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감독의 입봉작이라고 하는 기도하는 남자를 보고 왔습니다. 신도림 상영관은 cgv일 때 가 보고는 처음이었는데 씨네큐가 리뉴얼을 하면서 그 전에도 괜찮았지만 더 화려하게 변했더군요.
한국 독립영화 혹은 저예산 영화를 볼 때면 늘 보이는 정형성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바로 보인다든지 어떤 연출자의 공식을 따라서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거나 흔적이 보일 때가 그렇습니다. 얼마 전 찬실이는 복도 많지도 이런 지점을 피해갈 수는 없는데 기도하는 남자는 그래도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더군요. 요새 들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플롯 순서와 구성이 2-1-3으로 이어지는 영화가 재개봉을 포함 잇따라 극장에 걸리고 있는데 인셉션, 젠틀맨,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이어서 마찬가지로 기도하는 남자 또한 그랬습니다. 다 보고 나니 한편으로 지난해 말 개봉한 카센타가 갑자기 생각이 나기도 했는데 그러고 보면 카센타는 정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감독이 용감하게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한 드문 사례였네요.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지는 않을지라도요.
이 영화는 박혁권이 연기한 개척교회 목사가 주인공이지만 그의 아내 역으로 나오는 류현경과 장모 역을 맡은 남기애 두 연기자가 극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한국영화에서도 연기자가 각본을 잘 수용하지 못해서 연기가 튄다거나 제어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는 하는데 기도하는 남자는 이런 점에서 크게 흠이 보이지 않더군요. 오프닝과 연이어지는 후반부 비포장도로 차량 주행 장면도 야심 있게 연출한 티가 나고요. 무엇보다 감독이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자신의 관점으로 밀어붙이고자 한 의기가 눈에 띕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이끌었다면 이런 점들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느낄 만한 단점이었겠지만 상영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갔어도 되었을 텐데 95분에 맞추느라 후반부 이야기가 단락의 연결로만 보인다는 점이 아쉽더군요. 누구보다 제작진이나 감독이 더 안타깝게 통감할 문제였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예민한 분들은 느꼈겠지만 감독이 영화를 대하고 만드는 태도와 방식이 영화학교에서 가르치는 최적화 된 형식으로 화면에 드러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단시간에 개선하기는 어렵겠지만 험한 영화시장에서 자기 위치를 확보하고 살아남으려면 이러한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영리하다고 볼 수도 교활하다고 볼 수도 있는 면면이 있지만 모처럼 한 번 보기 괜찮은 한국영화 같으니 다가오는 개봉날을 기다려 보셔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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