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벨룸]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다뤘기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안테벨룸 (ANTEBELLUM)
영화를 보는 내내 미국이라는 국가와 차별이라는 개념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침해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근본이다. 또한, 미국은 이러한 근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체제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존엄성을 무시한 채, 무자비한 차별을 가하는일이 너무도 자연스레 일어났다. 물론 체제가 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극적 역사라는 변명을 하는 이도 있겠으나, 과연 그 차별이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안테벨룸]은 바로 이 차별을 다룬다. 차별의 상징과도 같은 노예제의 폐지를 둘러싼 미국의 남부와 북부 간의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통해 폐지된 노예제와 차별의 끈질긴 잔여물에 대해, 영화는 시종일관 그 끔찍한 온상을 관객들에게 보인다.
차별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구분될 수 밖에 없다. 차별을 가하고 부당한 일을 행하는 가해자와 차별을 당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는 피해자. 하지만 우리는 안다. 확실히 구분되는 것은 그 개념뿐이라는 것을.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차별인 것이다.
이는 영화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신들이 당하는 부당한 차별에 대해 강연까지 다니며 제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주인공마저,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친구의 부적절하고 무례한 행동에 대해 그저 웃고 넘어갈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불편한 마음은 잘 가시지 않는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차별을 당했던 과거의 흑인들, 그리고 그러한 삐뚤어진 체제를 유지하고자 현대에도 납치와 감금을 통해 그를 숨겨가며 이어가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잔혹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장면마다 촘촘히 박혀 있는, 역차별을 보여주는 모습들은 피해자는 있어도 ‘영원한’ 피해자는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킨다.
참혹한 역사와 여전히 삐뚤어진 인식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용감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모순은 없는지, 혹은 피해 의식으로 확대되고 있지는 않은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한 피부색도 중요한 것이 아닌, 피부색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p.s. 더불어 친구와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나눔해주신 "써니19"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