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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헤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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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엔 이 작품의 주요 이야기와 결말이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 오늘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리바이어던’을 봤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이건 걸작이다. 진짜 걸작이다. 2014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공개됐을 때 왜 사람들이 극찬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동시에 사이트 앤 사운드에서 2010년 이후에 등장한 최고의 걸작 영화 10편에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도 확실히 알았다. 한마디로 최근에 본 작품 중 단연코 최고였다.

 

2. ‘리바이어던’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니콜라이는 어느 날 자신의 터전을 빼앗아 건물을 지으려는 탐욕적인 시장의 계획에 의해 궁지에 몰린다. 그래서 그는 그런 시장에 맞서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친구에게 도움을 구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탐욕스러운 시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경찰, 법원 등을 구워삶아 그를 전 방위로 압박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만 보면 이 작품은 이제까지 수많이 우려먹은 소시민 대 거대 부패 권력층의 대결을 다룬 영화로 보일 법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식의 대결 구도를 초중반에 끝내버린다. 대신 부패한 권력과 세상에 맞선 대가로 시나브로 무너져내려가는 니콜라이의 모습에 집중한다. 즉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패 권력층과 대결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 근원적인 문제에 방점을 찍는다.

 

3. 이 작품의 제목 ‘리바이어던’은 기독교 경전에 나오는 바다 괴물로서 7대 악마 중 하나로 나온다. 참으로 거창하기 그지없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작품은 왜 거대한 제목을 붙였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리바이어던’이 누구를 지칭하는 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보이는 그대로 시장으로 대표되는 부패한 거대 권력이다. 시장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라면 니콜라이라는 소시민 정도는 아주 우습지도 않게 파멸시키는 아주 악랄한 인물이다. 거기다 그는 그것을 실행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경찰, 법원 등등의 권력 기관은 시종일관 오직 시장의 수족이 되어 니콜라이를 방해만 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을 비롯한 경찰, 법원이라는 권력 기관 모두 악마 ‘리바이어던’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작품은 좀 더 그 영역을 확장한다. 즉 평범한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악마 ‘리바이어던’이 오직 권력 기관에만 국한된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4. 앞서도 말했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니콜라이와 시장의 대립 구도는 쉽게 끝난다. 대신 그 나머지 이야기는 이후 시나브로 무너져 내려가는 니콜라이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작품은 본의 아니게 그의 주변 인물들의 묘사에도 힘을 쓴다. 그런데 그의 주변 인물들이 모두 그를 몰락시키는데 조금 씩 다 일조한다. 먼저 그의 변호사 친구는 시장의 횡포에 맞서 그를 보호하는데 열성을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변호사 친구는 그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기도 한다. 덕분에 그의 가족은 풍비박산이 난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인 교통경찰 부부는 아주 결정적인 상황, 그러니까 그의 아내가 자살한 다음 혹시 그가 그녀를 죽이지 않았을까 의심하며 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해서 뒤통수를 친다. 그 외에 마을 신부는 아내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위로하기는커녕 그저 공허하기 짝이 없는 원론적 얘기만 늘어낸다. 결국 그는 믿고 의지하던 주변 인물들의 배신으로 의해 힘 한 번 쓰지 못 하고 살인죄로 감옥에 갇힌다. 이렇게 이 작품은 단순히 몇몇 권력층뿐만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위선적인 일반 시민들에 의한 무관심도 그에 못 지 않은 악으로 표현한다. 즉 부패한 사악한 악마로서의 ‘리바이어던’인 권력 기관에 저항하지 못 하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시민들의 무능도 또 다름 의미에서 ‘리바이어던’이라는 것이다. 결국 둘 다 니콜라이로 대표되는 죄 없는 시민을 파멸로 이끄는데 협력했기 때문이다.

 

5. 이렇게 니콜라이라는 시민을 파멸시키는 ‘리바이어던’의 실체를 파헤치던 작품은 마지막 교회 신부의 일장 연설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기 짝이 없다. 진리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온갖 감언이설을 설파하는 그 자리에 시장이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주변에는 그와 똑같은 동류들이 같이 있다. 좋은 말이란 좋은 말은 다 끄집어내면서 선의 화신이것처럼 행세하지만 그들의 진짜 실체는 힘 있는 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위선적인 행동이다. 정작 종교 본연의 임무인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기커녕 말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권력 기관과 무기력한 시민,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조종하는 위선적인 종교를 통해 국가, 사회, 공동체 모두가 악마 ‘리바이어던’이라고 고발하면서 씁쓸하게 막을 내린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패한 인물들과 위선적인 신부에 둘러싸여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시장의 어린 아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리바이어던’으로 변해버린 전체 사회의 미래가 계속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단순하게 씁쓸함을 넘어 섬뜩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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