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넷플릭스 찾기] 폭풍의 시간(2018) : 잃을 수 없는 것을 잊을 수 없다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 중 하나가 '모성애'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듯 모성애가 가진 힘은 보편적으로 위대하다 생각되죠. 그렇다보니 모성애를 발휘하는(?) 캐릭터는 수퍼히어로가 되더라도 개연성에 대해 눈감아주는 경우가 있습니다.(엄마라면 그럴 수 있어ㅋㅋ) 농담반 진담반으로, 고군분투하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개연성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아닙니다. 그만큼 영화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소재라 생각합니다.
이번 소개할 [폭풍의 시간] 역시 '엄마의 고군분투'에 '타입슬립'의 요소를 가미한 스릴러물입니다. 흔하지만, 무척 유용하고 흥미로운 2가지 영화적 소재를 결합시킨 이는 '오리올 파올로'감독입니다. '인비저블 게스트'로 기억에 남는 감독이죠. 아무래도 [폭풍의 시간]을 보게된 이유의 7할 이상의 그의 '이름값'에서 비롯되었습니다ㅎㅎ 기대한 만큼 그의 연출력은 좋았고 앞으로의 작품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앞서 장황히 '개연성'을 운운한 이유는, 시나리오적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유려한 시나리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연출의 훌륭함으로 스릴러/오락성 등의 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비교적 덜 친근한 '스페인 영화'라는 점에서 느끼는 흥미 역시 중요했습니다.
[간략줄거리]
베라(아드리안나 우가르테)는 지금 막 이사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가졌고, 사랑하는 남편, 딸과 함께 가장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베라 가족은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전 주인이 남겨놓은 듯한 낡은 TV와 캠코더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한 소년이 노래하는 영상을 보게 됩니다. 그 날 저녁, 같은 동네 맞은 편에 사는 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초대하여 식사하며 그 영상에 대해 이야기 하자, 그 소년의 이름은 '니코'로 과거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게다가 소년은 이웃집의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어 범인을 피해 도망치다 변을 당헀던 것입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폭풍의 유난하던 어느 날의 일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베라 가족이 이사한 날은, 마치 그날의 폭풍을 생각나게 하는 기이한 날씨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모두가 잠든 시간 낡은 TV는 갑자기 켜집니다. 그 소리에 깬 베라는 TV앞에 서게 되고, 약간의 버벅임과 함께 베라와 니코는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을 거슬러서 마치 '화상통화'처럼 연결된 것이죠. 황당한 상황이지만, 니코가 죽음을 맞이했던 그 날임을 직감한 베라는 절규하며 설득합니다. '그 집에 들어가지말라고...'
절규 끝에 정신을 잃은 그녀가 깨어났을 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녀의 직업, 남편, 집, 자동차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다시말해 어느 시점부터 그녀는 다른 선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죠.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딸은 당연하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충격과 혼란으로, 미친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만한 허무맹랑한 소리만 할 수밖에 없는 베라...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담당 형사와 함께 '폭풍의 시간'에 벌어진 일들의 비밀을 파헤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흔하디 흔한 소재이지만, 제가 요약한 내용을 보니 흥미가 생기시지 않나요?ㅎㅎ 그만큼 매력적이기에 자꾸 시도하게되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또한 말씀드렸듯 여러가지 복선의 과용으로 인해 시나리오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유려한 연출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었습니다. 예상이 가능한 반전임에도, 그것을 감독이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긴장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같아요. 스포일러라 언급할 수 없는 특정 장면에서는 '오!'하고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 베라를 연기한 아드리안나 우가르테의 연기는 살짝 아쉬웠습니다. 물론 유럽배우의 연기스타일, 낯선 언어이기에 어조와 같은 언어적표현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감안하더라도 표정연기 등에서 좀더 절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한(?) 연기는 좋았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의 당혹감과 처절함을 표현해야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종이의 집'에서 열연 중인 '알바로 모르테'가 남편 역할로 등장한 것은 반가웠어요! ㅎㅎ
타임워프 소재의 영화를 선호하시는 분에게는 만족스러우실 거라 자신합니다. 베라의 상황과 선택에 동화되어 함께 고민하다보니,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ㅎㅎ 또한 '리메이크'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유럽의 영화스타일은 한국, 미국의 그것과 차이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답은 없는 것이고 리메이크가 항상 좋았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나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을 때 충분히 또 다른 매력으로 풀어낼만한 스토리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