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LP를 샀어요 + 소울 OST에 대한 단상
턴테이블이 생겨서 요즘 LP를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CD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듣는 것과는 달리, 한 사이드에 노래가 끝나면 다른 판으로 수동으로 갈아줘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고..
보관도 신경써줘야하는 등(엘피는 눕히지 말고 세워서 보관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날로그답게 확실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지직거리는 소음이라든가 엘피가 돌아가는 걸 가만히 보고있노라면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래 잔상에 남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이제 되도록 LP판으로 간직하려고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근래 좋게 들었던 OST인 소울 LP판을 구하게 되어 공유해봅니다 ㅎㅎ
소울 OST CD와 스트리밍 사이트의 음원은 40곡이 넘는 트랙리스트로 채워져 있고, 재생순서 역시도 영화에 삽입된 순서에 가까워요.
다만 소울 LP판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져 발매되어 있습니다.
조나단 바티스트(Jon Batiste)가 작곡 및 편곡하여 영화에 삽입된 곡과 영감을 받은 곡들로 이루어진 재즈 장르의 트랙이 있고요.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의 스코어 트랙이 있는데 제가 구입한 건 이 후자입니다.
재생되는 영상을 함께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업로드 능력의 부족으로 ㅠㅠ 사진만 올립니다.
겉표지입니다. 검은 원이 LP 모양 같기도 하네요 ㅎㅎ
속지와 LP 단면입니다. 속지 귀엽죠 ㅋㅋ
소울 오티와 함께 ㅎㅎ 자켓을 열어보면 내지가 저런 모습입니다. 사실 저 내지에 반해서 구입한 이유도 큽니다....
LP는 이렇게 인테리어 효과도 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오티 앞의 잎은... 영화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네..ㅋㅋ '22'가 잡던 그 낙엽을 차용했습니다 ㅋㅋㅋ..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에 따라 두 스코어가 나뉘어 사용됩니다.
재즈 장르의 곡은 주인공 '조'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에 주로 쓰이지만, 후자의 트랙은 '조'가 '22'를 만나는 세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처럼요.
이 배경음악과 영화 속 전개되는 스토리를 이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영화의 줄거리를 함께 소개하니 아직 영화를 감상하지 않으신 분은 유념해 주세요!)
'조'의 세상은 재즈와 매우 밀접합니다. 그는 재즈를 사랑하고, 늘 재즈와 가까이 있으며, 자신의 꿈이자 불꽃(스파크)이 재즈이기도 한 사람이죠.
이러한 '조'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상이 나올 때는 배경음악으로 재즈 선율의 OST가 깔립니다.
하지만 우연한 이유로 Great Beyond(사후세계)에 가기 전 잠깐, 그리고 대체로 '조'가 도망쳐서 '22'와 여러 관리자들을 만나게 되는 Great Before(태어나기 전 세상)에 있을 때는 재즈 장르가 아닌, 마치 "작업 프로그램을 돌려보면 이어져 있는 선이 아니라 점으로 찍혀 있을 것만 같은" 독특하고 신비로운 음들, 즉 앰비언트 사운드나 전자 사운드 느낌의 뉴에이지 장르의 배경음악이 깔립니다.
여기서 큰따옴표를 친 이유는, 제가 생각해낸 문장이 아니라 이동진 평론가님과 김이나 작사가님이 진행하셨던 랜선 GV에서 김이나 작사가님이 하신 말씀이라 인용한 것인데요. (정확한 워딩이었는지는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비슷한 의미였어요)
우리가 보통 어떤 음악에 대해 떠올릴 때 그 음악의 멜로디를 떠올리는데, 그 멜로디란 음표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고 이 음표들이 모이고 하나의 선율로 이어질 때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음악과 비교했을 때 Great Before라는 곳은, 이 음표들이 선율이 되기 전의 상태와 닿아 있습니다.
음표를 지구로 떠나기 전 '22'와 같은 영혼(정확히는 완성된 영혼은 아니고.. 영혼의 조각이랄까요)에, 선율은 그 영혼이 저마다의 스파크를 가져 삶을 살게 될 자격을 비로소 얻게 되는, 앞으로의 살아갈 인생의 과정으로 바꿔볼 수 있듯이 말이지요.
그러니 재즈 장르의 사운드트랙이 '조'가 현실의 세상에서 사랑하는 것, 즉 그의 스파크를 의미한다면,
앰비언트 느낌의 사운드트랙은 스파크를 찾지 못해 영혼(=점=악보의 음표)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22'가 영화 속 사건을 통해 자신의 스파크와 그를 발현할 삶(=선율=그리고 하나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여정을 '조'도 함께 하고 있지요. 이 LP 사운드트랙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Epiphany>인데요.
우리 말로는 어떤 상황이나 사실에 대한 깨달음, 의미의 발견의 뜻을 가지고 있는 제목으로서, 이는 '22'뿐만 아니라 '조' 역시도 영화 속 여정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다는 점에서 인상이 남은 곡입니다. 특히 제목의 뜻과 이 음악이 쓰인 장면을 연결시켜보면 더 뭉클해집니다 ㅠ_ㅠ
<소울>은 영화 그 자체의 메시지만으로도 감동이지만,
이렇듯 사운드트랙으로도 영화를 해석하게끔 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 같습니다.
사운드 트랙 부문에서 여러 번 수상하였다는 이력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네요. ^^
추가로, 이 앰비언트 느낌의 사운드트랙을 좋게 듣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도널 글리슨,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의 <엑스 마키나 Ex Machina(2015)>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반한 것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도 앰비언스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어서, 추후에 이 사운드트랙 관련해서도 기회가 된다면 글을 올릴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소울이 주었던 감동을 되새기며.. 주말의 마무리는 소울 OST와 함께 해요 !
쏠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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