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창나이 선녀님 - "할머니, 서울 사는 큰 손자 OO이에요. 답장 주세요!"
강원도 삼척 임선녀 할머니께
10월도 이틀뿐이 남지 않았네요. 올해는 유독 가을이 짧은 것 같아요. 단풍 구경 하기도 전인데 옷차림이 제법 두터워졌어요. 강원도 삼척은 여기보다 훨씬 추울 텐데 잘 계시죠? 정말 오랜만에 편지 쓰네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서울 큰 손자 OO이에요.
올해가 새 집으로 겨울나는 첫번째 해잖아요. 거긴 어때요? 훨씬 따뜻한가요? 이젠 아궁이로 불 때지 않으셔도 되잖아요. 할머니가 새 집에서 살고 싶으시다면서 집을 짓겠다고 하셨을 땐 정말 놀랐어요. 사실 내심 걱정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또 제가 오해했네요. 할머니는 한다면 하시는 성격이잖아요. 뚝딱뚝딱 결국 해내신 거 보고 감동 많이 받았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요즘 한글 공부는 계속 잘 하고 계시나요. 학교 졸업했다고 공부 게을리하시는거 아니죠? 졸업식 찾아가지 못해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사진이랑 영상으로는 많이 봤어요. 할머니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요! 엄마는 요즘도 사진 종종 꺼내서 보곤 하세요. 아직도 흐뭇해하세요.
소 이제 안 키우신다고 들었는데 그럼 요즘 낮에는 뭐하고 지내세요? 할머니 성격이라면 분명 또 새로운 거 하고 계실 거잖아요. 한글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택시 타고 읍내서 학교 다니시고, 새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하셔서 집도 지으시고. 사실 할머니 보면서 정말 반성 많이 해요. 올 초에도 이것저것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또 한 건 없이 한해가 끝나가네요. 돌이켜 보면 시간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올해 남은 두달이라도 할머니 보면서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려구요. 할머니 새로운 꿈도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답장으로 말씀해 주세요.
아무래도 내년에도 코로나가 계속될 것 같아요. 항상 마스크 잘 쓰셔야 해요. 추우니까 보일러도 항상 빵빵하게 잘 키시구요. 올해 가기 전 꼭 찾아 뵐게요. 그때까지 몸 건강히 잘 계세요.
서울 큰 손자 동훈이가
(편지지랑 우표 같이 넣었으니 여기다 편지 쓰시면 돼요. 모르는 것 있으면 전화 주세요. 아, 그리고 엄마가 도루묵 정말 잘 먹었다고 옆에서 전해달래요!)
편지 형식으로 각색한 리뷰입니다. '한창나이 선녀님'은 강원도 삼척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사람 냄새, 시골 냄새 풀풀 나는 영상미 좋은 영화입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일상에 지친 그대 꼭 보셨으면.
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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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지만 가족들하고도 같이 보기에 좋을 것 같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