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게임-①편-프리가이속 장면 판타지
영화와 게임: 닮은 꼴 다른 느낌
1편-프리가이속 장면 판타지
2편-프리가이속 소품 판타지
3편-프리가이속 연기 판타지
-비디오 게임을 패러디한 프리가이 공식 포스터1
그렇게 기다렸던 프리가이가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부터 확진자 수로 거듭 연기하더니 프리가이는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한다고 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데드풀로 인생캐릭터를 찾은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마치 약을 한사발 들이킨 듯한 병맛이면서도 스크린의 안밖을 넘나들고 끊임없는 블랙코미디와 야한 드립을 남발하는 유쾌한 캐릭터였죠. 마치 진작부터 그가 이런 캐릭터였다는 걸 보여주려고 기다렸다는 듯이 너무나도 찰떡같은 배우와 캐릭터였습니다. 다만 데드풀은 설정상 주로 복면을 쓰고 나오는지라 그의 잘생긴 얼굴을 충분히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있었죠.
그런 그가 이번 프리가이에서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면서도 얼마나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럼 프리가이를 볼 때 알아두면 좋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프리가이 속 장면 판타지
1) 게임 소재 영화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예전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2년 5월에 개봉한 배우 조승우님과 이나영님 주연의 후아유도 있었고 공교롭게도 같은 해 9월에 개봉한 임은경 주연의 영화계의 대재앙으로 일컬어지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있습니다. 둘다 극장에서 관람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에서는 다프트 펑크가 음악에 참여해서 유명했던 트론 레거시(2010)와 게임을 소재로 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폴란드 배경으로 제작한 아발론, 그리고 게임 소재 영화 중 뻬놓을 수 없는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이 있습니다.
-영화 아발론. 음악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게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사실 대중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어려운 것이,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전 세계 모바일게임 이용자 규모가 2021년 15억8천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거에는 게임 이용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게임 이용자가 극장을 가거나 극장 이용객이 게임을 주로 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층이 형성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20년 전만 해도 게임하는 사람들을 방구석페인이나 게임중독자 정도로 생각했고, 게임업종에 종사하거나 재택근무가 아닌 이상 직장에 출근하여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일반인들은 게임에 대해 관심도 별로 없고 게임을 할 시간도 사실상 전무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쪼개서 게임을 한다고 해도 같은 시기에 게임을 시작헸지만 하루종일 게임에 접속하여 열렙하는 유저들과 레벨차이로 괴리감을 느끼거나, 엄청난 현질로 쫒아가보지만 아이템 구입을 위해 지출한 그 다음달 카드대금을 보고 경악하여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또한 실시간 게임을 한다 하더라도 최신형 컴퓨터를 장만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요즘 현재에도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 중에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실사영화를 선호하는 사림들이 구분되는 편인데, 게임 소재의 영화는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게임도 아니라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극장에서 흥행 참패를 밥먹듯이 했습니다. 그나마 최근에 개봉한 레디 플레이어 원 만이 국내 관객수 200만을 돌파하고 북미에서 1억 1,492만 달러, 해외에서 3억 6,020만 달러를 벌어들여 모두 4억 7,512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를 자랑했습니다.
-로봇 덕후들의 심금을 울린 레디 플레이어 원
또한 게임을 아예 실사영화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2001년 안젤리니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나 바이오 해저드를 실사회한 2002년 레지던트 이블은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나 워크래프트(2016)도 게임이 실사화 된 영화 중에서는 둘 다 100만을 넘겨 흥행은 나름 선방을 했지만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설정은 아니었고 철저하게 영화화 한 것이고 게임의 기능은 십분 활용하기는 하지만 게임같은 화면을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워크래프드도 CG가 사용된 캐릭터이지만 게임강은 화면은 아니었지요. 대부분 게임 소재의 영화들이 평점 면에서 평단과 관객을 다 사로잡기는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게임으로 제작한 경우도 있는데 코믹스 원작이긴 하지만 배트맨 트릴로지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배트맨: 아캄 나이트 부터 최근에 스타워즈 : 포스 아레나, 스파이더맨 언리미티드 등은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2) 과거와 달라진 게임에 대한 인식
그동안 영화계의 블록버스터를 담당하고 볼거를 많이 제공했던 게임 소재 영화들은 이러한 이유들로 그동안 찬밥 신세였지만 앞으로는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전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에 더불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규모가 전세계 10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고 따라서 게임 장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게임 중독자나 백수가 아니어도 사양이 소프트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아짐으로써 게임에 대한 이해나 공감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게임을 통한 볼거리+흡인력 있는 스토리
이번 프리가이는 게임을 소재로 또 배경으로 하면서 과거의 모든 게임소재 영화들의 단점을 답습하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많이 엿보입니다. 그동안의 게임소재 영화들은 화려한 볼거리는 제공하지만 너무 황당한 설정이나 스토리의 부재로 일반 대중들이 외면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러나 프리가이는 이런 단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탄탄한 연출과 스토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4)화려한 볼거리, 패러디의 연속
이 영화에서 게임을 소재로 하면서 수많은 까메오와 이스터 에그, 오마쥬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가이가 차에 2번 치이는 장면은 영화 조 블랙의 사랑의 한장면을 패러디한 것인데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서 경관에게 인사하는 능청스러움을 보여줍니다. 또한 죽고 나서 다시 자기의 침대에서 깨어나는 장면은 게임의 NPC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최근작 리스타트에서도 차용한 설정인 사랑의 블랙홀(원제 Groundhog's day)도 떠오릅니다.
