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불멸의 검'(무한의 주인) 초간단 리뷰
1. '무한의 주인'이라는 만화를 본 적은 없다. 제목을 듣고, 표지를 봤을때 들었던 생각은 "'바람의 검심'같은건가?" 정도였다.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했다고 한다. 워낙 예전같지 않은 분이지만 그래도 "싸구려같은 재미라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만화 '무한의 주인'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불멸의 검'을 처음 봤을때, 나는 미칠 듯한 졸음과 싸움을 벌여야 했다.
2. 영화의 첫 장면은 오래된 사무라이 영화처럼 시작한다. 저주에 걸리기 전 만지(기무라 타쿠야)가 여동생 마치(스기사키 하나)와 도망을 다니던 마치는 죽고 만지는 패거리와 싸움을 벌이게 된다. 사무라이의 비정한 전투가 벌어지는 장면은 꽤 강렬하다. 흑백의 연출은 강렬함을 더하고 오래된 영화의 향수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 만지는 의문의 노파 야우비구니(야마모토 요코)에 의해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리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컬러로 변한다. 이제 영화가 지루해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3. 내용은 꽤 흥미진진하다. '일도류'라는 조직에 의해 부모를 잃은 린(스기사키 하나)이 야오비구니의 권유로 복수를 도와줄 무사 만지를 고용하기 위해 찾아간다. 만지와 린은 투닥거리지만 결국 만지는 린을 지키고 일도류를 처치하는데 나서게 된다. 일도류는 사무라이 문파를 쓸어버리는 조직으로 아노츠 카게히사(후쿠시 소우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이다. 아노츠의 수하에는 실력있는 무사들이 많다. 그러니깐 만지의 상대는 매번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이보다 흥미진진한 설정이 또 있을까?
4.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루하다. 마치 의도적으로 액션을 죽이고 드라마를 키우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렇게 키운 드라마도 결국 어설픈 감성팔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만지와 같은 저주에 걸린 시즈마 에이쿠(이치카와 에비조)와의 대결을 살펴보자. 같은 불멸의 무사 간의 대결이라면 상당히 처참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냅다 찌르기에 바쁘고 결과도 허무하게 끝난다. 그러니깐 '불멸의 검'의 액션 연출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수준인데 이야기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다(놀란이 다른 건 그럭저럭 해도 액션 연출은 참 못한다).
5. 꽤 흥미진진한 플롯도 내다버리고 결국 이야기가 사라진 '영겁의 액션'만 펼친다. 마치 미이케 다카시의 2004년작 '이조'를 연상시킨다. '이조'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영화다. 한 사무라이가 마치 무간지옥에 빠진 것처럼 시공간을 초월에 끊임없이 칼질을 해대는 이 영화는, 마치 시대를 아우르는 '폭력의 굴레'를 담은 것처럼 직설적이다. '이조'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밀어붙인다. 여기에 과감한 폭력성은 덤으로 얹어져 있다. 나는 '불멸의 검'이 '이조'만큼만 확신을 가지고 밀어붙였어도 더 끝내주는 영화가 됐을거라 생각해본다. 실제 '불멸의 검'에서 보여진 만지의 삶은 '이조'의 그것과 닮은 듯 했으나 어설픈 대중성으로 영화의 본질은 흐려져 버렸다.
6. 이 어설퍼진 이야기를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원작이 궁금해졌다. 정말 만화도 이 모양 이꼴인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30권짜리 방대한 만화를 2시간에 압축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데 그 힘든걸 해내는게 영화 만드는 사람의 일이며 잘 해내야 실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법이다. '불멸의 검'은 일본 영화계에서 범람하는 '만화 원작 영화'들 중 하나로 묻혀버리게 생겼다. ...일단 원작을 보고 다시 까야겠다.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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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감정이입이 1도 안되게 어설펐고
영화내내 이어지는 여러 상대와의 대결은 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점점 지루해지면서 지치더라구요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입체감도 없고 그저 설정으로 존재하고
어이없게 소모되어짐
그나마 주인공 만지의 신체적인 고통이 영화가 진행되면서 쌓여가는게 잘 표현되었던거 같아요
이걸 그럴듯하게 풀어냈으면 로건의 그것과 비슷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대규모 전투신이 시작되기전.. 미장센이나 엔딩의 음악정도가 개인적으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좀 긴게 단점이였는데 원작팬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원작도 왜색이 강한데다 중간에 생체 실험 부분이 질질 늘어지기는 한데,작화가 정말 예술적일 정도로 멋집니다.
이거 영화로 절대 못살리죠.외려 애니라면 몰라.. 더 웃긴건 아노츠 카게히사가 악당이지만 멋있어 부문이 있다면
역대 1,2위를 다툴 정돈데,발연기 배우가 맡았대서 기대감이 아주 지하를 뚫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