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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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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네오리얼리즘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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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리얼리즘은 리얼리티를 아무런 편견 없이. 관습의 개입 없이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 사회적 리얼리티 뿐 아니라 영적인 리얼리티. 형이상학적인 리얼리티. 인간 내에 있는 모든 것까지도.’ - 페데리코 펠리니 -

내가 생각하기에 네오리얼리즘은 본래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공하는 도덕적 입장이었다. 이후 그것은 미학적 입장이 되었지만, 애초에 그것은 도덕적인 것이었다.’ - 로베르토 로셀리니 -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는 참으로 특이한 영화 인생을 살아온 감독이다. 무엇보다 그를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덧붙여지는 첨언은 영화계의 신선이라는 표현이다. 19081211일에 태어난 올리베이라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루키노 비스콘티보다 2살 어리며, 자크 타티와 데이비드 린과 동갑이며, 구로사와 아키라보다 2살 많다. 그리고 그는 찰리 채플린이 <시티 라이트>, D.W 그리피스가 마지막 영화 <투쟁>을 만든 1931년에 <두로, 하천 작업>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영화감독 데뷔를 한 이후부터 2014년인 지금까지 총 83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다. 어쩌면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는 19세기의 D.W 그리피스부터 21세기의 자비에 돌란까지. 영화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해온 영화감독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아트시네마 소식지에서 유운성 평론가가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꾸준히 작업 했다는 것만으로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를 칭송한다면 그것은 올리베이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얼렁뚱땅 그를 칭송하면서 넘어가려는 행동일 것이다. 올리베이라의 아직도 숨겨져 있는 수많은 영화들을 포함한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그렇기에 올리베이라에 대해서 성급히 확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며, 또한 그의 작품은 영화의 역사를 관통해온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역시 유운성 평론가가 언급한 것처럼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와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감독은 바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일 것이다.(이 부분에 대해선 한나래시네마에서 발간한 [로베르토 로셀리니]를 읽어 보시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로셀리니의 그림자에 기대어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와 루이스 뷔뉘엘,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가 올리베이라 영화의 한 뿌리를 심어놓고 있다. 올리베이라의 경력은 다소 특이한데, 그는 20살이 되던 1928년에 영화 연기 학교에 입학하였지만 먼저 배우가 되지는 않았다. 그리곤 23살인 1931년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감독으로 데뷔한 후, 1933년엔 포르투갈 최초의 유성 영화인 <리스본의 노래>에 배우로 출연했다.(그리곤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배우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1931년에 다큐멘터리를 만든 후, 줄곧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1942년에 <아니키 보보>라는 영화로 극영화 데뷔를 하게 된다.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가 1942년에 <아니키 보보>를 만들고 있을 때, 유럽에선 한참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1942년엔 그 유명한 미드웨이 해전과 과다카날 전투가 일어난 해이며, 독일이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독가스로 학살하고 있던 바로 그 해였다. 동시에 그 해는 비토리오 데시카와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선전 영화를 만들고 있었고, 루키노 비스콘티는 <강박관념>을 이제 막 만든 해였다. 많은 사람들이 네오리얼리즘의 효시라고 말하는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와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도둑>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등장했다. 사실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사조 자체가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발생된 것으로 흔히들 정의 내리는데, 그것은 흔히 이 네오리얼리즘 계열에 있는 영화들이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전쟁 후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빈민과 부랑자, 일반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수잔 헤이워드가 쓴 [영화 사전]에서, 그녀는 네오리얼리즘의 스타일적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는데, ‘문학 작품을 각색한 영화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배경으로 그리며, 그 주 내용은 빈곤과 실업이고,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고, 야외 촬영을 하며 핸드헬드와 다큐멘터리적인 영상을 추구하는영화를 두고 그녀는 네오리얼리즘이라고 적었다. 그런 영화사적 정의로 말한다면 네오리얼리즘의 시작은 영화사 책을 펼치면 언급되는 것처럼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라고 정의 내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네오리얼리즘은 영화사 책에서, 그리고 영화 교양서적에서 정의 내리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네오리얼리즘은 마치 장 뤽 고다르가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쥬에 대해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흔히 정의 내리는 네오리얼리즘보다 더 광대한 무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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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점에서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의 첫 번째 극영화인 <아니키 보보>는 다소 당혹스러운 영화다. 이 영화는 아직도 유럽 대륙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1942년에 만들어졌지만 영화에는 전쟁을 언급하는 어떠한 메타포도 없다. 