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움> 익무 시사 후기 - 삶이라는 공포에 대하여
CAV 기획전으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는 <비바리움>을 관람하였습니다. 15세 관람가의 SF 장르로 분류된 작품이지만, 호러물 못지 않은 심연의 공포를 느끼게끔 해주는 아주 기이한 에너지의 영화입니다.
함께 정착할 집을 구하던 톰(제시 아이젠버그 분)과 젬마(이모전 푸츠 분)는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는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똑같은 모양의 주택들이 끝없이 늘어진 주택가에 도착합니다. 중개인과 함께 9호 주택을 둘러보던 중, 중개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들은 주택가에 혼자 남겨집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껴 주택가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향하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차 기름이 바닥날 때까지 달린 그들은 이내 체념하고 9호 주택에서 하룻밤을 묵습니다. 아침이 밝자 문 밖에 뭔가 심상치 않은 박스가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 박스 안에는 갓난아기와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해방을 맞이하라'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달리 없어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이후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비바리움>이 단순히 판타지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을 전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주입된 삶의 이상향이 사실은 의미와 가치가 부재한 껍데기에 불과하며, 이에 속아 우리는 가족과 자식 양육의 이데올로기 속에 갇혀 인류 역사라는 큰 굴레의 부속품으로 기능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영화의 가장 공포스러운 점은 현실을 부정하고 그리운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에게 아이가 '여기가 집이야'라고 대답하는 부분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주택가 바깥의 자연과 일상을 그리워하지만, 실은 그 또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인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주택가가 아닌 삶의 굴레 내지는 자연의 섭리 그 자체로서, 삶을 사는 것은 애초에 도망칠 곳이 없는 곳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는 코즈믹 호러를 선사합니다.
파스텔 톤의 색감과 미적인 공간 디자인은 이러한 삶에 대한 역설적인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와닿게 해줍니다.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구성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인물이 처절하게 몸부리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비극성을 한껏 더 강조합니다.
<비바리움>은 SF 장르물로서나 현대인의 삶에 대한 메타포로서나 어느 방면에서 보든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둔 인생의 회의감이 도대체 어디서 기원한 감정인지 고민해보셨다면 이 작품이 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색다른 호러 <비바리움>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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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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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줄...
진짜 색다른(기괴한)호러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