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변태가면' 후기

그 기준은 아주 주관적이지만, 영화를 두고 '전체적으로 흐름이 아주 마음에 드는 영화'와
'부분부분은 아주 인상적이나 전체적인 흐름은 그다지...'으로 구분하곤 합니다.
밋밋한 듯 하면서도 장면의 완급이나 씬 흘러가는 게 편하고 좋아서 몇번 재관람을 하면서도 지루한 줄 몰랐던
<토르: 천둥의 신>이 전자에 해당하고, 시사회로 관람한 <변태가면>은 후자에 들어갑니다.
재미있는데, 그 맛은 좀 지리하달까.
상당히 오래 전에 해적판으로 만난 <변태가면> 원작의 인상은 꽤나 불쾌했더랬습니다.
우스꽝스럽다기보다는 황당할 정도로 엽기적인 복장을 한 변태 히어로가
징그러운 자세와 기술로 악을 제압하는 콘셉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림체 자체도 아름다운 편은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경악에 가까운 리액션과 함께 낄낄거리며 본 작품이긴 합니다만, 사실 만화 자체가 불쾌했다라기보다는
그 당시의 제가 <변태가면> 정도의 수위를 즐거운 개그로만 받아들이기엔 좀 뻣뻣했던 걸 겁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면서 비위가 좀 강해진 덕분인지, 예전엔 기괴하거나 불편했던 것들에서도 재미를 찾기 시작했고,
처음엔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난감했던 <이나중 탁구부>나 한때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주성치의 영화를 보며
박장대소할 만큼 수비범위가 넓어진 지도 이미 오래인 상황이 된 거죠.
그렇다 보니 <변태가면> 실사판 역시 재미를 찾으면서 볼 정도는 되는데, 솔직히 그냥이 아니고 아주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숨 넘어갈 만큼 재미있는 장면이 수두룩한데도 불구하고, 요상하게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건 그리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영화 특성상 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방백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중간중간 호흡이 끊기는 느낌도 잦았고,
특히 최대의 적과 벌이는 첫번째 대결 쪽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그 '부분부분'의 재미가 정말 대단해서, 꽤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몇몇 부분에선 정말이지 웃다 못해 기가 막힐 정도라 몇번이나 머리를 감싸쥐었는지 몰라요.
('더 심한 ##라고 더 강한 건 아니다!'라는 주인공의 일갈에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그걸 알아버렸군!'이라고 응수하는 적의 표정 같은 건 정말이지...아아아 ㅠvㅠ)
원작의 기괴한 컨셉이 가진 벽을 허무는 데 크게 기여한 건 주연 스즈키 료헤이의 '아름다운' 몸인데,
정말 공들여 만들었을 그 몸을 보고 있자면 우습긴 할 지언정 불쾌하진 않아서,
신기할 지경이었어요.(같은 컨셉으로 나오는 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견 비슷하지만 그쪽은 불결해 보이거든요. 바람에 날리는 겨드랑이 털 같은 건 정말이지... 아아아 ㅠㅁㅠ)
적당히 망가져 가며 주인공을 뒷받침하는 조연들 면면도 좋았고,
뒷감당이고 뭐고간에 일단 만들고 싶은 장면은 꺼내놓고 보겠다는 식으로 내지르는 장면들은
퀄리티를 떠나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난삽하게 늘어놓았습니다만, 딱 잘라 정리하면 '전체적으론 다소 지리하지만
강렬하게 재미있는 장면이 굉장히 많은 영화'. 작품을 1.5배속 정도로 돌려 보는 감으로 타이트하게 정리하면
한결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 EST였어요.
EST
추천인 1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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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정말 좋더라구요 ㅎㄷㄷㄷ
중간중간에 호흡이 늘어지는 부분을 제외하면, 꽤 성공적인 작품이었던거 같아요. ㅎㅎㅎ
특히 만화적 상상력을 표현한 부분들이 좋았어요 ㅎㅎㅎ
아무래도 제작진들이 용자 요시히코 시리즈를 만들어 와서 그런지, 그런 쪽의 개그물에는 익숙한 거 같아요 ㅎㅎㅎ


위키 찾아보니 나중에 변태가면 주니어도 나온다고도 하고요 ㅎㅎㅎ

여담인데 해적판은 본문에다 '팬티가면'이라고 번역해놓고 정작 제목은 <욕망의 팬더가면>이었죠;;;

뭔가 닮은면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저도 뒤가 좀 지리하긴했지만 여튼 불량식품 맛있게 먹는 느낌으로 재밌게 봤네요 ^^


주인공 덕을 많이 본 영화 같아요. ㅋㅋ
물론 만화적인 연출도 재미를 더했구요.
민망스럽지만 ㅋㅋ 웃으면서 봤어요.


저도 좀... 편집을 좀 더 타이트하게 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란 생각 들더라고요.


최강 변태와의 대결이 너무 길어서 늘어지긴 했죠..
조금 잘라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변태적 재미가 출중한 영화여서 다행이었어요.. ㅎㅎ


동의합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