인 랜디 쇤베르크와 함께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우먼 인 골드를 되찾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영화 <우먼 인 골드>는 1500억을 호가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우먼 인 골드'와 이에 관련된 실화가 참 구미가 당기는 작품입니다. 당시에 최고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점과 국가를 상대로 한 최초의 반환청부소송의 성공 사례라는 사실에 감상하기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명화 우먼 인 골드의 무게감은 상당헀죠. 바로 이러한 실화의 힘이 109분이라는 런닝타임내내 영화를 지지한 원동력이자, 상영 직전에 띄워진 마리아 알트만과 랜디 쇤베르크의 실제 사진과 더불어 이들과 관련된 이후의 이야기들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일겁니다.
이들의 힘겨운 사투에 더해, 영화는 어느 시점마다 마리아 알트만의 생애 전체를 플래쉬백으로 보여줍니다. 2차대전당시의 오스트리아 분위기를 완성도 있게 구현해낸 것을 기반으로, 마리아 알트만이 느꼈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추억들을 관객과 공유하게 되죠. 뿐만아니라 나치의 부당함과 비인간적인 행태를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마리아 알트만이 갖는 분노의 감정 또한 공유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힘겹고도 무모한 싸움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고, 이러한 감정들은 명화 우먼 인 골드에 그대로 투영됩니다. 우먼 인 골드를 오스트리아의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끝나자마자 비엔나를 행진하는 독일군을 비춰낸것은, 두 장면의 대조를 통해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명화뒤에 처절한 역사성과 한 가문의 파멸이 내제되어있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한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것을 통해 영화의 중심 소제인 이 명화는 '우먼 인 골드'가 아닌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화'로 와닿게 되죠.
<우먼 인 골드>는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화함에 있어 중심인물인 마리아 알트만과 랜디 쇤베르크 사이에 조금은 전형적이지만 그자체로 흥미로운 설정을 덧씌웁니다. 마리아를 통한 랜디 쇤베르크의 변화로 말미암아 쓰디쓴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게 교훈을 던져주는 것이죠. 랜디의 얼룩진 안경을 닦아주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랜디는 마리아를 통해 그간 자신의 시야를 가렸던 모든것을 걷어내어 변화를 이룩합니다. '우먼 인 골드'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결국 역사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죠.
백발이 무성하고 변덕스럽지만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낸 마리아 알트만의 헬렌 미렌과 변덕스런 할머니 입맛 다 맞춰가며 모든 것을 걸었던 랜디 쇤베르크의 라이언 레이놀즈의 케미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유머러스하게 극을 진행시켜나가다가도, 감정을 폭발시켜야 할때는 제대로 폭발시키면서 완급조절 하는게 역시 노련한 배우들이었죠. 특히 헬렌 미렌의 명품 표정 연기란, 그동안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우먼 인 골드를 마주하게된 마리아 알트만의 감정을 너무나 잘 전달해주었죠.
영화 <우먼 인 골드>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만족스런 작품이었지만, 부분부분 보자면 아쉬운 부분도 있는 작품입니다. 결정적으로 잘 그려내던 랜디의 변화에 대해 결정적이었을 홀로 코스트 박물관 장면에서의 임팩트를 온전히 잡아내지는 못한 아쉬움이 있었죠. 후반부에 위치한 우먼 인 골드를 둘러싼 분쟁은 아주 완성도 높지는 않으나 그런데로 그려나가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는듯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우먼 인 골드>가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가진 역사적 속성이 우리의 역사와 너무나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를 대한민국으로, 나치를 일제로 치환하면 또한 우리의 얘기가 될 수 있는 놀라운 평행이론 말입니다. 무엇보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비굴하고 처절했던 역사는 청산되지 않았고, 그 억울한 목소리는 무시되어져 왔던 것 역시 너무나 닮아있죠. <우먼 인 골드>는 미술영화로 시작해 적어도 우리에게는 그간 싸여왔던 울분의 마음을 조심스레 터치하는 영화입니다. 나하나 지키기 힘겨웠던 삶을 살아가는 요즘, 잊고살았던 가치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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