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후기 (스포) (애니메이션)

소년 소녀를 만나다.

(Boy meets Girl)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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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소년이(이하 스마일과 체리) 만나 감정을 느끼고 그 서툰 감정 때문에 자신과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여름축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사랑한다는 진부한 플롯 속에 성장 드라마를 녹이고 슬쩍슬쩍 지나가는 조연들의 사랑 이야기까지도 한 번씩 비춰주는 게으르지만 욕심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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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한 작화를 스타일처럼 소화했다. 왜곡하고 간소화 한 빛과 그림자의 표현을 중요 씬 마다 능숙하게 사용하며 만화(漫畫)의 스타일로 동화(動畫)를 그려 경제적으로 씬을 사용하면서도 배경 디테일을 굉장히 잘 살려놓았다.(하늘에 떠있는 별을 ☆로 표현하는 뻔뻔함이라니! ) 주요 무대로 다뤄지는 쇼핑몰은 배경 인물이나 상점 등의 디테일이 대단해서 자칫 가볍게 느껴질 만화적인 작화나 분위기에 리얼리티와 몰입을 더해준다.

게으르지만 욕심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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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랑과 시작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인(이하 후지야마 할아버지)이 잃어버린 레코드를 찾는 이야기의 구조는 끝난 사랑이(후지야마) 시작하는 사랑을(체리와 스마일) 응원하고 시작하는 사랑이 끝난 사랑을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레코드는 음반, 기록과 기억, 사랑과 마음 등 다양한 형태로 그려진다. 우리 모두 기억을 잃어버리곤(잊어버리곤)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 기억을 잃어버린 건지는 알 수 없다. 설사 그것이 소중한 사랑의 기억이라고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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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야마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레코드는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가게 구석에서 어렵게 찾아내지만 뒤틀리고 약해진 레코드는 쉽게 부서지고 만다. 쉽게 깨어진 레코드는 쉽게 깨어진 체리와 스마일의 마음과 관계처럼 보이는데 레코드를 붙여 보려다가 끝내 울음이 터진 스마일의 모습이 안쓰럽고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깨진 레코드 말고 우연하게 두번째 레코드를 찾게 되는데 이 레코드가 시계(시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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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쥬얼로 단순한 러브 스토리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과 관계의 테마를 녹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스크와 헤드셋이다. 대화와 관계에 익숙하지 않아 헤드셋으로 귀를 막고 대화를 거부하는 체리와 외모 컴플렉스로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스마일. 재밌는 건 글로 소통하는 SNS 공간에서도 체리는 헤드셋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았고 스마일은 스마일이라는 닉네임으로 SNS 활동을 하면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체리는 스마일과의 관계를 쌓아가면서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헤드셋을 벗고 다닌다. 하지만 이사를 간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여 약속을 어기고 기만하여 스마일에게 상처를 준 체리는 다시 헤드셋을 끼고 다니는데 클라이맥스인 고백의 순간에 체리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알리며 성장하고 너의 컴플렉스 또한 사랑스럽다는 체리의 고백에 스마일은 마스크를 벗으며 사랑과 성장의 드라마를 한순간에 그려낸다.

애니메이션 초반에 큰 목소리로 하이쿠를 읊는 후지야마 할아버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해 달라던 체리가 애니메이션 마지막에 같은 하이쿠를 큰 목소리로 말하는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구조 또한 재밌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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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야마 할아버지 : 경치에 소리를 더하는 거야

체리 : 경치에 소리를..?

-중략

체리 : 하이쿠는.. 문자 예술이에요. 소리 내 읽지 않아도 된다고요

돌봄 센터 센터장 : 하지만 소리 내어 읽어야만 전달할 수 있는 정경도 있지 않을까요?

체리 : 소리 내 읽지 않아도 전달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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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은 꾸준하게 서툰 체리의 성장을 다독이고 응원하고 있다.

체리에게는 체리의 하이쿠와 목소리가 귀엽다는 스마일의 말이 결정적이었지만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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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스타인 스마일은 관계에 능숙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남성 중심의 서사와 비극으로 그리거나 여성 주인공을 극을 위해 수동적인 캐릭터로 소모하는 재패니메이션이 종종 보여주는 패착을 기분 좋게 빗겨나간 설정이다. 대부분의 사건은 스마일이 주도하고 관계에 실패하여 낙담하고 도망치는 체리와 달리 스마일은 우연하게 찾은 두번째 레코드의 노래와 축제 현장을 인터넷방송으로 중계하여 체리의 마음까지 신경 써준다. 남성 캐릭터의 성장과 고백으로 장식되는 클라이맥스지만 그 과정의 전반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균형감 있게 그려낸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참으로 게으르면서 욕심이 많은 애니메이션이다. 또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집을 오가는 세 번의 씬에서 체리보다 앞서 걷는 스마일과 두 개의 길과 두 캐릭터의 위치로 은유되는 관계 또한 재밌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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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라는 낯설고 번역으로 맛이 살지 않는 소재를 삼고 있어서 감동이 덜한 것은 아쉽다. 또 마치 조연들이 주연들의 사랑과 성장을 축복하기 위한 장치처럼 행동하는 부분도 어색하고 아쉬운 부분.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인 비쥬얼과 비쥬얼에 어울리는 음악의 사용이 좋았고 단순한 서사에 힘을 더해주는 연출과 담백하게 풀어내는 케릭터들의 모습이 좋았다. 다소 오그라들고 뻔한 클라이맥스도 평소 같았으면 악평을 했겠지만 어쩐지 어울리고 좋았다는 느낌.

사실 처음 봤을때는 나쁘지않네 정도의 감상이었는데 리뷰를 위해 다시 곱씹어보니 더 좋아진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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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체리의 하이쿠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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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여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잎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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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여

귀여운 너의 잎이

나는 참 좋다.

 

산벚나무여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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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여

귀여운 너의 입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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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벚나무여

귀여운 너의 미소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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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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