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
  • 쓰기
  • 검색

하우스 (1977) - 아름다운 외피 속 서늘한 그림자

진사야
7944 0 1
391957.jpg

 여름방학을 맞아 여덟 명의 여고생 무리가 교외에 위치한 아름다운 집을 찾아간다. 그 무리들 중 한 명(주인공 오샤레)의 이모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단서가 붙어서일까? 그 집은 (어떻게 보면 과할 정도의) 따스한 온기로 여고생들을 맞이한다. 딱 봐도 여고생들 취향에 딱 부합하는 집 안에서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 없을 시간들이 잠시 동안 이어진다. 그러나 이 영화 ‘하우스’를 아는 관객이라면 이런 흐름이 언제고 지속될 거라 믿지 않을 거다. 당연하다. 이건 예쁘장한 외피를 감싸 안고 있지만 속은 분명 호러영화거든.

 컬트 팬들의 단단한 지지를 등에 업어 온 오바야시 노부히코의 <하우스>가 무려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한국의 스크린 앞에 당도했다. 멀지 않은 저 옛날 상영회라는 작은 공간에 꿇어앉아 수동 자막 입력 기계로 들어간 자막을 보며 이 영화에 정신을 반납했던 이들의 천진한 눈길은 어느덧 1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지금에까지 이어진다. 그 현장이 극장 상영관에 재현된 순간, 자지러지는 사람들과 혼란스러움에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상영관 안에 휘감겼다.

 무리는 아니다. 눈앞에서 마구잡이로 해체되고 결합되는 이미지들의 조합은 흡사 어렸을 적 관광지 홍보용 장난감 카메라를 돌려 보는 느낌을 선물하고, 청춘영화에 가까운 모양새를 보여 주는 중반까지는 호러영화를 보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의문마저 품게 만든다. 그러나 오샤레의 이모가 목숨처럼 껴안고 있는 하얀 고양이의 입에서 배어 나오는 신경질적인 울음소리가 귓가에 박히는 순간, 가장 평온했던 공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두려움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피아노는 피로 물들고, 푹신한 이불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식인 매개체가 되며, 정신없이 뒤틀리는 추상적인 집의 형상은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PDVD_011.jpg

 그렇다면 <하우스>를 통해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이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 감독의 말을 인용하면 ‘전쟁을 모르는 세대(여기서는 소녀들)‘에게 닥쳐오는 ’친근함의 공포‘를 ’꿈을 그리는 방식‘으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애초에 ’리얼리즘은 관심 바깥‘이었던 셈. 때문에 이야기의 질량을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는 한없는 괴작의 냄새가 풍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오감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관객들이라면 30년이 지난 지금 당도한 이 독특한 호러영화를 음미하며 피식 미소 지을 수 있으리라.

 다시 한 번 결론을 상기시키자면, <하우스>는 아름다운 외피를 감싸 안고 있으나 그 안에는 서늘한 그림자를 내포하고 있는 한 편의 괴상한 영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괴상함이 괴상함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가지 매혹적 요소를 곳곳에 남겨 놓는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생각 정도는 분명 품어 볼 가치가 충분하나, 때로는 긴 생각 없이 이미지에 시력을 온전히 빼앗기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흡사 어린 시절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장난감 카메라를 안을 들여다보며, 혹은 정신없이 휘감기는 만화경 속 세상을 들여다보며 정신을 쏙 빼던 것처럼. ★★★★ (Rate 8.0)
(2009.07.12 / 진사야 / zinsayascope.com)


* thanks to
익스트림무비 다크맨님 (스크린샷 제공) - 감사합니다! :-)

