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의 [거인] 평가
출처: http://blog.naver.com/lifeisntcool/220188183129
김태용 감독의 11월13일 개봉작
'거인'을 보았습니다.
제게 '거인'은 성장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재난영화로(까지) 보입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고통은 성장통이 아닙니다.
주인공 영재가 겪는 아픔은 일정한 시기에
공통적으로 그리고 한시적으로 찾아오는
보편적이고 관념적인 고통으로 일반화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것은 성장을 위해 치러야 하는 의례와
그 의례에 따라 붙게 되는 절차로서의 아픔이 아니라
한 인간이 겪는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인 아픔입니다.
영재는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 뿐이며,
혼자 치르는 전쟁에서 전사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뒤채고 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그 아이의 비틀린 모습은
상처를 매단 채 말라붙어버린 옹이 같은 것이고,
그 아이의 영악한 모습은
가로막은 벽을 이리저리 타넘으려는 담쟁이 같은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도희야'의 소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온통 높고 거친 파도 속에서
닻을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거인'의 소년은
러닝타임 내내 오로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칩니다.
'거인'은 흥미로운 영화고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영화입니다.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관성적으로 끌어들이는
관습적인 설정들이 별로 없는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와 공간을 그려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상황이나 심리를 괄호로 묶어둔 후
단 한 명의 캐릭터에만 온통 정신을 쏟는 화법이 가끔 의문을 남기지만
결국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쯤 강력한 여진을 남깁니다.
복잡한 캐릭터를 맡아 호연한 최우식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네요.
★★★☆
추천인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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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의 모습을 보는것만으로도 너무나 힘들다는 것이 느껴졌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