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일러] 종이의 집 한국판은 배경설정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통일을 앞둔 미래의 한반도. '교수'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남과 북의 노련한 도둑들을 모아 희대의 인질극을 꾸민다. 이 작전의 목표는 갓 찍어낸 지폐를 훔쳐 탈출하는 것.
...이라는 문구로 통일 직전의 한반도라는 걸 암시하고 있는데, (통일 전이라는 배경을 잘 그릴 수 있냐는 건 차치하더라도) 저는 여기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교수랑 베를린의 관계가 (스페인에 비하면 가족사에 굉장히 보수적인) 한국에선 이걸로 설명이 쉬워지거든요.
시즌 2 막판에서 드러나는 거지만 둘은 사실 이부형제입니다. 근데 형제 간에 성씨가 다르다는 것이 많이 낯선 환경에서는 설명할 이유를 찾아야겠죠. 그러면 ‘부모님이 탈북자’라는 게 제격일테고요.
교수(유지태 역)가 북한에서 먼저 태어난 형이고, 베를린(박해수 역)이 어머니가 남한으로 탈북한 이후에 새로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라고 하면 말이 됩니다. 이부형제 설정을 어떻게 할지를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해결한 것 같네요.
(+) 혹시 ‘이 나라에선 이부형제란 설정도 마음대로 못넣냐!’고 말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해명을 하자면… 캐릭터가 갖고 있는 속성이 하나만 달라져도 그 캐릭터의 행동 방식이 많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란 설정은 그에 해당되는 캐릭터가 동성과 같이 있을 때의 행동부터 특정 상황에서의 언행, 평소의 신념까지 많은 것을 바꾸겠지요. 그리고 캐릭터의 언행은 개연성에 많은 영향을 주고요. 제 말은 이를 어떻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 한국판의 벨라 챠오는 아마 이 곡이 되지 않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SLDl0PGx9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