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1984] 야심찬 시도 아쉬운 결과물(스포)
※ 이 글에는 <원더 우먼 1984>의 스포일러가 담겨져 있습니다. 만약 영화를 안봤거나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이 페이지에서 나가거나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개봉날 수요일에 CGV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고 목요일에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 일반관에서 보고왔습니다. 확실히 원더우먼의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보이더군요. 이번에는 제가 느낀 단점과 장점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 히어로물이 마지막에 주인공이 악당을 무찌르고 끝나는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가 보였습니다. 저 또한 원더우먼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지지하는 바이지만 <원더 우먼 1984>에서 그게 잘 표현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입니다. 마지막 맥스웰과 원더우먼의 대화는 좋은 연출과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받쳐줘야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연출이 아쉬운데다 주연인 갤 가돗의 연기도 그만큼 받쳐주질 못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길면서 밋밋한 장면이 탄생되어버렸습니다. 감독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한들 그걸 살릴 수 없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액션이 별로였다고하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오프닝의 쇼핑몰 전투신은 80년대 감성을 잘 보여줘서 좋았고 카이로 전투신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백악관 전투신도 보는 사람이 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치타의 위력적인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나쁘지 않은 전투신을 보여주다가 하필 마지막 치타와의 전투가 그전까지 보여준 전투에 비해서 실망스럽게 연출되다보니 더 그렇게 느껴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우째 원더우먼은 1편이나 2편 모두 마지막 전투신이 별로라는 특징이 붙네요) 거기에 맥스웰과의 클라이막스 또한 맥없이 끝나다보니 여기에 액션까지 별로였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초중반이 괜찮아도 결말이 별로면 끝날 때의 안좋은 인상이 강하게 남기마련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클라이막스가 맥없이 끝났기때문이라고 봅니다. 러닝타임이 길다보니 중간부터는 내용이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는데 마지막에 잘 마무리만 지었어도 평이 지금보다 더 나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떻게 진행을 하든 결말부를 잘 매듭짓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됩니다.
이 영화에서 볼거리는 빌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입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의 섹시한 위스키 요원, <더 만달로리안>의 주인공 딘 자린으로 요즘 잘 나가는 페드로 파스칼이 맥스웰 로드를 맡았습니다. 영화를 사전정보없이 본 사람들은 이 사람이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위스키 요원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었을겁니다. 그만큼 배우가 외모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외관이나 목소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벤치마킹했다는게 눈에 띄었고 이걸 단순히 따라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캐릭터가 가지는 인간적인 면모를 잘 표현합니다. 그의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도 아프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배우가 열일을 합니다. 그래서 액션 장면이 많지않음에도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페드로 파스칼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할겁니다.
이번에는 바바라 미네르바/치타를 맡은 크리스틴 위그를 볼까요? 코미디 전문 배우의 인식이 강한 만큼 초반부터 망가지거나 너드 캐릭터를 잘 소화해냅니다. 게다가 그녀는 발성이 잘 되어있는 배우이기도해서 목소리를 이용할 줄 압니다. 초반에 너드일 때의 목소리와 후반부 치타로 나올 때의 목소리 는 같은 캐릭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르게 다가옵니다. 원더우먼을 맡은 갤 가돗이 로우톤인데다 발성이 안되서 몇몇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반면에 크리스틴 위그는 하이톤인데다 발성이 제대로 되어있어서 이런 대비가 눈에 띕니다. 게다가 표정 연기도 잘해서 바바라일 때의 모습과 치타로 흑화하는 모습의 대비가 상당히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어도 빌런이 2명으로 늘면서 그만큼 비중이 분배되고 러닝타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초반에 바바라의 변화과정을 잘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맥스웰에게 초점이 옮겨지면서 그녀의 비중이 사라집니다. 바바라의 설정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인데 이걸 잘 살리지 못한 연출과 비중때문에 한편으로는 아쉬웠습니다. 이럴거면 욕심부리지말고 빌런을 1명으로 해서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게 심도깊은 이야기를 그려나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놔서 후속작에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작 <원더 우먼>을 상당히 좋게 봤습니다. 물론 마지막 전투가 아쉬웠다는 부분 또한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원더 우먼>을 좋게 본 이유는 바로 로맨스때문이었습니다. 히어로 장르에서 이만큼 로맨스를 잘 다룬 영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연출했더군요. 그 부분은 이번 <원더 우먼 1984>에서도 여과없이 보여줬습니다. 즐거우면서도 마지막에는 안타까운 로맨스를 볼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연기 부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크리스 파인이 연기를 잘해서 로맨스 부분이 빛나는 것도 있습니다. 1편에서도 크리스 파인의 공이 컸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의 연기력이 빛을 발휘합니다. 전체적으로 갤 가돗의 연기력이 아쉬웠다고하지만 트래버와 이별하는 장면에 한해서만큼은 그녀의 연기도 물이 올랐습니다. 그게 마지막까지 이어지지않아서 아쉬울 뿐... 그래서 3편이 나온다면 메시지보다는 로맨스 부분을 더 집중해서 보여주는게 좋지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치타가 마지막 전투에서 이런 대사를 합니다.
"이 순간에도 나를 가르치려 하는구나!"
