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돌멩이] 잔잔한 마음에 돌멩이를 던지는 영화
익무 시사로 7관 정말 오래간만이었는데, 정말 몰입감 짱이었습니다. :)
간만의 시사이고, 용산cgv는 오래간만이었고 함께 하는 지인도 정말 오래간만에 봐서 좋았어요.
영화상에서 석구와 은지를 이어주는 몰랑이 캐릭터 연필이 참 귀여웠습니다.
(이 리뷰는 개봉하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란 석구는 8살 지능을 지닌 30대 청년입니다.
평화로운 그의 일상의 시작은 일어나서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고, 마을을 지나며 이웃들과 함께하는 정겨운 풍경을 지나 강가에서 돌멩이를 던져 물수제비를 띄우기도 합니다. 잔잔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 마을엔 외지에서 온 가출소녀가 교회 쉼터에 있게 됩니다. 석구가 가장 좋아하는 몰랑이라는 캐릭터 인형 키링을 들고 있던 은지.
가출소녀라고 자신을 색안경끼고 쉽게 의심하는 다른 어른과 달리 자신을 믿어주고 친절히 대해주는 석구와 친해지며 점점 의지하게 됩니다.
아버지를 찾아 무작정 가출한 소녀 은지는 석구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나서고, 어느날 진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어떤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사건으로 석구는 자신을 옹호해주는 마을 성당 신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 당합니다.
영화는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모두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실은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관객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 것입니다.
모두가 처했던 환경과 사건이 다를테니까요.
영화 속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판단하려는 여러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이 본 상황만으로만 성급히 추측하고 판단하려는 김선생.
석구를 알기에 믿어보려하지만 그 믿음과 신뢰를 시험받는 성당 신부.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이미 석구를 낙인찍고 보는 마을 사람들.
모두 객관적인 상황 속에서 사건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상황을 대입해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의 오류나 오해, 혹은 상황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날 법하기도 하고 쉽게 겪을 수 있는 일들이라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개인의 인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들 사이에서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덮어두는 추악한 진실 속에서 은지는 끝없이 괴로워하고, 석구는 자신이 왜 하루아침에 모두에게 내쳐졌는지 모르고, 한없이 답답할 뿐입니다.
김추자의 꽃잎이 흘러나오는 석구의 일상이 사건 전후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답답해서 몸에 돌이 생겨버릴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갑작스럽게 등돌려버린 이유를 석구는 이해할 수 없고,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영화보는 내내 석구의 답답한 심경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주기에, 보는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볼 수 있다지만, 부분만 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는 충분히 오해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한층 더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관객 또한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속시원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내내 갑갑하다가, 마지막쯤 돌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의미하고,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관객들에게 제각각의 해석을 맞기기에, 영화를 본 관객들끼리 서로 돌팔매질할 수도 있는 영화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잔잔하고 평화로웠던 시골마을에서 평온한 일상이 사라지고 석구 친구들이 개같이 싸웠던 것처럼 말이죠.
이 영화보고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지만 감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 영화와는 표현하고자하는 바는 같았으나, 좀 다른 결로 다가오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대명 배우가 혼신을 다해 연기한 석구가 크림빵을 먹을 때, 제맘도 석구맘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그렇게 크림빵을 슬프게 먹는 연기는 김대명 배우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누군가를 온전히 믿고 신뢰한다는 게 이렇게나 힘든 싸움이었나를 느끼게 해준 믿음을 시험받는 신부역의 김의정 배우,
두 배우의 연기만이 저를 영화에 온전히 몰두하게 해줬습니다.
영화의 영어제목이 Stone Skipping 물수제비이듯, 물수제비 하는 돌은 잔잔한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다가 결국 가라앉습니다.
타인의 신뢰와 믿음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고, 우리는 믿음을 시험당하는 일상과 사건을 너무 많이 겪고 있습니다.
사법과 일반적 정의는 너무 그 간극이 멀고, 그 사이에서 희생당하고 존중되지 않는 개인의 인권(특히 피해자의 인권, 영화에서 은지 시점에서의 사건을 바라본 시각과 묘사가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대로 양성되는 정보와 언론 사이에 사실은 왜곡되고 진실은 묻혀집니다.
진실이 묻혀지지 않고, 개인의 소중한 일상과 인권이 제도와 언론 속에서 더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타인에 대한 온전한 믿음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아름다운 가을 시골 풍경이 이렇게 가슴시리게 다가올지 몰랐습니다.
* 영화상에서 실은 사회와 사람들이 주목했어야 하는 사실은 아이가 왜 집을 왜 맴도는지 가출했는지, 부모는 아이에게 왜 관심이 없는지인데, 모든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사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아무도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저는 그점이 몹시 가슴 아팠습니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소외받는 인권이 존재함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하죠.
* 2018년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던 영화였습니다.
제가 좋아라 하는 김대명 배우님이 바카스랑 삶은 달걀 들고 있는 모습+_+
너무 귀엽고 멋지세요+_+ (오뚜기 간편제품과 바카스, 마트 시식코너의 고기로 연명하는 석구.ㅠㅠ)
GV가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영화를 감상하실 분들은 필히 GV가 포함된 영화로 보시길 추천합니다.
쥬쥬짱
추천인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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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 참 많이 갑갑하고 화가 났었는데(슬프시다는 분이 많았는데, 전 화났어요.) 분노를 가라앉히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잘 봤습니다.
감독님의 의도가 이런 것이었을까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