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생각한 《자산어보》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간의 공통점 (강스포일러)

어제 자산어보 보는 내내 타여초 생각이 자꾸 나서 이렇게나마 써봅니다. 현재까진 한국 영화에서 타여초와 가장 비슷한 맛이 나는 영화가 자산어보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두 영화는 스토리 구조 상 차이점이 눈에 띌 수밖에 없고, 결정적으로 자산어보는 퀴어 영화가 아니니 억지 부리는 거 아닌가 싶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했기에 한 번 쯤은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다회차 땡기는 한국 영화가 뷰티 인사이드 이후로 처음이라 그러니 이해해주시길 바라면서 글을 쓰겠습니다. (근거(?)에 대한 순서는 개봉 순.)
1. 주연들이 육지와 멀리 떨어진 좁은 섬에 갇혀 고립되었지만 그럼에도 그곳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교류를 만들어간다는 플롯 (마리안느와 엘로이즈 간의 사랑 - 약전과 창대 간의 지식 공유 말고도, 남자가 배제된 여자들 간의 교류와 우정 - 육지가 배제된 섬마을 사람들과의 사랑과 협력이라는 주조연 간의 앙상블도 포함)
2. 주연 중 한 명이 초반에는 다른 주연과의 관계를 거절함. 그렇지만 결국 마음을 열고 다른 주연을 도와줌. (초상화를 거부하는 엘로이즈 - 대역죄인을 도울 수 없다 말하는 창대)
3. 고립된 공간 안에서는 소박하게나마 용인되었지만 밖에서는 시대적인 한계 탓에 용납되지 못하는 욕구, 그리고 이상 (신분을 뛰어넘은 여성 간의 사랑 - 조선 후기의 불합리성에 대한 개혁 의지)
4. 그 한계덕분에 어쩔 수 없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외적 이미지를 받아들여야만 했던 주연 한 명 (사랑을 저버리고 결혼을 택한 엘로이즈 - 서학을 통해 만민평등 사상을 받아들였지만 상놈 드립은 여전히 잘 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국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한 약전)
5. 서로가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영향을 주고 받은 두 명의 주연 (짧았지만 평생 잊지 못할 사랑 - 성리학과 서학에 대한 시선과 지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
6. 그리고 욕망의 해소가 이루어진 작은 섬 밖으로 나간 두 주연의 행보 묘사 (타여초에서는 후일담으로 묘사되었으나, 자산어보에서는 둘의 갈라지는 행보를 육지와 우이도로 나눠 본격적으로 힘 주고 보여줌)
7. 섬 밖으로 나간 두 주연이 그 이후로 다시는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보면서 만나지 못함. (엔딩에서의 초상화와 비발디의 《사계》 中 여름 3악장 - 약전이 죽어서야 책을 받아보게 된 창대)
의견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무례하지만 않다면 뭐든 좋으니 마음껏 써주시길.
밀리어네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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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두 작품 다 좋게 봤지만 이런 공통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타여초가 초상화를 그리는 내용이라면 자산어보는 영화 자체가 수묵화나 다름없었죠.
두 작품 해당 시대를 상징하는 그림들을 보여준 것도 특징이었죠.

두 작품 다 좋아하는데 이렇게 보니 재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