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작가의 '암살' 비평 “대걸작이다”

키쿠치 나루요시(菊地成孔)라는 일본의 재즈 뮤지션 겸 작곡가, 문필가가 쓴 <암살> 비평입니다.
<마계도시> <뱀파이어 헌터 D>로 유명한 키쿠치 히데유키의 동생이라고 하네요.
번역하기 무척 까다로운 어투의 글이라... 고생 많았습니다. T_T 뜻을 제대로 옮기기 참 힘들어서 오역도 있을 것 같아요.
약간 의역도 하고 그랬는데 지적해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좀 긴 글인데 어쨌든 <암살>에 대해 호평했네요. 괜찮은 쪽으로 역사 의식도 갖고 있는 사람 같고요.
http://realsound.jp/movie/2016/09/post-2695.html
키쿠치 나루요시의 <암살>평: ‘한일합방 시대’를 무대로 한, 하지만 정치색은 전무한 오락대작
“한일합방 시대의 경성을 그린 한국영화”와 “진주만 공격을 그린 미국 영화”, 당신은 무엇이 보고 싶은가?
우리는 “일본인이 악역인 외국 영화”를 적은 수이긴 하지만, 열광적으로 즐기며 본 기억을 갖고 있다. 이소룡의 고전 명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정무문>(1972)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어느 시대의, 어느 특정 사람들, 즉 “그 영화를 보러 간 모든 사람들”은, 악한 유도가 일본인들과의 싸움 끝에, 최후에 이소룡이 비열한 일본인 경관들에게 벌집처럼 사살(되기 직전에 영화가 끝을 맺지만)됨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감정은 전혀 없이, 잡맛(雜味) 없는 순도 100%에 가까운 흥분으로 관람을 마쳤을 것이다.
흥분도는 꽤나 떨어진다, 라기보다도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작품이긴 하지만, <롤러볼>(1975)의 오리지널 작품(제임스 칸 주연)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칸이 소속된 팀이 마지막에 싸우는 최강의 적은 도쿄팀이다.
사례를 더 꼽을 수도 있지만, 높은 확률로 위의 두 작품과 대체로 동일한 장르일 것이다. 즉 오락 액션물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영화’가 아니라는 점. 전자는 특정한 설정이긴 하지만 정치색의 개입을 억제, 후자는 (일본이 패하는 싸움이기 때문에) 최악 최강의 악역으로서의 강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Analogy로서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전쟁, 즉 일본의 기업인이 악역(혹은 심하게 당하는 역. 대표적으로 <오션스 일레븐>(2001))으로 등장하는 영화도 역시, 실제 전쟁을 그린 영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약간의 잡맛을 느끼고, 아무리 통쾌한 액션 블록버스터라도 순도 100%의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 시기에 일본은 미국을 상대(주로 기업전쟁)로 한 싸움에서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최강의 최악인 조건, 그것은 영화역사에서 기호(記号)화 되지 않았다.
두 영화는 절묘한 역학으로 잡맛을 없앤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전자일 것이다. 적극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잡맛 제거는 ‘통쾌한 액션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액션의 필연성을 세트하는 각본도 중요하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액션’에 의해서만 구동하는 영화라는 미디어에 있어서, 그 중요성과 효과를 부정하는 영화팬, 이라는 것은 일종의 어의(語義) 모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하튼 <정무문>은 태평양전쟁 영화는 아니지만, (악당은) 더욱 나쁘다. 만약 일본인이 타국의 영화 속에서 증오스런 악역으로 그려질 경우, 앞서 말한 대로, ‘종전 당시 청산’이 얼마만큼 유효한가라는 고찰은 차치하고서, 최종적으로는 일본인들이 패한 태평양전쟁을 그린 것보다도, 일본인이 아직 이기고 있던(한일합병도 포함해) 침략과 식민지 정책의, 이른바 ‘떵떵거리던 시대“를 다름 아닌 피침략국 측에서 묘사하는 편이 훨씬 강렬하고, 우리를 위축시킨다(근작 중에서 이안 감독의 <색, 계>(2007)에 나오는 일본군측 군인이 거기에 해당하지만, 그 작품은 침략자로서의 일본인을 규탄하는 것이 목적인 영화가 아니어서 약간의 잡맛이 남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운이 남는 잡맛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제시대를 무대로 한 <정무문>의 굉장함은 이소룡의 육체와 그의 기적적인 동작에 의해, (일본인에겐) 가장 적대적인 상황 설정이 가져오는 잡맛을 넘어선 “도저히 소화 못할 것(이것은 다른 아시아 국민들에겐 그저 맛있는 것)”을 문자 그대로 힘으로 분쇄시켜버리면서, 우리 일본 관객의 내셔널리즘을 가열 살균하듯이 없애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묘한 고찰이 될 수도 있어서 깊게 들어가진 않겠지만, 이것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981~ )나 근작인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 나오는 “기호화=탈취(脫臭)화=캐릭터화된 나치 독일”이라는 존재가 왜 영화역사에 탄생했는가? 라는 질문과 직결돼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무문> 그리고 <암살> 같은 영화가 앞으로 10편씩 제작된다면 “기호화=탈취화=캐릭터화된 나치 재팬=일제”가 영화역사에 탄생하여, 안전한 악역으로서 대활약하게 될 것인가?