진사야
20 Lv. 39158/39690P

@zinsaya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감독이 반전의 메시지를 넣었다는 얘길 듣고 좀 놀랐습니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전쟁은 나쁜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까 싶네요..^^;;
14:30
09.07.1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세입자]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익무노예 익무노예 1시간 전14:21 115
공지 [힘을 낼 시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15시간 전00:55 463
공지 [루프] GV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6 익무노예 익무노예 6일 전11:09 1757
HOT '위키드' 엔딩 해설(2부와의 연결점 등) 5 golgo golgo 2시간 전13:36 677
HOT 일본 애니 [아키라] 12월 재개봉 2 시작 시작 41분 전15:39 294
HOT [불금호러 No.57] 인도네시아 호러의 대표주자 - 사탄의 숭배자 4 다크맨 다크맨 5시간 전11:18 529
HOT 킹덤4 대장군의 귀환 포스터 수령했습니다 2 카스미팬S 1시간 전14:44 255
HOT [위키드] “Defying Gravity” 장면 비하인드 영상 2 시작 시작 2시간 전13:55 353
HOT [대가족] 국내 언론사 리뷰 모음 - 네돈 명작, 내돈 부담작 2 시작 시작 1시간 전14:32 582
HOT 콜라이더 편집장이 올린 ‘모아나 2’ 하외이 프리미어 풍경 1 NeoSun NeoSun 2시간 전14:13 264
HOT 올해부터 메가박스에서 하고있는 배우들이 선정한 인생영화 ... 3 장은하 2시간 전14:01 609
HOT 티모시 샬라메, Variety 선정 내년 오스카 남우주연상 부문 ... 1 NeoSun NeoSun 4시간 전11:47 611
HOT 핫토이 ‘아케인‘ 징크스 1/6 스케일 피규어 1 NeoSun NeoSun 2시간 전13:36 398
HOT 히든 페이스 간단평 (초약스포) 3 왕정문 왕정문 4시간 전12:14 977
HOT 조쉬 브롤린, 드니 빌뇌브 오스카 후보 안 오르면 연기 그만... 4 시작 시작 4시간 전11:33 1275
HOT 픽사 ‘엘리오’ 뉴 티저 트레일러 3 NeoSun NeoSun 5시간 전11:09 581
HOT <배드 가이즈 2> 1차 예고편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0:25 563
HOT 대가족 - 초간단 후기, 무대인사 영상 외 10 소설가 소설가 15시간 전00:24 1907
HOT 줄리안 무어-폴 지아매티,제시 아이젠버그 제목 미정 뮤지컬... 1 Tulee Tulee 6시간 전10:06 351
HOT <대가족> 양우석 감독 스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6시간 전10:01 668
HOT 사무엘 L.잭슨,J,J.에이브럼스 제목 미정 신작 출연 1 Tulee Tulee 6시간 전09:47 474
HOT 제시카 비엘,마텔 자동차 장난감 '매치박스' 실사... 3 Tulee Tulee 6시간 전09:46 452
HOT 25년에도 열일하는 신카이 월드 배우들 1 GI 6시간 전09:33 517
1158488
normal
golgo golgo 26분 전15:54 101
1158487
normal
THXulTra 36분 전15:44 153
1158486
image
카스미팬S 36분 전15:44 97
1158485
image
시작 시작 41분 전15:39 294
1158484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3분 전15:27 145
1158483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5:14 251
1158482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5:11 261
115848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5:09 245
1158480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5:04 138
1158479
image
카스미팬S 1시간 전14:44 255
1158478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4:42 632
115847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37 295
115847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34 264
1158475
normal
시작 시작 1시간 전14:32 582
1158474
normal
익무노예 익무노예 1시간 전14:21 115
115847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4:13 264
1158472
normal
장은하 2시간 전14:01 609
115847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3:57 223
115847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57 265
1158469
normal
뚠뚠는개미 2시간 전13:57 316
1158468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3:55 353
115846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43 249
1158466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3:36 677
115846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36 398
1158464
normal
미라이 2시간 전13:34 137
1158463
image
티아모르 티아모르 3시간 전13:00 262
1158462
normal
왕정문 왕정문 4시간 전12:14 977
115846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54 304
115846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47 611
115845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42 1074
115845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40 520
1158457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1:33 1275
1158456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31 626
115845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31 382
115845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28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