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봤네요, 영화는 영화다 - 허접한 감상기
역시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기럭지는 길고, 얼굴은 잘 생기고 볼
일입니다.
거기다 목소리 마저 좋다면 Best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만이라도 소지섭은 그런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후배의 강추를
받아서 오랜만에 머리도 비워 볼겸 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일단 소지섭이 출연했다는데 점수를 줍니다. 강지환이란 배우는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영화에 잘
묻어 가고 있습니다. 만약 장수타(강지환)역할이 강패(소지섭)보다 멋있었다면, 뭔가 부족했을듯 했으므로, 강지환의 캐스팅은 적절했다고 생각
됩니다.
영화의 시작부분부터 관객들은 강패가 안타까운 결말로 가고 있음을
직감 할 수 있습니다.(김기덕이란 이름만 보더라도 예상 가능하지 않습니까?) 만약 강패의 결말이 해피 엔딩이라면 3류 영화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강패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강패는 사람 하나쯤은 눈하나 깜짝않고 죽여버리는 나쁜 놈인데도 말이죠. 강패의 고독함
때문인지 소집섭의 100년은 홀로 산듯한 눈빛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강패는 그 여자 배우와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강패와 장수타는 수학의 집합으로 표현해 보자면 교집합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인물들입니다.
처음 만남에서 서로에게
내 뱉았던 말들을 각자 다시 되뇌이는 부분은, 자신의 들추고 싶지 않은 부분을 서로 건드렸기 때문일까요? 그런 서로의 치부를 서로 들춰줄수 있을
듯 만큼 자기 자신과 닮은 상대방을 첫눈에 알아 봤던 것일까요?
강패는 자신의 boss의 출소와 관련된 자신의 임무 때문에, 수타는 애인, 메니져등 인간관계 때문에, 서로가 겪는 갈등은 그들의 원래 직업과도 같이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이고 그 결말 또한 다른 절정을 향해서 달려 가지만, 두 주인공이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인지 그 내용이 서로 동떨어져 있다거나 어색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강패와 수타의 닮아 있는 갈등은 라스트 씬 촬영 장면에서 클라이막스를 보여 줍니다. 진흙 뻘속에서 이기기 위해 몸부림 치는 두사람의 난투극은 결국 누가 현직 깡패고 배우인지 구분을 못하게 됩니다. 실제로 온몸에 머드팩을 잔뜩 끼얹은 두사람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누군지 알수 없을 정도로 더렵혀 집니다. 각자가 싸우는 상대방은 더이상 이겨야 하는 상대 배우가 아니라 죽여서 없어 졌으면 좋을 자신의 감추고 싶은 현실의 모습이거나 혹은 갈등들인지도 모릅니다.
항상 리얼한 액션씬을 찍고 싶어했던 감독조차 카메라를 못쳐다보게 만드는 이 처절한 촬영이 끝난후부터 수타의 갈등과 강패의 갈등은 그 겪이 다름을 우리는 이해 해야 합니다. 그것을 이해 해야만 강패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아름다운 소망을 버릴수 있습니다.
수타의 갈등은 해결되는 듯 보입니다. 비록 마음에 상처는 남았지만, 수타는 한단계 성숙해 지게 되고, 직업인 배우로써도 어느정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한발 나아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왜냐 하면 영화배우는 영화배우이기 때문이지요, 직업일 뿐입니다. 영화 속에서 아무리 상대편의 배에 칼을 여러 수십번 꼽고, 자신이 칼을 여러방 먹었다고 하더라도, 영화일 뿐입니다. 수타의 갈등 또한 단순히 보자면 애인하고 유치한 사랑 싸움 한 것이고, 메니져한테 사기 당할뻔한 고작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그저그런 일반인도 겪을 만한 갈등들이었던 것이지요. 그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수타가 제공한 것들이고, 그가 성숙해 짐으로써 그 갈등도 자연스레 해소되는 듯 보입니다.
반면 강패의 갈등은 처음부터 강패의 성숙함으로써는 해결 될 수 없었습니다. 인간애를 가지고 풀어준 박사장은 오히려 뒤통수를 치고, 보스에게 있어 강패는 더러운 일을 시켜야만 하는 결국은 조직의 일원일 뿐이고, 스스로도 가장 가까운 부하조차 믿지 못해 항상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하는 불안한 환경속에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영화입니다. 무사히 촬영이 끝나고, 비극적인 결말이라 하더라도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최소한 영화로 밥 벌어먹고 사는 수타는 나름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강패에게는 현실 세계가 남아 있습니다. 그 어두운 현실에서 강패는 스스로 자신의 엔딩을 선택합니다. 그 방법 또한 영화처럼 극적으로 설정하고 수타의 눈이 카메라가 되기를 부탁합니다.
자신의 삶도 영화처럼 되고 싶었던 것일까요? 수타에게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것을 말해 주려 했던 것일까요?
스스로
야차와 같은 모습이 되어 엔딩에 올려지는 강패의 눈빛은 아쉬움을 말하는 것인지, 공허함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영화는 영화다'의 제목은 '현실은 현실이다'라는 것의 다른 이름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여튼 역시 남자 배우든 여자 배우든 기럭지는 길고, 얼굴은 잘 생기고 볼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간지가 좔졸 흐르는 소지섭의 사진~
잘읽었습니다 ^^
영화는 영화이기에 빛난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이 생각나더군요....
영화는 현실이 될수없기에... 그래서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