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등](왓챠) 가스라이팅이란 심리학 용어를 낳은 영화

가스등은 영화팬이라면 꼭 봐야할 고전명작 목록에 있어 봐야지만 하고 미루다 오늘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생각난 김에 왓챠로 봤습니다. 1944년 작품이라 저작권 만료가 되었습니다.
사전에 알던 정보라곤 가스라이팅이란 심리학 용어가 유래된 심리 스릴러에 잉그리드 버그만이 남편에게 심리적 학대를 당하는 아내역입니다. 심리 스릴러라 제멋대로 히치콕 감독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조지 쿠커군요. 마이 페어 레이디, 스타탄생, 필라델피아 이야기, 아담의 갈비뼈 등으로 보아 여성 주인공 위주의 코믹한 이야기나 드라마 외에도, 심리 스릴러 장르 역시 영화사에 한획을 그셨군요.
영국판 제목은 손튼 광장에서 살인이란 직설적인 제목인데, 가스라이트, 즉 가스등이 훨씬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가스등의 변화로 극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도구같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인 이모가 갑자기 살해당한 후 유일한 상속인인 조카는 이탈리아로 성악 공부를 하러 떠납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그곳에서 만난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지고, 남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모의 죽으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영국의 저택으로 신방을 차립니다.
처음엔 다정했던 남편은 점차 그녀의 건망증과 물건 잃어버리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녀는 부정하다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하인들 앞에서 망신당할까 노이로제와 불안증에 시달립니다. 남편은 홀로 작업을 한다고 외출하고, 주인공은 밤마다 천장 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듣고 가스등의 불이 점차 작아집은 느낍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가스관으로 집안에 불을 켰는데 어느 방에서 가스불을 켜면 그녀가 있는 가스불은 저절로 작게 수그러듭니다.
집안엔 귀가 어두운 늙은 가정부와 시건방진 젊은 하녀가 있는데, 남편이 젊은 하녀가 있을 때 그녀의 고운 피부를 아내에게 대놓고 칭찬을 하거나 추근거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모욕감을 느낀 아내가 그런 행동하지 말아달라는 것을 너무 예민하다고 몰아세우거나 피해망상으로 몰아붙입니다.
거기다 남편은 아내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이웃뿐만 아니라 어릴적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게 교묘하게 막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그녀를 정신적으로 벼랑끝으로 몰고, 결국 소동을 일으키게 조장합니다.
영화 보면서 고구마를 한 100개를 먹은 듯 답답했는데, 남편의 처음엔 부드럽게 달래다가 점점 심리적 구렁텅이로 몰아세우는 행동이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대리 체험하는 기분입니다.
영화적인 미장센을 보자면 흑백영화에서 남편과 아내가 문밖으로 나올 때 빛과 그림자가 교대로 교차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들의 심리적 대결과 위치 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연출이라 감탄했어요. 존 쿠커 감독이 흑백영화를 칼라보다 훨씬 많이 찍어서 뭍어 나오는 노하우겠지요.
잉그리드 버그만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그외 아카데미는 미술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버지 따라 잉그리드 버그만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우아한 그녀가 교활한 남편의 의되대로 점차 정신을 놓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것에 답답해하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습니다. 남편역의 샤를 보이에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었는데, 나중엔 그 짜증나는 얼굴만 봐도 주먹을 불끈 쥐고 싶어지더군요. 부부의 관계를 관찰하던 경찰 수사관 역으로 조셉 코튼이 맡았는데, 이분은 시민 케인과 위대한 앰버슨가서 본 것 같습니다.
가끔은 추운 겨울밤 집안에서 따뜻하게 고전을 보는 것도 좋네요. ㅎㅎ
추천인 10
댓글 5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