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그리며 그린다는 것. (Dtak 님 나눔!)
(부득이 스포가 포함되어 있어요 ㅠㅠ)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리워 한다는 것, 그것을 태운다는 것.
"당신을 그리러 왔죠" 원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대사가 타여초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당신을 그리는 것(miss)과 그리는 것(painting).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사랑도 그림을 그리러 온 것(painting)을 통해 그려진다는 것(miss)입니다.
처음부터 메타포인듯 타오르는 모닥불 주변에 캔버스를 말리고 있는 마리안느. 마리안느가 앞으로 이곳에서 그릴 그림과 그리워 할 사람이 타오를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대부분 이들 주변에는 타오르는 불꽃이 있습니다. 모닥불이든 벽난로이든 마리안느가 이곳에서 겪을 일화를 통한 그리움이 태워져야 함도 비유하는 듯 했습니다.
이런 묘사가 정점을 보인 때는 바로 엘로이즈가 모닥불에 의해 불이 붙은 상황이었습니다. 카메라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안느의 시선을 잡았고, 내내 절제되었던 음악이 크게 사용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합니다.
이는 다음에 엘로이즈와 마리안느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데... 그 직전을 보시면 평소처럼 산책을 하다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저승으로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들어간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그 둘의 감정이 통해요. 참 의미심장한 연출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타오른다는 의미는 소멸의 의미와 비슷한데도 타오르는 장면 이후 키스를 통해 이 두명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 의미는 사랑함에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결국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걸로 저한테는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불꽃은 열정적 사랑을 의미하기도 해요. 타오르는 엘로이즈를 보고 이들의 사랑이 타올랐던 것처럼. 한 요소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가득합니다.
#오르페우스 신화
점점 쌓아가는 감정선도 너무나 탁월하지만, 오르페우스 신화를 통해서도 각본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마리안느에게 뒤돌아보라며 외치는 엘로이즈. 결국 시인의 삶을 선택한거라는 자신의 책 해설처럼 마리안느는 뒤를 돌아보고, 엘로이즈는 사라집니다. 이들의 사랑을 신화에 빗대었다는 점. 그리고 그와 관련해 화가의 삶(그림을 그리며 그리워 할)을 사는 마리안느에 대한 연출 모두 좋았어요.
#결국 그림을 통해 그리워하다.
뒤돌아본 당시의 하얀옷을 입은 엘로이즈를 그리워하며 마리안느는 오르페우스 그림에서도 에우리디케에게 흰 옷을 입혀 그렸어요. 그리고 자신은 오르페우스처럼 파란 옷을 입었습니다. 또 학생이 꺼내놓은 그림에서도 엘로이즈를 타오르는 사람으로 표현했어요. 화가의 삶을 사는 마리안느가 타오르는 그녀를 그리워 하며 그림을 그린 것이죠.
그리고 전시된 그림을 통해 엘로이즈와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절정에 달한 음악의 사용입니다.
사계 여름 3악장 폭풍이 몰아치는 이 음악의 분위기 답게 감정을 폭풍같이 불러 일으켜요. 특히 엘로이즈의 감정을 롱테이크로 잡는 그 장면, 그리움과 희열을 내비치는 아델 에넬의 연기 너무 훌륭했습니다.
이렇듯 매우 절제된 음악이었다가, 감정을 터트리며 영리하게 음악을 사용한 점이 셀린 시아마 감독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인듯 합니다.
게다가 이 영화 속에는 사랑뿐만 아니라 평등, 연대의 이야기도 담았어요. 이 계급이 다른 3명이 같이 약초를 찾고, 각자의 할일을 하고. 저는 셀린 시아마가 작품에 담고자하는 내용이 너무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타여초 n차 여러번 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영화인지라 미흡한 점이 너무 많네요^^;;;;; 애매한 설명은 제가 뺐는데도 제대로 정리가 안된 느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ㅠㅠ 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ㅎㅎ 지적은 언제나 반가워요 ㅎㅎ
또 나눔해주신 덕에 다 내린 작품을 영화관에서! 특히 음향이 중요한 타여초를 좋은 극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부산에서 관람한 이 기억이 매우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ㅎㅎㅎ 다시 한번 좋은 나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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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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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시네마인가요?
앗 ㅎㅎㅎ 오늘은 부산에서 영화보고 왔습니다 ㅎㅎ 다 내렸는데 유일하게 걸어줬더라구요!!
가보진 못했지만 고급스럽고 사운드 풍부한 극장에서 보셨군요 👍
감정묘사를 따라가는 것도 너무너무 좋지만 동시에 다른 연출들도 매우 남다르기에 더욱 좋은 작품인듯 했어요 ㅎㅎㅎㅎ
우리나라말은 그리움, 그림, 글의 어원이 다 같은걸로 알고 있어요. ^^
(마음속을 긁다에서 파생되었다고 들은듯...)
덕분에 '그리다'로 이 영화를 더 멋지게 해석할 수 있는 듯요.
불꽃과 파도소리의 ASMR, 날것 그대로인 아까펠라와 마지막 관현악곡 ost
그리고 드레스코드를 통해 불과 물(바다)같은 둘이 어우러지는 영화를 은유한듯 하더라구요.
치마자락에 불이 붙었듯이 엘로이즈에게 마리안느가 묻어나고,
비록 바다에 같이 뛰어들진 않았지만
후에 바닷가 풍경속 불붙은 엘로이즈로 실제와 다르게 그려낸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봤어요.
초록색은 좀 의아했는데... 생각해보면 빨+파+초=빛의 흰색(웨딩드레스,속옷)이지 않을까 하는 뻘생각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