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결말에 대한 해석
어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마지막 마무리를 보며 안노 감독의 애매하지만서도 뛰어난 연출을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주의를 부탁 드립니다.
이번 극장판의 엔딩이 TV판의 엔딩과 데칼코마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우선 TV판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다만, 극장판 엔딩을 설명하려면 TV판 엔딩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고, TV판 엔딩이 왜 그런건지만 알면 극장판 엔딩에 대한 해석은 붙일 살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TV판 엔딩이 더 중요한 것이죠.
TV판의 엔딩, 이른바 오메데토 엔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25화와 26화의 작화 등을 어설프다는 이유로 시간에 쫓겨 마감을 엉망으로 한 안노 감독이 마지막 발악으로 만든 편이라는 평가절하를 하며 마무리를 엉성하게 하였다고는 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에니메이션의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 생각됩니다. 에반게리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안노 히데야키 감독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안노 히데야키 감독의 유년시절을 이해한다면 에반게리온은 안노 히데야키 감독 스스로의 치유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어릴적에 아버지와의 불화 및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안노 히데야키 감독은 에반게리온을 통해 신지라는 케릭터를 만들었고, 안노 감독은 신지라는 케릭터에게 감독 본인의 유년시절과 유사하게 어릴적부터 이카리 겐도라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상처받은 아이라는 설정을 기본적으로 입힙니다. (이 외의 종교적인 설정 등은 얘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설정에 대해서는 직접 유튜브를 찾아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후에는 우리가 아는 1화~24화까지의 전형적인 로봇활극애니메이션이 진행되는데, 사실 이는 모두 신지라는 케릭터가 촬영한 가상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즉 인셉션 처럼 애니메이션 속의 애니메이션인 것이며, 이 애니메이션속의 애니메이션은 신지라는 (안노 히데야키를 대신하는) 특촬물 촬영 감독이 에니메이션에 스스로 출연도 하고 촬영도 같이하며 촬영한 것으로, 1화~24화의 내용을 통해 신지는 주변인물들의 설정과 갈등관계, 애정관계, 여러 복잡한 인간관계와 성격, 상징 등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며 스스로를 치유하던 과정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상징적인 지하철씬의 독백(혹은 다른 자아와의 대화)이라던가, 모래로 만든 성을 무너뜨리는 장면 등과 같이 마치 심리치료를 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25화와 26화에서 신지 스스로가 상처를 치유하여 에니메이션 촬영을 종료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는 25화와 26화의 여러 장면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신지의 어릴적 모습 회상씬 등에서 조명장치나 카메라 등도 자주 발견이 되고요, 25화 26화에서는 대놓고 촬영 배경 - 네르프 본부나 에반게리온의 미니어처 - 이나 카메라나 반사판, 촬영 도구, 무대 등이 나타납니다. 즉 에반게리온은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속의 에니메이션이었던 것이죠
또한, 많은 사람들이 25화와 26화의 작화는 완성되지도 않은 콘티 수준이라 질타를 하는데, 이는 애니메이션 작화의 순서의 역순이라는 연출로 이해하면 됩니다. 25화~26화는 신지가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 촬영을 종료함으로써 신지 스스로도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작화의 역순으로 그 세계를 탈피하는 모습을 연출로서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혹자는 안노가 시간에 쪼달려 대충 마무리했다고는 하나 저는 안노 히데야키가 그렇게 어설픈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각종 에반게리온 해석 영상을 보면 1980~1990년대, 그렇게 정보라는 것이 많이 풀리지도 않고 지식이라는 것도 공유가 어려웠던 시절에 어쩜 저리도 많고도 깊은 종교적 지식과 철학 그리고 과학적 지식을 담아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90년대에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있을만한 젊은 에니메이션 감독이 몇이나 될까요) 이런 사람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그렇게 엉망으로 지었다고는 생각이 안 들고, 애니메이션의 목적 자체가 안노 히데야키 스스로의 치유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결말은 정말 깔끔한 결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가끔 보이는 에반게리온 TV판의 결말은 마치 시간이 없어서 땜빵식으로 처리했다라는 인터뷰도 사실관계나 전체 문맥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안노 감독은 스스로 25화와 26화의 결말은 원래 그렇게 유도한 것이라는 인터뷰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이번 극장판은 1편인 서에서부터 대놓고 회귀물임을 어필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마지막 극장판에서 이 회귀물의 결론이 TV판과 데칼코마니가 되고 있어 안노 감독의 연출력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다만, TV판은 신지(=안노 감독)의 치유물이었다면, 이번 극장판은 신지 주변인의 치유라는 점에서 정말 걸맞는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버지로 대두되는 이카리 겐도의 독백을 통해 아마도 안노 감독은 어릴적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치유했으며, 아스카와 아야나미, 카오루와 같은 주변인물들에게도 안식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 주변인물들의 모태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변인들 모두가 신지(=안노 감독)가 TV판에서 치유받았던 것 처럼, 이번에는 신지(=안노 감독)가 극장판에서 다른 이들(= 겐도로 투영되는 아버지나 그 외에 여러 사연이 있어 버림받고 멸시 받았던 케릭터들의 대명사인 아스카, 아야나미, 카오루의 모태가 되었던 누군가)을 치유했던 것이죠. 이런 케릭터들은 안노 감독의 주변인이 될 수도 혹은 에니메이션을 보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던 것으로, 안노 감독은 TV판에서 스스로를 치유했으니 이제는 여러분들을 치유하겠다고 이런 연출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방식이 TV판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신지는 촬영 감독으로서 (에니메이션 속의 에니메이션인) 극장판을 촬영했던 것임이 자명하게 마무리 장면에서 등장했는데요. 이로써 20년을 훌쩍 넘는 본인이 만든 작품에게 훌륭한 오마쥬를 선사함과 동시에 옛 TV판부터 지켜봐 오던 팬들에게 안노 감독은 TV판 결말이 당신들이 알던 그런 결말이 아니었다는 점도 훌륭하게 해명하여 에반게리온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선사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저긍로 이 극장판을 보고 나면 TV판을 보시는 분들도 TV판의 핵심 줄거리와 결말을 잘 이해할거라 믿습니다. 이렇게 이번 극장판은 TV판 에반게리온의 리부트이며, 또한 스토리로는 회귀물이면서 한편으로는 결코 TV판과는 같지 않은 방식으로 연출하여 마무리를 지음으로써 엔딩이 끝나고 나서 참 복잡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더군요. 이번 극장판 결말은 TV판 못지 않은, 어쩌면 TV판을 뛰어넘는 깔끔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직 저도 한번밖에 보질 않아서 그 외의 떡밥, 해소되는 떡밥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긴 합니다만 그런 걸 차치하고서 에반게리온을 통해 안노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남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언제 다시 볼지는 모르겠으나 좀 더 많은 해석 영상을 본 후에 다시 한번 이번 극장판을 음미하며 즐기고 싶네요.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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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