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아저씨 선정] 30대 한국영화감독 TOP10
주관적 기준이긴 합니다만, 영화감독으로써 역량이 완성되는 시기가 저는 40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독립영화라도 워낙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창작분야인 만큼 책임감이 있어야 온전히 자기 주관을 담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 시기가 40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영화감독에게 30대는 아직 방황하는 시기입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입봉 못하고 쩔쩔매고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때가 잘 맞고 재능이 만개해서 일찍 입봉할 수도 있습니다. 즉 30대 영화감독은 일찍 재능이 만개했지만, 세계관을 확립하지 못한 감독들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이 차트에서는 40살이 되지 않은 영화감독 중 기호에 따라 10명을 골라봤습니다.
기준은 1984~1993년 사이 태어난 감독으로 장편영화를 1편 이상 찍은 경우에 한합니다.
10. 장우진(대표작: '춘천, 춘천', '겨울밤에')
- 그가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인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처음 본 '춘천, 춘천'은 대단히 당혹스러운 작품이었죠. 알 수 없는 고집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관객으로서 고집이 센 저는 그의 굳건한 가치관에 설득되지 않았죠. '춘천, 춘천'은 그렇게 엄청난 거리감이 있는 영화가 돼버렸습니다. 그 후 '겨울밤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라도 의지가 닿아서 보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9. 정가영(대표작: '연애 빠진 로맨스', '하트' 등)
- 정가영의 영화를 처음 본 건 '하트'였습니다. 그리고 극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떠오른 한 마디는 "이거 뭐야...무서워"였습니다. 정가영은 마치 '사랑에 빠진 이경미 감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상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도 좋아하죠. 그런데 '연애'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이상해지니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느 평론가 말씀이 "'하트'는 정가영 영화 중 정상적인 편"이라는 말을 듣고 그에 대한 도전을 멈춘 상황입니다.
8. 유지영(대표작: '수성못')
- 부산 사람인 제가 보기에 '수성못'은 '가장 완벽한 대구 사투리가 등장하는 콘텐츠'였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대구 사투리를 가장 대구스럽게 구사했죠(오죽했으면 이세영 고향이 대구인가 검색해본). 그와 별개로 '수성못'은 아주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구조가 튼튼하고 잘 만든 영화죠. 구조가 튼튼하다는 것은 감독이 상업영화 시장에서도 성공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7. 김경묵(대표작: '줄탁동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 2011년 '줄탁동시'가 처음 개봉했을 때 영화계에서는 젊은 천재를 얻은 듯 했습니다. 차기작인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였죠. 김경묵은 젊은 천재감독 반열에 올랐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경묵 감독은 병역거부로 법정 싸움을 했습니다. 현재 그는 영화감독이 아닌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죠. 아직 젊은 감독인 만큼 영화계로 돌아올 여지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혹은 미디어 아티스트로 남아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6. 신준(대표작: '용순')
- '용순'은 대단한 욕심을 가진 영화는 아닙니다. 용순(이수경)의 표정처럼 속내를 알 수 없고 욕심이 크지도 않지만, 소소하게 지향하는 지점으로 달려가는 영화죠. 잘 만들었고 탄탄한 영화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신준 감독의 재능 덕분입니다. 그의 차기작이 대단히 기다려집니다.
5. (작은)김태용 (대표작: '거인', '여교사')
- '여교사'는 한국영화 중 손에 꼽을 만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그리고 재벌가 상속자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죠. 인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은 그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이야기꾼임을 증명합니다. 영화제 모더레이터로 가끔 뵈었는데. 차기작은 언제 나올지 몹시 기다려집니다.
4. 김인선(대표작: '어른도감')
- 저는 '어른도감'을 보고 리뷰를 쓰지 못했습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나 잡고 늘어질 보푸라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탄탄하고 매끈한 이야기를 가진 영화였죠. 작가의 야망이 이야기의 완벽한 구조 안에 감춰져진 '튼튼한 영화'였습니다. 김인선 감독의 재능이 다시 펼쳐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기다려봅니다.
3. 전고운(대표작: '소공녀')
- '소공녀'는 야망이 넘치고 정교한 영화입니다. 작가의 메시지가 이야기에 잘 녹아들었죠. 그러면서 주인공 미래(이솜)를 통해 기이한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소공녀' 속 세계는 현실을 반영한 듯 하지만, 현실 속의 작은 멀티버스를 보는 것처럼 독립돼있죠. '소공녀'가 제시한 비전은 청년들을 이끌고 가기에 충분합니다. '소공녀'의 야망은 곧 전고운 감독의 야망이 되기도 합니다. 그 야망은 넷플릭스 '페르소나'의 에피소드 '키스가 죄'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이건 따로 글을 파서 적어봐야 할 듯).
2. 임대형(대표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윤희에게')
- 대표작으로 언급한 두 작품은 접점을 찾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굳이 찾자면 아버지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어머니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윤희에게')로 나눌 수 있겠군요. 다만 두 작품 모두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고 이를 개성있는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대단히 재능있고 독보적인 감독입니다. 그는 한국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계보를 이을만한 보물입니다.
<<<순위 외>>>
이충현(대표작: '콜') - 상업영화의 역량은 검증됐으나 '현지화'라는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콜'은 재미있었으나 이질감도 분명한 영화였습니다.
차성덕(대표작: '영주') - '김향기의 성인식'으로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감독의 비전이나 역량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정다원(대표작: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걸캅스') - 코미디의 세련미가 부족했고 개성이 없었습니다(투자자가 개입한 듯). 다만 장르에 대한 고집은 있는 듯 해서 차기작이 궁금하긴 합니다.
<<<히든 차트: 영화를 못 봐서 순위에서 제외된 감독>>>
곽민규(대표작: '소피의 세계')
이길보라(대표작: '기억의 전쟁', '반짝이는 박수소리')
이우정(대표작: '최선의 삶')
김준성(대표작: '루시드 드림')
1. 이돈구(대표작: '가시꽃', '현기증', '팡파레' 등)
- 스릴러에 대한 주관이 뚜렷합니다. 재능도 충분하죠. 한국 상업영화 시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인재입니다. 그가 상업영화 시장에 입봉한다면 누구라도 돈만 쥐어주고 개입을 안해야 하죠(넷플릭스가 제격인가). '가시꽃'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작품을 봤는데 너무 취저였습니다.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감독입니다.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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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김인선, 전고운, 임대형은 앞으로 기대하는 감독들이에요. 특히 장우진 감독님의 경우 익무 게시판에 올렸던 <겨울밤에>에 대한 제 글의 조회수가 7000이 넘었고 이를 계기로 <겨울밤에> GV 모더레이터도 한 적이 있어서 저에게 너무 고마운 분이시기도 하죠. ^^
P.S: 곽민규는 <소피의 세계>에 출연한 배우 아닌가요? ^^

가시꽃땜에 충격받아 저도 이돈규 감독 팬됐었는데,팡파레는 좀 실망이었지만
보고나서 강렬하단 느낌을 항상 받는 감독이긴 합니다.루시드 드림은 진짜
시간아까운 영홥니다.

DP, 뺑반,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도 84년생으로 30대예요!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도 85년생이고요.
김태용감독님 '거인'이랑 '여교사' 모두 너무 좋게봐서...차기작이 너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