-그 유명한 빌헬름의 비명
그리고 와이어에 메린 채 쏜 미사일에 맞고 떨어지는 사람은 영화계의 단골 오마쥬인 1951년작 북을 울려라에 나온 빌헬름의 비명을 지르며 떨어집니다. 처음 가이가 선글라스를 구하고 플레이어의 돈을 주은 다음 ATM기에서 돈을 찾는 장면의 배경을 보면, 어느 플레이어가 건물을 들어가려고 하다가 계속 실패하자 버퍼링이 발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한 몰로토프걸이 유저의 창고를 털러 갔을 때 나오는 오토바이 장면은 트론의 오토바이 장면도 떠오르고 반대방면으로 앉아서 총을 쏘는 장면은 탐 크루즈가 출연한 나이트 앤 데이의 오토바이 추격씬을 떠오르게 합니다. 또한 배경 캐릭터이면서 멸망 위기의 서버를 구한다는 설정은 디즈니사의 전작인 주먹왕 랄프의 모습도 엿보입니다.
이제 게임을 페러디한 장면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맨 처음 하늘에서 채닝 테이텀이 낙하하는 장면은 배틀 그라운드의 낙하장면을 닮아있고 자유도가 높은 설정은 심즈의 캐릭터들을 닮아 있으며, 마음껏 약탈하는 장면에서는 GTA를, 건물을 사라지게 하고 다리를 놓는 장면, 도로를 들어올리는 장면들은 심시티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레벨업은 물론 대인관계와 사업까지 할 수 있는 세컨드 라이프를 패러디한 듯한 장면도 나옵니다.
5)게임계를 잘 드러내는 연출과 스토리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리얼한 게임속 세계와 NPC들을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현실세계의 게임회사의 오너와 개발자, 그리고 유저의 관계를 잘 그려내고 있고 그 부분을 우리의 현실세계와 맞닿아 있으면서 풍자와 메세지를 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제 베스트 프랜드 2명은 게임과 애니매이션 광이었고 같이 일본에 여행갔을 때는 게임과 만화, 애니에 대해 전혀 무지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아키하바라의 모든 가게를 가이드없이도 훌륭히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런 연고로 둘 다 게임회사에 일하기를 갈망하였고 둘 다 오락실에서는 원코인으로 사람들 줄을 세울정도로 고수였습니다. 그래서 둘 다 학수고대하던 게임회사에 개발자로 취업했지만 지나치게 짠 박봉과 마감에 대한 압박, 그리고 텃세 및 야근 등으로 지금은 둘 다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학교 시절에 게임전문 잡지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리뷰를 기고할 정도로 게임 전문가였던 제 고등학교 동창 1명이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지만 원래 만화가였던 친구 1명은 그래픽과 캐릭터 개발자로 게임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게임회사 오너와 개발자의 갈등은 현실 세계의 게임회사 내의 갈등을 닮아 있으면서도, 사업주와 고용인 형태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게임을 통해 구현하고 싶어하고 오너들은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이라는 생각에 끝도 없이 후속편을 만들어냅니다. 일반 직장인들도 직장을 통해 더 실력을 발전시키고 자아실현을 꿈꾸지만, 결국은 오너가 시키는 딘순 잡무의 반복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게임 종사자 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낼만한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1편은 여기에서 넘어가고 2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큰 웃음을 준 듀드 캐릭터. 그는 과연 진짜 근육을 키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