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트] 간략평: 다소 친절해졌지만 여전히 불친절한 기묘한 레오 카락스표 사랑 이야기

프리미어 상영회로 봤습니다.
사랑을 이야기한 뮤지컬 영화라고 라라랜드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영어로 노래하는데, 되려 프랑스 뮤지컬 영화들 특색이 더 강합니다. 그렇다고 자크 드미의 달콤하고 우아한 뮤지컬 영화들과도 결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카락스 감독의 전작 <홀리 모터스>의 기상천외하고 유쾌하지만 괴짜같은 내용에서 다소 친절해졌을 뿐입니다. 역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겠구나 예상을 하면 안됐어요. 갑자기 방향을 역으로 트는 와중에 사정없이 누군가 옆구리를 꼬집고, 정신차려 이 친구야 하며 빰을 한대 맞는 듯힌 기분이릴까요 ㅋㅋㅋ
레오 카락스는 여전히 카락스입니다. 9년만에 모국어인 프랑스어대신 첫 영어영화에 뮤지컬 영화인데다, 미국배우 아담 드라이버를 주인공으로 발탁???? 프랑스가 자랑하는 마리옹 꼬띠아르야 지극히 당연한 선택같지만, 아담 드라이버는 의외였습니다.
드라이버가 헨리 맥헨리로 추한 모습도 서슴치 않고 연기하는 것을 보니, 극중 '신의 유인원'이라는 컨셉이 잘 어울리네요. 레오 카락스가 아담 드라이버가 가진 여러 모습을 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 낸 듯 싶습니다. 드니 라방에 이어 '못생김 연기'를 원하는 것인지, 아담 드라이버가 삼총사의 추기경 같은 악당역을 해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ㅋㅋ
간만에 보는 마리옹은 여전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달의 여신같습니다. 극중 매일 죽음을 연기하며 다시 새로 태어나는 오페라 가수인데, 내용의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감독의 의도가 담긴 듯 의미심장합니다. 다이아나 여신이 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에게 사로잡힌 것일까요. GV후기가 너무 고픕니다. 아니 그전에 좀 더 봐야겠습니다.
제목은 아네트이고 포스터는 제가 생각하기엔 눈을 현혹하는 이미지같습니다. 물론 영화중 중요한 장면이긴 했으나, 폭풍우가 이는 밤, 거친 풍랑같은 세상을 이겨내고 두 사람의 사랑은 거침없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상은 예상일 뿐이고 카락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닙니다 ㅋㅋㅋ 관객의 마음을 마음껏 가지고 노는 천재란 생각이 빡 와닿습니다.
왜 제목이 헨리와 안이 아니고 아네트일까, 여기서 답은 하나씩 이미 주어졌지만요.
음악은 상당히 좋았고, 모든 대사가 노래인 송스루 뮤지컬이야 뭐....프렌치 뮤지컬서 당연한 것이라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상당히 골때리고 형식도 역시 골 때리기 때문에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것이라 예상합니다. 영화로 색다르고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고, 카락스 감독의 머리 속을 한번 들여다 보고 싶어졌습니다 ㅋㅋㅋ
영화를 보고나니 익무 돌비시사회에 똑 떨어진 것이 아쉽습니다. 명씨네서 프리미어로 간신히 잡은 A열로 어쩌나 발동동이였습니다. 그영화 시작 직전에 그나마 감상 가능한 곳에서 봤는데, 두번째 볼때는 좋은 상영관과 좋은 좌석서 보렵니다 ㅠㅠ 그러나 돌비나 MX는 없겠지요. 오늘도 계속 CGV 아트하우스관 새로고침 중이에요
상세후기는 N차후 쓰렵니다. 간만에 이벤트에 걸린 경품이 너무 탐나네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