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VS. 콩> 용아맥 후기 - 킹콩처럼 날아 고질라처럼 쏘다
<고질라 VS. 콩> 용아맥에서 보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느끼는 웅장한 박력에 진짜 넋 놓고 봤습니다.
어린 시절 열광했던 특촬물에 퀄리티와 스케일을 키운 느낌이라서 그런지 진한 향수에 젖었네요.
<퍼시픽 림>, <고질라(2014)>에 버금가는 괴수 영화의 걸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로봇이나 괴수 등에 놓여있으면 서사도 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니, 굳이 그 이야기를 말이 되도록 중언부언 떠들어대지 말고
인간은 할 말만 딱 하고 거대한 중량감을 가득 살린 액션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도록 연결만 잘 지으면 된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많은 블록버스터들이 과도한 욕심으로 자멸했죠.
바로 전작인 <고질라 : 킹 오브 몬스터> 역시 괴수 파트는 정말 황홀했지만, 인간 파트가 과도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머리를 들이밀은 나머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제작진이 절치부심했나봐요.
<고질라 VS. 콩>은 전작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모든 포커스를 두 거대 괴수에게만 집중합니다.
다행히 인간 파트는 딱 들러리 수준에 머물구요.
샐리 호킨스나 베라 파미가를 감히 이 따위로 쓰다니! 라며 열받게 만들었던 전작과는 달리,
레베카 홀과 같은 걸출한 배우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그게 괴수 영화에서 인간의 마땅한 역할이니까요.
(미국까지 날아와 눈만 열심히 까뒤집은 오구리 슌은 안타깝긴 했네요...)
마치 UFC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의 닉네임을 읊으며 열띤 분위기를 조성하는 느낌처럼 오프닝 시퀀스부터 고질라와 콩의 역대 전적(?)을 싹 살피면서 기대감이 들끓습니다.
과연 둘이 맞붙으면 어떤 느낌일까? 누가 이길까?
이런 생각으로 초반부터 두근두근하게 합니다. 용아맥의 광활한 화면과 엄청난 출력 역시 이런 감정을 고조시켜요.
드디어 두 괴수가 맞붙을 때는,
화면 안에 채 담을 수도 없는 그 거대함에 놀랐고
온갖 구도로 다이나믹하게 구성한 액션의 완성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퍼시픽 림>에서 집시 데인저가 유조선을 배트 삼아 괴수를 갈겨버린 장면 이후 이런 쾌감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하이라이트인 홍콩 시퀀스는 괴수 영화의 역대급 명장면입니다.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전설적 명경기인 럼블 인 정글에 버금가는, '럼블 인 홍콩'이라고 칭할 수 있겠어요.
킹콩은 날아다니고 고질라는 열심히 쏘는데,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치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홍콩 느와르처럼 구도를 잡은 어떤 장면에선 정말 제 안의 유치한 감성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전히 인간들은 짜증나게 하지만
두 괴수의 모습만으로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라갔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이런 블록버스터를 개봉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네요 :)
강력 추천합니다.
★★★★☆
추천인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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