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Zoo]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아시나요?
때는 2005년 7월 2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에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한 두 명의 남성들이 자기 친구가 위독하다면서 찾아옵니다. 그 위독하다는 남성은 항문 손상으로 인한 직장 파열과 장 천공으로 인한 급성 복막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고 다급해진 의료진들이 급히 응급수술을 하였으나, 생명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응급환자가 사망한 이후로 의료진들은 이 남성을 데리고 온 두 명의 남성들을 찾았으나 이들은 수술 도중에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나중에 경찰에 붙잡힌 두 남성들은 이렇다할 직업도 없는 백수들이었는데 반해 2005년 7월 2일에 사망한 남성은 보잉 회사에서 8년동안 엔지니어 중역으로 근무하던 케네스 피니언이란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이 뭐하던 사람들이었느냐면, 바로 수컷 말 즉, 수말이랑 수간 행위를 즐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늦은 밤에 남의 말 농장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수말이랑 수간을 즐기고 그 모습을 비디오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워낙에 마이너한 장르라서 그렇지 수간 커뮤니티 쪽에서는 Mr. Hands라는 예명으로 꽤 유명한 양반이었다고 하네요.
케네스가 사망한 그 사건 역시 케네스가 수말이랑 수간을 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합니다. 수말이랑 행위를 하던 도중에 피가 섞인 토사물을 쏟아내면서 인사불성이 되어가는 케네스를 친구들이 병원에 던져주고 도망친 사건이었습니다.
한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기는 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하여 기소가 된 사람은 없었습니다. 2005년 당시에 워싱턴 주에서는 수간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법안 자체가 아예 없었고 수말이 그 행위를 통해서 충격이나 고통을 받았다는 근거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급해진 위성턴 주 의회에서는 부랴부랴 수간 금지법을 제정하였고 워싱턴 주에서 수간을 하다가 걸리면 징역 10년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2007년에 개봉한 <동물원 Zoo>이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소위 '이넘클로 수간 사건 Enumclaw horse sex case'라고 불리는 이 사건을 픽션과 팩션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로빈슨 디버가 감독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 중에서 Mr. Hands라는 예명으로만 언급되는 사망 당사자인 케네스 피니언과 그의 친구들이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괴상한 취미에 말려들었는지, 이런 행위를 하면서 양심의 가책은 없었는지, 그들이랑 수간을 행하던 말들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잔잔하게, 조용하게 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감독은 이들의 음란함을 최대한으로 강조해서 사회 전반에 충격을 불러들일만한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간 다큐멘터리를 만들지도 않고 사회적 도덕적 기준으로 이들을 정죄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그대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할 뿐, 이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그리고 정말 희안한 게 뭐냐하면...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참으로 엽기적이라면 엽기적인데 그 엽기적인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괴상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거예요. 조용한 롱 테이크로 워싱턴 주의 자연 경관과 배경을 천천히 보여주며 구스타프 홀스트의 '행성'이라는 OST도 이러한 아름답고도 담담한 분위기에 한몫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그 주제를 그려내는 스타일의 괴리가 묘하게도 잘 어울립니다. 감독은 한 마디로 실제로 일어난 이 황당하고 엽기적이고 어찌보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사건의 민망함에 대해서 '난 그런 거 모른다.'는 식으로 시치미를 뚝 떼고 세상이 엽기적이라고 부르는 비밀스러운 욕망에 몸을 던지는 남자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모르겠습니다... 수간이라는 것은 말로만 들어봐서 알고 있고 대체적으로 사람이 동물에게 일방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보는 사람인데 이 경우엔 사람이랑 하던 동물이 사람을 죽인 케이스라서 뭐라 말을 하기가 참으로 애매합니다.
사람이랑 의사소통 자체가 안 되는 동물에게서 어떻게 '동의'를 구하는 것도 있고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라디오 진행자가 그렇게 언급을 하거든요. 어떻게 말이 그런 행위에 동의를 했는지 알 수 있느냐고요...
보고나서 참 묘한 느낌이 들었던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P.S. 여담으로, 실제로 사망한 케네스 피니언의 친구들 중의 한 명은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2년 후인 2009년에 테네시 주에서 또 수말이랑 수간을 시도하다가 체포되어서 이번엔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합니다.
P.S. 실제로 케네스 피니언이 수말이랑 수간 행위를 하는 영상이 2 guys 1 horse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네요. 종종 시각테러물로 쓰이는 모양입니다... - -;;;
P.S.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 <동물원 Zoo>인데 사실 이건 동물원을 뜻한다기보다도 '동물성애'를 뜻하는 Zoophilia의 Zoo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 이거 골때리는 소재의 영화라고 전에 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