물론 당시 연합군에 적당히 기대어 파시스트 세력을 몰아내며 전쟁을 치루고 있던 중립국포르투갈의 상황이었지만, 한 쪽 유럽에선 전 유럽을 망가트리고 있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와중에 전쟁과 전혀 무관한 듯한 영화가 나온 것은 다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그렇다고 <아니키 보보>가 당시 유럽에서도 성행하고 있던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이 영화는 수잔 헤이워드의 정의에 따르면 네오리얼리즘의 계열에 포함되어야 할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모두 비전문배우였고, 야외 촬영과 핸드헬드 촬영. 그리고 최소한의 조명에 대한 사용과 같은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는 로셀리니가 <무방비 도시>를 만들기 3년 전에 이미 네오리얼리즘의 그것을 성취한 것이다. <아니키 보보>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주인공은 칼리토스다. 8살에서 10살 사이의 나이 정도 되 보이는 그는 같은 반의 한 소녀를 좋아한다. 그런데 칼리토스의 무리의 대장인 에두아르도 역시 그 소녀를 좋아하게 되면서 둘은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 소녀는 한 잡화점에 있는 인형을 가지고 싶어 하는데, 돈이 없는 칼리토스는 인형을 훔쳐 그 소녀에게 선물한다. 누군가 인형을 훔쳐간 것을 알게 된 잡화점 주인은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마침 잡화점 주인이 칼리토스를 의심해 그를 따라다니고 있던 그 때 소녀를 두고 에두아르도와 칼리토스가 몸싸움을 벌이고 에두아르도는 언덕 아래 기찻길로 떨어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칼리토스가 에두아르도를 밀어 그를 죽이려고 했다고 모함한다. 그로 인해 칼리토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지만 네오리얼리즘의 핵심은 비전문배우, 야외촬영과 같은 스타일적 측면이나, 도시에서 빈민과 부랑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그려냈다는 내러티브적 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세계를 불완전하게 그려냈다는 그 테마와 스타일의 합일화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네오리얼리즘은 세상은 언제나 모호하고 진실은 고정되있는 것이 아니며, 세계는 다성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는 전제를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오리얼리즘은 2차 대전을 거치며 그 자신들이 파시즘의 광기로 인간을 마치 사물처럼 명백히 규정하면서 전쟁을 일으킨 이탈리아 내에서 출발한 것이다.(왜 같이 전쟁을 일으킨 독일에서는 네오리얼리즘이 불가능했는가를 묻는다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독일의 많은 감독들은 나치즘을 피해 타국으로 망명을 떠났지만 이탈리아 감독들은 자국 내에서 여전히 많이 활동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파시스트 정부는 나치 정부와는 달리 영화에 대해 유순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헐리우드 스타 잉그리드 버그만을 데리고 찍은 로셀리니의 고독 3부작(<이탈리아 여행>, <유로파51>, <스트롬볼리>) 역시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네오리얼리즘의 핵심적인 주인공들은 대부분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여자와 아이들의 공통점은 남성에 비해 약자이고, 그들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불안정한 존재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니키 보보>에서 우선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아직 이성이 성숙하게 발달하지 못했고, 세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 아이들은 다른 면에선 순수의 상징으로 많은 네오리얼리즘과 그 이후의 영화에 절대적인 캐릭터로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역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독일 영년>에 나온 에드문드일 것이다.(물론 <무방비 도시>의 마지막 엔딩의 아이들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독일 영년>과 같은 해에 나온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 그리고 그 두 영화에 영향을 받은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들도 빼놓을 수 없다.(<400번의 구타><포켓머니>)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영화에서 아이들은 그 순수함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시각을 가지면서 네오리얼리즘의 미학에 적합한 등장인물로 여겨졌다. <아니키 보보><자전거 도둑>보다 무려 6년이나 먼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 영화들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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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순히 이 영화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해서 네오리얼리즘적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올리베이라는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불완전하고 미완성된 인간의 특성을 내러티브에도 적용시킨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시퀀스는 에두아르도가 기찻길로 떨어지는 시퀀스이다. 이 시퀀스에서 에두아르도가 떨어진 것에 대해 아이들은 칼리토스가 그를 밀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아이들의 싸움을 뒤에서 지켜본 잡화점 주인은 에두아르도가 혼자 미끄러져 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시작은 바로 그 중심이 되는 시퀀스의 반복인데, 오프닝에서 아이들이 언덕에서 기차가 오는 것을 보고 신나 하다가 에두아르도가 언덕 아래로 구르고, 소녀는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화의 후반에 다시 한 번 반복되는데 올리베이라는 이 장면을 오프닝에서 한 번, 영화의 중간에 한 번. 총 두 번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이 시퀀스를 클라이맥스의 사건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과정을 보게끔 만든다. 그것은 사건 중심적이고 절정의 시퀀스를 클라이맥스로 정하는 일반적인 헐리우드의 내러티브 문법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어떤 사건에 대한 다중적인 이미지. 그리고 다중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도 네오리얼리즘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내러티브적으로도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개의 미세하게 다른 이미지(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칼리토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영화 내적으로도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에두아르도가 언덕으로 떨어진 사고에 대한 아이들의 증언과 목격자의 증언이 다르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칼리토스의 모습은 처음에 언급한 로셀리니의 말처럼 칼리토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계에 대한 도덕적 입장이 파괴되면서 기인되는 행동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칼리토스의 인간적인 모습은 헐리우드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생생하게 현실에서 끄집어낸 리얼리즘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키 보보>의 기억할만한 또 다른 요소는 도시 풍광을 잡아내는 숏들이다. 