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으로 본 21세기 과소평가 감독들.
1 베넷 밀러
카포티, 머니볼, 폭스캐쳐의 감독인 베넷밀러입니다. 폭스캐쳐로 칸 감독상을 받은 감독인데 만든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동시대의 다른 작가주의 감독들이 본인의 작품세계를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스타일로 전달하는데 베넷 밀러는 그런 부류의 감독이 아니고 작품 수도 적어서 능력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하는 감독인데, 그래서 그런지 배우들의 연기와 각본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지요. 카포티의 필립 시무어 호프만, 머니볼의 피트와 아론소킨(각본가), 폭스캐쳐의 세 배우들이 화제가 되었고 그 때문인지 밀러는 묻힌 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함께한 좋은 배우들의 필모에서도 그의 영화에서의 연기가 최고점이라는 말이 늘 작품마다 나오는 걸 보면 연기에 대한 찬사가 연출에 대한 것으로 봐도 큰 무리는 아닌 거 같네요. 연기도 연출의 일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화의 이야기와 인물을 다룰때, 경솔히 판단내리지 않고 신중히 관찰하는 연출은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21세기에도 하지 않은 좋은 이야기가 많고 전통적 내러티브로도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영화가 인물과 서사를 전달하는 좋은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2.제임스 그레이- 이민자, 투 러버스, 잃어버린 도시 z,애드 아스트라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는 감독입니다.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자기 스타일이 확실한 작가인데도 동세대의 거장들에 비해 한국에서는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운의 감독입니다. 작품이 좀 지루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대중적 히트를 친 경우도 없습니다. 데뷔작인 리틀 오데사로 베니스 은사자상을 받은 이후로 줄곧 유럽서 지지를 받았고 초창기는 범죄물을 위주로 찍다가 요즈음은 자신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민자나 투 러버스를 보면 특유의 우아하고 쓸쓸한 정조가 영화를 감싸고 있는데 그게 정말 매혹적입니다. 마치 가을의 낙엽을 영화화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섬세하지요.한 여성의 슬픈 삶을 다룬 이민자에서 보면 콘트라스트를 약하게 표현하거나 화면에서 풍경과 인물사이의 거리감을 제거하는 식으로 연출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지옥같은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합니다. 애드 아스트라에서도 롱 숏,클로즈업의 적절한 사용,포커스아웃의 절묘한 응용으로 인물의 심리를 멋지게 묘사했었습니다. 이런 탁월한 연출을 선보이면서 감정을 전달하는데 매우 능한 감독입니다. 우리나라서는 개봉된 영화가 적어서 덜 알려진 것 같지만 정말 뛰어난 예술가고 충분히 기대할만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3.제임스 완
개인적으로 제임스 완감독은 마술사같은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가지는논리적/예술적 약점들을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거나 신경쓰지 않게 하고 관객이 원하는 장르적 즐거움을 주는 능력이 정말 출중합니다.아쿠아맨이나 분노의 질주7을 보면 상당히 많은 단점들이 있지만 그것을 장르의 힘으로 상쇄시키는 영화인데, 그런 단점들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장르의 재미를 잘 살립니다. 컨저링같은 공포, 아쿠아맨 같은 슈퍼히어로물, 분노의 질주 같은 액션물서 괜찮은 평가와 흥행대박을 이끈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같네요. 완성도 높은 걸작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여러 프랜차이즈들을 중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장르물들을 연출하면서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에는 더 많은 인정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4 . 존 파브로
아이언맨1,2 정글북 ,라이온 킹 등을 연출한 감독입니다. MCU에서 해피 호건 역으로 유명한 배우이기도 하지요. 마블이 덜 알려진 좋은 감독들(루소, 저임스 건, 타이카 와이티티)을 발굴하고 그들로 하여금 일정수준 이상의 오락물을 만들게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능한 제작자와 잘 짜여진 시스템덕일 겁니다. 하지만 아이언맨 촬영 당시에는 이런 지원 없이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서 촬영해야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랜차이즈의 시작이 될 수 있었던 데는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반대한 배우인 로다주를 캐스팅한것, 만드는 과정을 오락의 컨셉으로 잡고 잘 보여준 것이 합쳐져서 괜찮은 영화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100% cg로된 정글북을 연출하는 것도 큰 모험일텐데 놀라운 CG 팀과 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전에 연출한 아메리칸 셰프도 나쁘지 않은 평에 쏠쏠한 흥행을 했습니다. 라이온 킹도 아쉬운 면이 있었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네 영화 모두 뻔한 그저 그런 영화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뻔한 것만 잘해도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감독입니다.
5 자비에 돌란
칸의 총애 때문에 생긴 거품이 심하고 현 시점에서 영화팬들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면서 인종차별적 제스쳐를 취하는 모습은 최악이지요. 그의 팬들이 많긴 하지만 그것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돌 감독이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존경하지도 않습니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느낀 작품도 없었습니다.
영화들이 거의 다 사랑의 고통을 다루는데 지나치게 과시적인데다가 몇몇 선택들(마미의 1:1화면비등등)은 영화에 맞는 스타일인지 의심스러운게 많습니다.
또 영화를 보다보면 사랑의 고통이라는 감정보다는 그 감정을 느끼는 자비에 돌란과 그런 그 자신을 더 사랑하는 자비에 돌란이 더 잘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의 단점들에 무시당할 정도가 아닌 꽤 괜찮고 매력적인 장면들이 그의 영화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화명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영화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더 빛나는 것에 비해 그가 찍은 매력적인 장면들은 영화 안에서보다 밖에서 더 좋게 보인다는 점이 이상하긴 합니다.(영화감독보다는 광고감독이 더 잘 어울리지요) 그래도 마미의 wonderwall 장면, 로렌스 애니웨이서 a new error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힘을 내뿜어 냅니다. 음악의 힘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특유의 색감과 감성은 매력적인 면이 있지요. 최소한 저런 장면들은 그 질릴정도로 과한 미장센을 견딜 만한 강렬한 느낌(그다지 풍부하진 않지만)을 줍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팬들이 느끼는 것만큼 훌륭하고 아름다운 게 아닐지는 몰라도 무시받을 것 까지는 아닌, 약간의 관심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재능에 대한 의구심이 있긴 하지만 영화의 단점들에도 폭발하는 감수성,색감,에너지로 가득찬 매력있는 영상들을 만들어내는 감각은 뛰어난 감독이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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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이 들어간 전작의 흥행 실패와 코로나까지 겹쳐서 차기작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은 불길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할 것같기는 해요.ㅠㅠ
딱 두명 떠올리고 들어왔는데
베넷 밀러랑 제임스 그레이ㄷㄷㄷㄷㄷ
제임스 그레이는 애드 아스트라에서 빵형쓰고도 또 별로 반향없는거보고
아이고 더 이상은 제작하기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차기작 소식이 들리더라구요
화이팅입니다 제임스 그레이
잃어버린 도시z는 제가 극장에서 가장 여러번 본 영화입니당ㅎㅎ
저는 작품들이 다 좋았어서ㅎㅎ
제임스 그레이,베넷 밀러 감독님 정말 공감이요
각각 제일 좋았던 잃어버린 도시 Z나 폭스캐처는 정말 명작이라 생각해요
작품들에 비해 감독 이름이 너무 안 알려진 것 같더라구요..
공감가는 글이네요.
자비에 돌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저도 동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