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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딴따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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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

 

10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화는 여러 모습으로 변천해왔다. 다수든 소수든 항상 사랑 받는 작품들이 존재했다. 하나의 작품을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과 극장으로 보러가는 관객들, 그 외에도 영화사나 극장 직원들 등등. 영화를 통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선 서문이 계속 길어지고는 있다만 필름 시대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하고 넘어가야겠다. 지금의 극장은 디지털 영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비용도 저렴하고 배급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고화질의 영화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영화는 실체가 없다. 오로지 0과 1로 둘러싼 파일로 존재할 뿐이다.

사실 영화라는 것이 환영을 담는 것이라지만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필름으로 영화를 틀었다. 1초에 24장의 프레임이 빛을 통과하면 스크린에 비쳐진다. 한 편의 영화를 틀기 위해선 상당히 무거운 필름이 필요한 것이다. 비디오나 DVD가 나오기 이전의 영화는 묵직한 실체로 존재했던 것이다. 여전히 필름으로 촬영하고 상영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재엔 디지털이 대세가 되어버렸다.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장르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서 디지털은 상상도 못하던, 오로지 아날로그만이 존재하던 시대에 영화를 마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메이저 영화사의 대형 스튜디오 안에서 도제식으로 제작진이 꾸려지고, 영화는 오로지 필름을 갖고 있는 극장에서만 마주할 수 있던 시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좀 더 극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까 궁리하던 끝에 총천연색의 화려한 컬러로 승부하느라 흑백의 단순함을 잊어가던 시대. 영화감독을 꿈꾸는 ‘켄지(사카구치 켄타로)’란 사내가 있다. 늘 스튜디오에서 총천연색으로 세트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 극장에 가서 오래된 흑백 영화 속 공주인 ‘미유키(아야세 하루카)’를 보는 게, 아니 만나는 게 삶의 낙이다. 하지만 하나 남은 필름마저 팔려 더 이상 미유키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던 켄지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바로 미유키가 현실에 나타난 것. 그것도 흑백의 모습으로.

영화는 이렇게 판타지적 설정으로 영화와 마주한다는 것, 더 나아가 실체-실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로맨스라는 장르적 플롯을 차용하여 풀어간다. 앞서 필름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영화가 ‘담긴’ 필름을 현실에서 만질 수 있는 것일 뿐 영화 그 자체는 은막에 비치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과거에 영화라는 허상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건 필름이라 하는 거대한 매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켄지도 그런 믿음을 갖고 영화에 접근했을 것이다. 미유키는 어쩌면 켄지의 믿음이 이루어진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이후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이 글에서 언급을 하지 않겠다만 켄지도 어느 순간 영화라는 것이 결국 다가갈 수 없는 환상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환상은 무의미한 것일까? 영화라는 환상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울며 웃고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다. 따라서 영화는 실존하지 않을 뿐 충분히 의미를 갖는 허상인 것이다. 켄지는 이런 믿음을 갖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 환상의 세계로부터 나온 미유키와 영화를 동일시하면서 이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영화 만들기의, 영화 관람의 즐거움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영화도 드물다. 로맨스 영화로서도 꽤 재밌는 지점들도 있지만 본인은 이런 점에 좀 더 매료가 되었다.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란 점에서 더욱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극장을 방문하여 기적의 순간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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