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팔무사도 忘八武士道 (1973) 스포일러 있음. 미성년자 열람 불가.
망팔무사도 - 여덟가지 도덕을 잊은 무사를 이야기하는 거다. 뭐 잊혀진 영웅들 이런 상상을 하시면 안된다.
이들은 포주들이다. 사회의 음지에 묻힌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된다. 감독은 정신상태가 심히 의심되는 이시이 데루오. 줄거리 없이 알몸의 여자들을 고문하는 장면으로만 영화 한편을 찍는 사람이다. 영화 제목이 어째 "쇼군의 고문......" "충격. 여자 고문......" 다 이런 식이다. 탄바 테츠로라는 유명배우가 주인공 사무라이 이시타 시로우로 등장한다. 이시타 시로우는 "오늘만 산다"는 뜻이라나? 이렇게 유명배우가 왜 이런 영화에 출연했나 했더니,
에로만화를 보고 감동(?)해서 원작자를 스스로 찾아가 영화화 논의했다나? 탄바 테츠로의 정신세계도 범상치 않다.
에로만화가-변태 감독-열혈 액션스타 콤비의 영화는 어떨까?
영화는 대단히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시작된다. 아시타 시로우라는 대단한 검객이 살인 의뢰를 수행하는 장면인데,
역광에 실루엣으로 비치는 장면이 아주 훌륭하다. 시대극 포르노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영화인데, 1970년대 일본영화 특유의 강렬함, 화려함, 잔인함, 비장미를 아주 잘 담고 있다. "포르노"라는 선입견을 떼고 보면 아주 인상적인
일본 찬바라 영화의 걸작이다. 아시타 시로우는 쫓아온 경찰들을 칼로 썰어내다가 "이제 살인도 지겹다"하며
스스로 칼을 놓아 버리고 강물로 뛰어들어 투신자살한다. 폼생폼사 이시타 시로우는 물 위에서 죽어가면서도 절명시까지 짓는다.
"죽는 것은 지옥이지만 살아가는 것도 지옥일세." 어째 시 내용이 좀 오글거린다. 심지어 영화의 한 등장인물도 오글거린다고 비웃는다.
이시타의 표정이, 뭔가 비장하면서도 냉혹해보이는가? 그런데 영화 내내 이 표정이다. 이 표정 안 지어야 할 때도 이 표정이다. 심지어 섹X하면서도 이 표정이다. 이정도쯤 되면 일부러 이러는가 생각이 들 정도다. 나중에는 이 표정이 코믹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는, 정통 사무라이 영화를 풍자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비꼬는 듯한 면이 있다.
이시타 시로우를 구해주는 것이 바로 포주들인 망팔자다. 망팔자의 명령을 받아 창녀들이 알몸으로 이시타 시로우의 몸을 덥혀주고 있었다. 카메라가 응큼하게 창녀들 몸의 굴곡을 슬로비디오로 훑는다. 이시타 시로우가 회복(?)되자, 리더 케사조는 이시타를 고문감옥(?)으로 데리고 간다.
참고로 케사조와 이시타는 엄청 비장한 표정으로 사무라이 영화 특유의 근엄 장중한 말투로 대화한다. 그런데, 케사조는 포주 그리고 이시타는 현상범이자 살인범이다. 하나도 안 비장하고 장엄한 인물들이 이렇게 폼잡고 비장하게 이야기하니, 무척 웃긴다.
고문감옥에 가서 케사조는 이시타에게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해 엄청 비장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하는 일이 요약하면, 여자 알몸으로 고문하고 방중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케사조는 이시타에게 "네가 이 운명을 걸머질 수 있겠는가?" ->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너도 포주 될래?" 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다 이런 식이다. 이시타는 비장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나는 살아도 죽은 사람이외다" -> 포주하겠다라는 대답이다.
이시이 데루오 감독 영화답게 여자들이 항상 훌러덩 벗는다. 밥 먹는다고 훌러덩 벗고, 격투한다고 훌러덩 벗고, 설날이라고 훌러덩 벗고, 심지어는 길 위를 훌러덩 벗고 다닌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여자의 알몸에 무덤덤해진다. 이시타는 그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포주 조직 요짐보로 채용된다. 그런데, 그 뛰어난 검술실력으로 하는 일이, 포주 조직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창녀 잡아오기, 상대 포주 조직 영업 방해, 돈 못 갚는 채무자 협박하기, 뭐 이런 일이다. 이 영화의 스틸사진만 보고, 이시타가 뭔가 처절한 싸움을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오해다.
상당히 멋들어진 유명한 장면이지만, 이거 알몸의 여자닌자들과 상대 포주 조직 남자 닌자 간 싸움이다.
본인들은 처절한 혈투를 벌인다고 하지만, 보는 관객 입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남자 닌자가 여자 닌자를 공격한다 -> 그게 여자 가슴을 쥐는 거다. 여자 닌자가 반격을 가한다 -> 그게 남자 닌자 몸에 알몸으로 달라붙는 거다. 여자 닌자가 점프를 해서 남자 닌자를 뛰어넘는다 -> 슬로우비디오로 여자 닌자가 자기 알몸을 구석구석 보여준다.
이런데 어떻게 관객들이 이 장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케사조는 권총의 명수다. 이시타와 맞먹는다. 그런데 포주가 권총 쏠 일이 뭐가 있는가? 권총 잡고 폼만 잔뜩 잡은 다음, 그냥 퇴장한다. 걸작 요짐보를 풍자한 것인가?
이시타를 이용한 포주 조직은, 이용가치가 다하자 숙청하려 한다. 어떻게? 마약을 먹인 다음, 비틀거리는 이시타를 경찰에 신고한다. 이시타는 수많은 경찰들과 혈투를 벌인다. 마약에 취해 바틀거리는 상태로. 마약에서 깨어나기 위해 칼로 자기 발등을 찌른다. 이 장면 유명해서 여기저기서 갖다 썼다.
겉보기에는, 처절하고 잘 연출된 훌륭한 결투 장면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이거 현상수배범이 경찰에 안 끌려가려고 꼬장부리는 장면이다.
기존 찬바라영화를 풍자하고 비꼬는 영화 같다. 결투나 사무라이의 비장한 행동같은 것은 기존 쟝르를 따르는데,
맥락을 전혀 다르게 해버리니까 코메디가 된다. 기존 찬바라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들이 영화 내에서는 멋있어 보여도, 실제 생활에 대입해 보니 우스꽝스런 코메디가 된다. 그만큼 그들이 얄팍한 캐릭터라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엉성한 영화였다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자체만 보면 수작과 걸작 사이에 위치하는 아주 잘 만든 영화다. 1970년대 강렬하고 비장한 사무라이영화의
모범적 작품이다. 벌써 스틸사진만 봐도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잘 만든 영화에 엽기, 변태, 코믹, 잔인함이 들어가니 뭐라 말하기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개인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나는 이 작품이 걸작이라는 데 손 들어주고 싶다.
추천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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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과 에로가 최고치로 쌈마이 영화의 걸작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