이미 데뷔작 <두로, 하천 작업>에서부터 도시의 건축물을 포착하는 데 특기를 보인 올리베이라는 도시 건축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만들었는데 <아니키 보보>에서도 그런 올리베이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두로 강을 끼고 있는 포르투의 다양한 지형이 주 로케이션인 이 영화는 몇몇 장면에선 도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1920년대부터 30년대 까지 많이 등장했던 도시-모더니즘계열의 영화의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키 보보>의 특이할만한 지점은 바로 이후에 로셀리니가 보여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의 모호한 혼동이 이 영화에도 들어가 있다는 점인데, 리얼리즘이 말 그대로 현실 세계에 있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면 그 리얼리즘엔 오직 명징한 현실의 측면이 표현되어야 할 것이고, 모더니즘은 (그 무구한 의미를 아주 도식화하자면) 도시와 기계 문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현실의 진보적 개량을 목표로 하는 사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은 대척점에 있는 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셀리니처럼 올리베이라는 <아니키 보보>를 포함한 이후의 영화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기묘한 동거를 추구하고 있다. 올리베이라가 <아니키 보보> 이후에 20년 만에 만든 두 번째 극영화인 <봄의 제전>은 포르투갈의 트라스-우스-몽트스 지역에서 일어나는 예수 수난에 대한 연극을 촬영한 영화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그것이 연극인지 아니면 정말 예수 수난의 시기를 찍은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모호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로셀리니 역시 올리베이라와 비슷한 궤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앙드레 바쟁이 로셀리니의 <이탈리아 여행>을 두고 현대 영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바쟁은 올리베이라의 <아니키 보보>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앙드레 바쟁은 <아니키 보보>를 두고 이 영화가 네오리얼리즘의 선구적인 영화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라고 표현했다.)

 

<아니키 보보>는 일종의 영화적 과도기에 위치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기차와 다양한 도시 건축물과 기계들(다리, 크레인, )은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서 등장한 기계적 모더니티를 연상하게 하지만, 영화는 명백히 네오리얼리즘적인 특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무방비 도시>, <자전거 도둑>, <대지는 흔들리다>도 모더니티와 리얼리티의 동거를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물론 올리베이라가 <아니키 보보>를 만들 때 위에 언급된 세 편의 네오리얼리즘 영화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올리베이라가 어떻게 해서 <아니키 보보>를 만들게 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계보를 추측할 수 있을 단서는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가 2012년에 사이트 앤 사운드지에서 뽑은 베스트10 목록의 영화들로부터이다. 올리베이라가 뽑은 열편의 영화중에 1942년 작품인 <아니키 보보>가 만들어지기 전에 나온 영화는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와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 존 포드의 <밀고자>,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이다. 아마도 올리베이라는 채플린과 에이젠슈테인의 모더니티와 드레이어의 리얼리티, 존 포드의 데코파주에 깊은 감화를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참고로 올리베이라가 뽑은 영화 중 <아니키 보보>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는 <이반 대제>(에이젠슈테인), <게르트루드>(드레이어), <무쉐뜨>(브레송), <우게츠 이야기>(미조구치), <플레이타임>(자크 타티), <이탈리아 여행>(로셀리니)이다. 이 목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리베이라는 모더니티와 리얼리즘의 긴밀한 결합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올리베이라는 그것을 이론으로 정립시킨 후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들다보니 그것이 어떤 한 사조의 형태로 정착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감독들과는 노선을 달리한다. 최초의 네오리얼리즘 영화로 평가 받는 <강박관념>을 만든 루키노 비스콘티는 장 르누아르의 <토니>의 조연출을 맡았었는데, 르누아르는 <토니>에서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다양한 영화적 형식을 사용했다. 다시 말해, 루키노 비스콘티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사용해서 <강박관념>을 만든 것이었는데 올리베이라는 그런 네오리얼리즘적인 것을 의도하지 않고 <아니키 보보>를 만든 것이다. 올리베이라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에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고, 그가 본 영화들의 영향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니키 보보>는 아직도 미지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이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네오리얼리즘 영화이며, 모더니즘 영화가 등장하기 전에 모더니티를 실험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니키 보보> 이후로 올리베이라는 자신의 첫 번째 극영화에서 보여줬던 특징들을 자신의 영화적 세계관으로 정착시키면서 로셀리니 이후 가장 모던한 영화를 만드는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올리베이라에게 로셀리니의 이후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로셀리니와 함께가장 모던한 영화를 만들었고 로셀리니가 사망한 지금 영화와 세계의 경계를 뛰어넘어 모더니티 이후의 영화를 만들고 있는 작가일지도 모른다. <아니키 보보>는 바로 그런 올리베이라의 위대한 출발이자, 영화사에서 네오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기묘한 동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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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글이네요.^^

이분 영화를 본 적 없지만.. 나중에 기회되면 꼭 챙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8:03
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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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빠겐 5시간 전10:45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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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 카란 5시간 전10:44 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