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제수용소 다룬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 일본 매체 리뷰
일본 영화 사이트 eiga.com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의 영화평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https://eiga.com/movie/93875/critic/
재일교포 감독이 연출했으며, 작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로 국내에도 잠깐 공개가 됐는데요.
아직 국내 극장 정식 개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네요. 일본에선 오는 6월 4일 개봉됩니다.
3D 애니메이션 표현이 효과적인 ‘북한 강제수용소의 진실’
'감옥 드라마'로서도 빼어난 만듦새
북한 강제 수용소를 무대로 그려지는 ‘가혹한 나날’. 그 광경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말. 그것은 ‘지옥’이다. 감독, 각본, 프로듀서를 맡은 시미즈 한 에이지(재일교포)가, 수용소 체험을 한 탈북자, 전직 간수를 인터뷰하고, 10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시킨 이야기에는 눈을 감고 싶어지는 현실이 똑똑히 담겨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1950년대부터 1984년까지 이어진 재일동포 귀환 사업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한 가족이다. 아버지가 정치범이란 혐의로 체포된 것을 계기로 주인공 요한은 연좌제에 의해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강제수용소로 연행된다.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극한의 수용소 생활이 그려진다. 가혹한 상황에서도 살아야 할 목적,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한 ‘절대적인 나침반’(영어 관용구), 보도되지 않는 ‘북한의 현실’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담긴 제목도 빼어나다.
특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수법일 것이다. 극 중 그려지는 것은 너무나도 비참한 삶과 죽음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강제적인 노동자원으로서만 살아야 하고, 수용자들은 의무적으로 공개처형을 지켜봐야 한다. 힘이 없는 자들에 대한 존중은 일절 느껴지지가 않는다. “실사로 만들게 되면 ‘공포영화’가 되어버릴 우려가 있었다”고 시미즈 감독이 설명할 정도로, 수용자들이 겪는 운명은 냉혹하다. 알려져야 할 진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야만 의미가 있다. 만약 실사영화였다면 보는 걸 망설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지나치게 데포르메하지 않고 한편으로 너무 사실적이지도 않은, 절묘한 맛의 캐릭터 조형도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터치의 캐릭터상은 마치 우화에 가까운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서 ‘상상의 여지’가 생겨난다.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 인물들의 ‘내면’에는 같은 운명을 겪었던 ‘실제 사람들’이 존재한다. 스크린에 투영된 캐릭터의 표정, 몸짓을 통해 그 점을 강렬하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격하게 감정이 흔들리게 되었다.
수용소 내에서의 상하 관계, 각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행하는 감시와 밀고, 고문이 반복되는 지하 유치장의 존재, 자유를 위해 도전하는 탈옥의 결과... 이른바 ‘감옥 드라마’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다. 오프닝과 연결되는 복선 회수도 생각지 못한 감명을 주었던 것을 덧붙인다. 작품 전체를 통해 부각되는 것은,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장소에서 '인간으로서 사는 의미'. 절망이 가득한 스토리인 만큼 결말에 제시된 희망이 한층 더 빛나 보이는 것 같다.
(오카다 히로시)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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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애니때 봤는데 인상적인 작품이었네요.
반공 애니는 <해돌이의 모험> 이후 안 봤고 또 끔찍한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아서...
작년에 봤던 후기입니다.
너무나 인상 깊은 영화라 우리나라도 꼭 개봉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