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벨룸] 나비의 자유를 향한 날개짓을 보여주는 영화(스포)

익무 시사회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겟아웃, 어스 제작진이 참여한 '안테벨룸'을 봤어요.
안테벨룸을 찾아보니 라틴어로 전쟁 전이라는 뜻을 갖고 있더라고요. 보통 미국의 남북전쟁 직전의 상태를 말하고요.
겟아웃, 어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가 데칼코마니 같이 서로 대비된 장면을 통해 은유적인 의미 전달하는 부분이 많은데
안테벨룸 또한 나비를 통해 그런 걸 표현한 거 같더라고요.
보통 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나비가 영화 곳 곳에 등장합니다.
베로니카가 출판한 책 표지, 베로니카 컴퓨터 바탕화면, 목 메달아 죽은 흑인 여자 발목..
이 나비는 중요한 심볼이라는 걸 보여주듯 포스터에도 붉은 나비가 나와있죠.
처음 영화는 '과거는 절대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간 것도 아니다.' 라는 글귀를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 글귀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인종차별을 당한 입장에서 단지 과거의 한 사건으로만 일어나도 가슴 아픈 일인데
현재도 계속 그러하고 있다는 교훈을 주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영화 처음 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중첩해서 보여주고 있나? 생각할 수 있는데 점점 어떻게 된 건지 힌트를 주더라고요.
가장 먼저 이상하다 느낀 부분은 엘리자베스 아버지가 '이든'에게 이름이 뭐냐고 강압적으로
물어봤을때의 이든 태도에서 의아함이 느껴졌어요.
본인 이름 말하는게 뭐가 어려워서 저렇게 끝까지 말 안 하려고 버티는 걸까? 싶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묘하게 '일제강점기'가 생각났어요.
안테벨룸에서 '자아'가 되게 중요하게 표현이 됩니다.
미국 남부인처럼 보이는 백인들이 흑인 노예로 보이는 사람들을 처음 데리고 왔을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이름 바꾸기'이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일본이 과거 민족말살정책의 한 일환으로 창씨개명 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이름이라는 건 특이한 일 없는 경우 한 사람이 평생을 소중하게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지을 때도 소중하게 지어지는 경우가 많죠. 가문의 유례를 따거나 좋은 뜻을 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그런 소중한 이름 부여를 어린 딸에게 인형 이름 지어주듯 맡깁니다.
딸이 처음에 베로니카를 엘레베이터에서 만났을때 그 아이의 손에 붉은 줄로 목이 감겨 질질 끌려가는 흑인 인형이 보였죠.
이 부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마 그들에게 흑인들이란 인간이 아니라 장난감 정도로만 여겨졌을 겁니다.
처음 부분에서 실제로 그 인형마냥 목에 밧줄이 감겨 질질 끌려가는 흑인 여자 장면이 나오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이름을 빼앗기고, 그 다음에는 목소리를 빼앗기고, 그 다음에는 자유를 빼았겼습니다.
이름 부분에서 처음에 의아함을 느끼고 과거 일이 아니라 현재 일이라고 확신을 느낀게 '목화' 부분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목화 대농장 고된 노역으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거면 힘들게 딴 목화를 불태우면 안 됐었는데
한 소쿠리 가뜩 딴 후 불태우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이 진짜 잔인하다 느꼈어요.
차라리 노동력 필요해서 목화 따게하면 모를까 그냥 그 시대를 재연하고자 필요없는 목화를 따게 한 거잖아요.
처음에 베로니카가 화상 채팅을 통해 엘리자베스를 만나는데 립스틱 색깔 운운하면서 기분 나쁜 인종차별 하더니
호텔에서는 목화솜이 섞인 꽃을 선물하면서 '집에 오는 날만 고대할게요'라는 메세지 카드를 주죠.
엘리자베스는 철저히 백인우월주의로 흑인은 노예마냥 허름한 집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베로니카가 겪는 차별은 영화 내내 기분 나쁠 정도로 계속 깔려 있습니다.
립스틱 색깔, 목화솜 섞인 꽃에 이어 프론트 직원 응대, 식당 자리 차별도 겪게 되죠.
엘리자베스가 베로니카 방에 침입할 때 회사 로고? 가문 인장? 같은 시그니쳐가 핸드폰 화면과
그녀의 옷에 달린 배지로 보이는데 이 시그니쳐는 추후 이든의 허리에 낙인처럼 찍히게 됩니다.
이든과 베로니카가 예상대로 한 인물이 맞다는 게 밝혀지는 과정이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처음에 이든이 자꾸 문지방을 만지작 거려서 손에 가시라도 걸리면 어떡하게 무슨 사유로 계속 만질까 싶었는데
본인 딸이 그려준 그림을 거기다 그려서 ㅠㅠ... 가족을 그리워하는 씬이더라고요.
베로니카는 가족의 품으로 꼭 돌아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수없이 탈출 계획을 세우고 사력을 다해 탈출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마치 프랑스 혁명 상징으로 유명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그림이 생각나더라고요.
황인종도 차별을 받는 입장으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는 영화였어요.
익무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
설탕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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