영화의 연출을 잘했다면 가르치기보다 전달을 했을텐데 그게 안되서 결과적으로는 관객들을 가르치는 영화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감독이 히어로 장르에서 보여주기 힘든 요소를 시도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게 잘 전달이 안된게 아쉬웠습니다.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있기때문에 원더우먼 3편이 나온다면 저는 볼겁니다.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번 작품에서 지적된 부분만 개선되서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P.S - 페드로 파스칼이 킹스맨2에서 올가미를 쓰는 캐릭터를 맡았다면 원더우먼 84에서는 반대로 올가미에 잡히는 캐릭터를 맡네요😂
추천인 14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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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잘하다보니 갤 가돗의 연기랑 비교되더군요. 말씀하신대로 빌런이 1명이었으면 갤 가돗의 존재감이 없어질 우려가 있었을거라고 봐요. 빌런 2명이 후반부에 갑자기 결탁하는 바람에 급전개로 느껴졌고 급리타이어했죠. 이런 전개때문에 영화가 혹평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갤 가돗의 이미지와 아우라는 원더우먼에 어울리지만 연기가 발목을 잡아요. 그래서 갤 가돗이 발성만이라도 어느정도 개선했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연기가 지적받는 요소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바로 발성이라고 보거든요.
그래도 찰떡같은 캐스팅이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원더우먼이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점과 갤 가돗 본연의 아우라는 아무나 가지진 못 하는거라 .. 게다가 2편에서 스티브와의 로맨스씬 부분들은 거의 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감정선을 잘 표출하고 드러냈던 부분이라 저는 1편보다는 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ㅎㅎ
아, 물론 부족한 연기력과 아쉬운 발성은 저도 노력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ㅠ
린다 카터 배우님을 스크린으로 짧게나마 봐서 좋았습니다.
갤 가돗의 경우 기대치가 낮아서 그런지 저는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로맨스씬과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울부짖는 장면에서요. 물론 영화의 기둥 소년소녀 가장은 두 빌런이었습니다ㅎㅎ (킹스맨을 좋아해서 여러번 관람했는데도 페드로 파스칼을 못알아 봤어요!) 후반부와 결말은 대강 쓴 만화식 꽉찬 해피엔딩이라 어이 없었지만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력으로 강제 이해시킨 기분입니다. 저도 원더우먼3을 기다려요.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제가 왠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을 잘 느끼는 타입이 아닌데 N차를 하면서 두 빌런의 연기를 계속 집중하게 되더군요.
다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출이 안따라주면 말짱 꽝이어서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은 연출 + 갤 가돗 연기 + 페드로 파스칼 연기가 갖춰줘야하는데 연출이 별로여서 페드로 파스칼의 연기가 그리 인상적이지도 않았어요. 거기에 갤 가돗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연기가 안따라주니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탄식도 나왔고요.😣
이번 작품에서 패티 젠킨스를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거라고 보지만 저는 그래도 이 사람이 잘하는 부분(로맨스)도 있고 그것때문에 원더우먼을 좋아하다보니 3편도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번에 지적받은 부분들을 개선한다는 전제하에서요.
포스터로 골든 아머 강조했던게 큰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낚시로 받아들이는 분들 꽤 있더라구요.
DC는 왜 가족애 엔딩을 포기하지 못할까 싶기도 했고.. 원기옥같은 연출이라 드래곤볼 1984 이야기도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다이애나와 스티브 간의 로맨스 만으로도 볼 가치는 있는 영화입니다. 그 이후가 기대치를 전혀 충족하지 못해서 그렇죠ㅠ
골든 아머를 홍보한 것에 비해서 역할이 미미했죠.😢
가족애가 가장 보편적이면서 모든 관객들에게 통하기 때문에 고수하는 것 같습니다.(다만 그걸 관객들이 납득못하게 표현한게 문제일뿐...)
나쁘게 보자면 원더우먼은 로맨스밖에 건질 것이 없다는 평도 나올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용철 평론가의 평인데 상당히 공감이 되요.
빌런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보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연기자들의 열연이 있는데도 작품이 그걸 잘 살리지 못한 방향으로 가서 아쉬워요.
첫작인 맨옵스부터 사실상 버오프를 제외하면 모든 DCEU영화에 가족애 표현이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대슈, 아쿠아맨, 샤잠은 작중 중요 갈등이나 빌런과의 대결에서 가족애가 모든걸 해결하는 가족만능주의 전개가 나왔습니다. 본작에서도 아들 때문에 맥스웰 로드가 모든걸 포기하는게 나왔고요. 아무리 디즈니가 가족친화적 성향을 띈다고 해도 이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영화나 마찬가지지만 특정 성향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면 그냥 다루지않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원더우먼 84도 다루고싶은 것은 많은데 그걸 소화해내지 못한 케이스라고 보고요.
초반 오프닝 아마존 대회와 쇼핑몰 도둑 검거 까지 기대치와 두근거림이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그 후로는 점점 내려간다고 해야할까요 ..
중간에 3번 올라가는 구간이 있는데 (온전히 제 기준입니다 ㅎㅎ) 1. 스티브와의 재회 2. 카이로 전투씬 3. 스티브와의 이별 후 원더우먼이 하늘을 날고 번개를 잡아 이동하는 장면 ! 딱 저 정도만 집중해서 보고 그 외에는 그냥저냥 잠깨면서 봤네요 .. (물론 N회차 하다보니 그런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셋져님이 글에 쓰신것처럼 빌런 2명의 비중이 좀 아쉽긴했습니다. 둘 다 배역도 너무 잘 맞고 연기도 정말 좋았는데 빌런 둘의 '접촉'은 있지만 '조화'는 없더군요 .. 빌런이 1명이었으면 갤 가돗이 완전히 존재감이 없어졌을 것 같고, 2명이 되서 배분은 좋았는데, 그 빌런끼리의 시너지가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둘 다 마지막이 너무 허무하구요 .. 이게 제일 큽니다. 빌런 2명의 퇴장이 둘 다 너무 어이없다는거 ..
그래도 갤 가돗은 1편과 이번 2편을 통해 원더우먼 = 갤 가돗 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것 같고 (아이언맨 = 로다주 처럼 너무 잘 어울려요 일단 ㅋㅋ) 파워업까지 했으니, 다음 편을 더 기대해볼만하다고 생각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