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내가 이걸 왜 봤지 싶은 영화..'어쌔신'

넷플릭스에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즌 3..1화가 올라와서 재밌게 보고...
역시 영화 뺨치는 시리즈야.. 하고 만족하고..
다른거 볼 거 없나 슥 보다보니 실베스터 스탤론,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어쌔신>이 눈에 띄더라고요.
어렸을 때 비디오가게에서 꽤 인기 있던 영화였고, 케이블 TV로도 자주 방영했는데.. 어쩌다보니 건너 뛴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각잡고 제대로 볼까 하고.. 보는데..
그동안 제가 이걸 안봤던 이유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속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너무 등신같은 거예요..;;;;
암살계의 1인자가 되려고 깝죽대는 젊은 2인자 역인데...
하는 행동마다 오두방정스럽고 오버질해대는 게 참 꼴불견입니다.
악당이 이 모양이니.. 아무리 스탤론 형님 영화라도 참고 봐주기가 힘들어요.
스탤론은 이 영화에선 과묵한 킬러로 나오는데 나름 괜찮다 싶더라고요. 영어권 관객들이 보기엔 연기가 꽝인지, 이 영화로 골든라즈베리상 후보에도 오르긴 했지만 대사 없는 장면들에선 제법 멋있습니다. 스탤론 영화 중 나름 재밌는 액션 영화인 <스페셜리스트> 생각도 나고....
한편 여주인공은 줄리안 무어 여사더라고요. 젊은 시절 푸릇푸릇한 모습.. 심지어 잠들기 전 화장 싹 지운 모습도 보는 건 흥미로웠습니다.
암튼 영화가 간간히 괜찮은 장면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져서.. 그만 봐야지 했는데..
그 순간, 문제의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바로 이거!!
21세기 들어서 수없이 패러디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움짤....ㅋㅋ
"아니 이게 이 영화에서 나왔었단 말이야???"
깜놀하고 나서, 아무래도 끝까지 봐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간 20세기 액션 영화들의 문제점인데...
최근 영화들에 맞춰진 눈높이로는 이 영화 속 전문 살인청부업자, 킬러들이 전혀 전문가스럽지 않아 보이는 게 문제예요. 날고긴다는 월드클래스 킬러들이 하는 짓이 뭔가 어리숙하고, 장비들 다루는 게 어딘지 아마추어스럽습니다.
이런 레전드 킬러들을 봐왔는데...
이런 게 좋아보일 리가 없죠....;;;
특히 이 영화 후반부에 낡은 호텔 + 은행 인출 장면은 지금 보면 완전히 코미디예요. 쟤네들이 정말 세계 최고의 킬러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똥개훈련 같은 생쑈를 해댑니다. 엔딩도 허무하기 그지 없고요.
다만 이 영화는 줄리안 무어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의 설정도 그렇고(엘렉트라라는 이름이 뭔가 깊은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여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의 상황 등에서 간간히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랑은 다른 구석들이 보여요. 굉장히 멋진 액션씬 혹은 참신한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 법한 디테일들이 보입니다. 그걸 잘 못살린 것 같고요.
검색해 보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 원안과 각본을 쓴 이들이.. 자매로 성전환하기 이전 / <매트릭스>를 세상에 내놓기 이전의 워쇼스키 형제들이더라고요.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조엘 실버에게 각본료 100만 달러를 받고 넘긴 각본으로 영화화한 건데...
이게 <슈퍼맨> <리쎌웨폰> 시리즈의 리처드 도너 감독에게 넘어갔고, 각본 내용이 좀 맘에 안들었던 도너 감독은 브라이언 헬겔랜드에게 각본 손질을 맡겼는데.. 워쇼스키 형제들이 질색을 할 정도로 왕창 뜯어고쳤대요.
헬갤랜드도 <LA 컨피덴셜> <미스틱 리버> 각본가로 유명하지만, 워쇼스키가 쓴 각본과는 좀 스타일이 안 맞았나 봅니다. 헬겔랜드가 뜯어고친 각본이 싫었던 워쇼스키는 크레딧에서 자기들 이름을 빼달라고 했지만, 각본가 협회 규칙상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됐더라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자매)의 원안대로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촐싹대던 반데라스 대신 다른 배우를 섭외했더라면 지금도 명작으로 꼽히는 액션 스릴러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전설의 움짤은 탄생하지 못했겠지만 말입니다.
암튼.. 명장면(?)에 낚여서 영양가 없는 영화를 보느라 새벽 시간 보낸 뒤 열받아서 쓴 글이었습니다.ㅎㅎㅎㅎ
golgo
추천인 27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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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면 한창 골든 라즈베리 단골이던 시절일 텐데..

이 영화랑 저지 드레드 때문에 라즈베리 후보가 됐는데.. 저는 그 저지 드래드도 좋아해요.

영화 탄생 배경이 더 재밌는 영화군요ㅡ!!!ㅋㅋ



그래도 당시에는 인기 있었고 재밌었던 영화 였는데 저 역시 당시에 재밌게 봤었고 지금 보면 또 다를려나요?




워쇼스키 : 아악! 나의 <어쌔신>은 이렇지않다능! 우리 이름 빼달라능!
리차드 도너 : 각본가 협회 규칙때문에 반데라스!!

아하 재밌는 짤이 있었군요.ㅎㅎ
마돈나가 진실 혹은 대담에서
반데라스한테 반했었지요~~
비슷한 시기에 나온
데스페라도도 생각납니다.

그나저나 포스터 짤 보고 놀랐어요. 애경이 극장 사업 한 적 있었군요.


위추 드립니다.


겟 카터가 생각나네요...
상상도 못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