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새소년' 초간단 리뷰
1. 'MZ세대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MZ세대의 어느 언저리에 걸쳐있긴 하지만 쉽게 정의내리지는 못하겠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기업과 정부 관계자, 공무원들은 MZ세대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한 스마트폰 광고에서 학교 점퍼를 입은 대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리니지M' 게임을 하는 장면을 보고 "대학생이 '리니지'를 한다고?"라며 충격받은 이후, 기업들의 MZ세대에 대한 이해는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 기업과 공무원들은 MZ세대를 과거 X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 예로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도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시대와 같은 관념(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다. 처음부터 대화가 통할리가 없다. MZ세대의 탄생과 포스트 코로나 시국은 세대간의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하고 있다. 이를 좁히려는 시도는 MZ세대와 기성세대 양측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 듣는 가수가 몇 있다. 페퍼톤스와 비비, 이디오테잎, 스텔라장, 치즈, 그리고 '새소년'이 여기에 해당한다. 멤버가 어떻고 사람이 어떻고 상관없이 그저 노래가 좋아서 듣는 팀들이다. 새소년의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다. 아니, 애시당초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유니크하고 귀에 착 감기면 그걸로 끝이었다. 어릴때는 건즈앤로지스와 스키드로우부터 시작해 메탈리카, 너바나, 할로윈, 세풀투라, 슬레이어스, 임페리테리, 그린데이, 오프스프링스 등. 락·헤비메탈의 흐름으로 분류하면 제각각인 밴드들의 음악을 들었다. 마음 속 근본이었던 서태지, 신해철, 공일오비도 들었다. 아저씨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오마이걸, 러블리즈, 트와이스, 로켓펀치도 들었다. 맨 처음 언급한 페퍼톤스, 스텔라장, 이디오테잎, 새소년과 같은 팀(개인)은 내가 듣는 음악 히스토리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평범한 흐름과 같았다.
3. 그러다 새소년의 라이브를 담은 영화를 보게 됐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통해 공개됐으니 이것을 '영화'라고 부르자.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 새소년'은 극장을 통해 공개된 라이브 영상이다. CJ문화재단이 실코로나19로 막혀버린 공연계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라이브 영상을 만들고 극장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다. 해외 유명 뮤지션의 다큐멘터리를 종종 챙겨봤다. 라이브투어의 뒷이야기를 다루거나 뮤지션의 생애 자체를 조명하는게 음악 다큐멘터리의 기본이었다. 대부분 이런 전개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뮤지션과 음악이 다 달랐기에 매번 새롭게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는 마이클 잭슨이나 퀸의 다큐멘터리부터 BTS, 아이즈원의 다큐멘터리까지 통했다. 새소년의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도 과거 뮤지션들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것이었다.
4. 그러나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완전히 기대를 벗어났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막힌 만큼 라이브 공연은 스튜디오에서 녹화됐고 뮤지션은 카메라 너머 관객을 상상하며 연주와 노래에 집중했다. 때문에 가끔 영화는 '제4의 벽(스크린)'이 허물어지는 일이 생긴다. 다큐멘터리에도 '제4의 벽'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영화 속 라이브 공연은 현장을 찾은 관객이 아니라 온전히 스크린 너머 극장 속의 관객을 위한 공연인 만큼 노골적으로 장막을 없애려는 시도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이 영화는 곡에 대한 소개를 자막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게 그리 특별한 시도는 아닐 수 있다. 실제로 공연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곡명을 굳이 자막으로 띄우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은 공연 뒷이야기가 아니라 공연 실황에 더 가깝다. 공연 실황에서 곡을 소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 같은 시도는 현장감을 더 높히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콘서트를 보는데 곡 소개를 어디 띄워주진 않기 때문이다.
5. 스크린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또 다른 시도는 '인터뷰'에 있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에서 노래가 아닌 말이 등장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리더 황소윤이 무대에서 공연과 곡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 그리고 인터미션(공연과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인터미션이 존재한다. 이 다큐의 러닝타임은 70분이다)에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다. 음악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곡이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 혹은 공연 자체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한다. 인터미션 인터뷰에서는 공연에 참여한 계기와 1부 공연을 마친 소감 등을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 인터미션 인터뷰는 지금까지 본 음악 다큐 인터뷰 중 제일 '아무말 대잔치'다. 인터미션 인터뷰에서는 공연과 음악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또래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 떠드는 수다를 들을 뿐이다.
6. 인터미션 장면을 통해 새소년의 '온스테이지'와 '오프스테이지'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은 MZ세대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한 가지 단서가 된다. 이들은 자신의 일에 있어 '온(on)'과 '오프(off)'의 구분이 확실하다. 심지어 다큐멘터리에서 카메라는 계속 '온'이었지만 새소년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자신들이 거기서 해야 할 일은 공연을 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 코멘트를 통해 곡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하지만, 다른 다큐멘터리처럼 깊게 전달하진 않는다. 곡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거나 거의 하지 않는 수준이다. '노래 들었으면 됐지. 구구절절 설명할 게 있냐'라고 반박하듯 무대 밖에서는 '오프' 상태를 확실하게 유지한다. MZ세대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한가지 이해한 대목은, 이들은 말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과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의사표현은 명확히 됐다고 믿는다. 당연히 꼰대들이 즐비한 직장생활과는 안 맞다. 간결하게 표현하고 그것으로 이해하는 게 이들의 소통방식이다. 영화에서 긴 말 하지 않고 노래하는 새소년이 나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7. 그런데 새소년의 노래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특징이 하나 있다.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성시경, 윤종신, 김광석, 신해철 등 '가사를 귀에 때려박는' 정확한 딕션의 가수들과 비교하면 새소년은 지드래곤에 훨씬 근접한 수준이다. 밴드 중에서도 자우림이나 체리필터,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비교하면 가사는 아예 들리지 않는 수준에 가깝다. 영화를 볼 때도 '배우의 대사가 들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올 때가 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의 대사를 정확하게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장면과 인물관계를 이해하면 캐릭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기도 하지만 그냥 대사보다는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새소년의 노래에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 나중에 가사를 찾아보면서 "그랬구나"라고 할 수 있지만 가사를 찾기 이전에도 노래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새소년은 가사를 잘 쓰기도 했다). 특히 MTV 세대 이후, 뮤직비디오가 발달하면서 노래는 '보이는 노래'에 근접하게 됐다. 새소년의 노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들으면 더 재미있다.
8. 결론: 그렇게 이해한 새소년에 대해 나는 'MZ세대의 너바나'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음악에 개성이 강한 건 당연한 거고, 음악의 분위기와 가사를 통해 숨김없이 드러내는 감정은 "이미 노래를 통해 할 말은 다 했다"는 선언과 같다. 너바나처럼 허무주의적 정서로 일관하지 않는 것도 이들이 다른 공간, 다른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와 같다. 공통점은 두 밴드 모두 시대정신과 그에 대한 감정을 노래에 진하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아지트 라이브 프리미엄'을 본 후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춤을 추는 멤버들을 본 적이 있다(나름 진지하게 잘 춘 댄스그룹 새소년). 적어도 황소윤은 커트 코베인보다 행복한 것 같아서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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