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감상후기(노스포)
먼저, 나홍진의 전작 <곡성>을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그런대로 즐기실수 있습니다. 다만 주제와 소재는 두 작품이 얼기설기 하기는 해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는데, 연출 방식에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시는게 나을것 같네요.
<곡성>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던 부분은, 감독이 보여주는 부분보다도 카메라 저편에서 자리잡은 묘한 분위기가 보는 이들을 쥐고 흔들면서, 결국은 끝까지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깨닫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들로 분위기를 잡은 뒤에, 가둬놓고 패는 느낌이었죠. 그렇지만 그것이 묘한 쾌감이 있어서, 수많은 관객들이 기꺼이 현혹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랑종>은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감독이 연출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달랐는데요. 코믹하게 시작하다 미친듯이 절정 이후 휘몰아치는 <곡성>에 비해, 괜찮은 도입부와 전개를 거치면서 고조되던 분위기를 후반부와 부드럽게 이어붙이기 보다는, '이런걸 기대하셨죠?' 라는 듯 강강강강으로 연타를 때리다 보니, 보는 이들을 피곤하게 한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배우들도 열일하고, 기술적으로도 잘 받쳐줬는데, 왜 살리질 못하니...)
특히 막판에는 장르의 틀에 갖혀버리는 선택을 해서 못내 아쉬웠는데요. 그런 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뻔뻔하게 밀어붙일수 있는 나홍진의 깡다구(?)를 반종감독이 갖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나홍진 같은 좋은 의미로 미친 감독은 많지 않죠)
나홍진이라는 이름을 의식하지 않고 여름에 어울리는 킬링타임용 호러무비를 원하신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씨집의 무시무시한 냉방도 한몫 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동양적 정서의 호러물이라 돈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다만 시사회에서 쏟아진 평들이나, 입소문만 믿고 보신 분들의 실망했다는 평도 이해는 갑니다. 안그래도 영화를 본 직후 씨집 에그지수를 확인해보니, 70%대로 개봉 첫날 치고는 아주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남들의 평에 너무 연연치 마시고, 보실 분들은 도전하셔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쓰레기같은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기대하는 지점이 너무 달랐을 뿐이죠. 나홍진 감독이 오히려 반종 감독을 말렸다는 이야기를 보았는데요. 감상후에 제가 예상해 보건대, 그냥 지옥도를 보여주려 한 것을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타협을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반종 감독이 나홍진의 엄청난 팬이라던데, 찝찝함(?)에 있어서는 잘 구현해낸것 같네요.
여러 모로 곱씹어보게 하는 흥미로운 영화죠.
호불호는 꽤 갈리는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