이 영화 <암살>은 제작국인 대한민국에서조차, 아마도 최초의 “한일합병 시대를 그린 액션 오락 대작”이며, 미리부터 밝히자면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걸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잡맛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액션으로 말하자면, 한 사람의 초인적인 천재의 육체 그 자체에 의한, 이라는 강렬함(정무문)은 없는 대신에,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잔뜩 투입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로 구조화시킨 잡맛 제거는 완벽하다. 그것은 뭐랄까, 애초부터 “지워야 할 잡맛 따윈 없었다”처럼 잡맛이 없다. 이러한 새로움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전에 “팔굉일우(八紘一宇), 한일합병? 뭐? 그게 뭐야?”라는 분들에게. 당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아쉽게도 필자로선 알 길이 없지만
K팝을 포함해 한류 문화 전반을 거리낌 없이 즐기는 사람들이, 위와 같은(한일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일 거라는 걸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왜 한국을 그렇게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아무래도 과거에 일본이 한국에 원한 살 일을 한 것 같지만” 정도의 태평스런 말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부터 몇 천개의 문자로 “동북아시아의 침략국으로서의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침략국으로서의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패전국인 일본과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다”라는 해설을 쓰는 것은 다소 성가신 작업이긴 하지만, 성공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만큼은, 가장 확실한 것은 “영화관에 가서 우선 (암살) 팜플렛을 사서, 9~10페이지에 나오는 한국인 작가 강희봉이 쓴, 한일합병과 조선반도의 독립 및 통일의 실패에 관한 2000자가 채 안 되는 단문을 읽으라는 것”이다.
이케가미 아키라(일본의 저널리스트)를 능가하는 수준의 훌륭한 정리를, 우선 잽싸게 읽고서 영화를 보면, 한일관계 자체에 아무런 잡맛도 느끼지 못하는,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100% 완벽한 예비지식을 습득하게 되니, 조금 귀찮더라도, 우선 팜플렛을 사서 읽은 뒤 감상하는 것이 좋다. 한일관계의 역사에 해박하지 못한 필자도 그것을 읽고 감탄했다. 아니, 그보다도 역설적으로 “일본에 이 작품을 개봉시키는데 있어서 팜플렛에 이 글은 필수적”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글을 읽은 뒤에도 다시금 이 작품에서 놀라운 것은
잡맛, 아니,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고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정치적 배경을, “리얼한 정치성을 배제한 액션 오락물”이라는 속성의 1단계 전부터 완전한 무취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격렬한 총격전과 후술할 샘 페킨파, 오우삼 스타일의 복수극의 무대는 놀랍게도 (물론 실재했던) 미츠코시 백화점 경성점이지만. 그리고 극중 가장 가증스러운 악당 캐릭터는 한국인이나, 그 다음가는 악당은 조선총독부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의 아들 카와구치 대위이지만.
‘일제시대’를 그렸음에도 리얼한 정치성을 배제시킨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나, 역시나 이 영화에선 ‘(고도로 계산된) 액션’의 힘, 그리고 모종의 시대적 참신함(“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는 소릴 들으며 본전도 못 찾을 일일지도 모르지만)이 무엇보다도 탁월하다.
허나 문제가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사람들이 읽는다고 해도, 과연 일본인들 중 누가 이 영화를 볼 것인가? 엄밀히 말해서 “보고 싶어”할 것인가? 그 답은 동어반복이지만, ‘한국영화나 TV 드라마의 팬’일 것이다. 현재의 마켓도 영화 관람층(문어를 잡는 좁은 항아리에 비유)도, 미지의 합금처럼 단단히 고정돼 있다. 필자의 사명은 합금으로 만든 항아리를 옆으로 쓰러트리는 것이다. 깨트리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쓰러트리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일본은 과거에 한국(뿐만이 아니지만)에 몹쓸 짓을 한 과거가 있고, 과거의 일로 흘려보내자고 보내자고 해도 그러지 못할 뿐더러, 미움을 받으며, 계속하여 사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아이돌은 이렇게 말한다. 음악에 국경 따윈 없다고. 과거의 일은 다들 잊어버린 먼 옛날의 일이다. 일본 팬 여러분 “사랑해요”.
하지만 이 영화는 구태여 일본인이 몹쓸 짓을 했던 시절을, 21세기 수준의 높은 시대고증력으로 충실히 재현하면서, 일본인 관객 모두를, 한국인 주인공에게 무리 없이 이입시킨다. 한국 최초로 일제시대를 그린 오락물이 우리나라에 개봉됨으로써 “이중의 의미로 한국 최초의 작품”, “제2의 <정무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곡예(acrobatics)가 멋지게 나오게 된 걸까.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모던화(=할리우드화)를 폭발적으로 추진시킨 <도둑들>(2012)의 감독, 각본가인 최동훈은 그 작품의 성공으로, 18억 엔의 제작비를 들여 <암살>의 제작에 착수했다. “무엇을 가장 전하고 싶었나?”라는 너무나도 직설적인 질문에,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답했다.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은 1930년대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에 대해 그다지 잘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시대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책을 많이 읽고 공부했죠. 독립군들의 사진을 보면서 (중략) 그들은 어떻게 죽어갔고, 그들의 용기는 과연 어디서 나온 걸까? 라는 지극히 순수한 질문에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발언의 후반부는 로맨틱 & 크리에이티브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반부이다. 소노 시온보다도, 미이케 다카시보다도, 안노 히데아키보다도, 미타니 코키보다도 10살 가까이 연하인(45세) 주류 영화계 국민적 히트 메이커(<도둑들>은 개봉 당시 한국 역대 관객 동원수 역대 1위)는 ‘지금의 젊은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일제시대에 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이 적나라한 발언은 <암살>의 감독(및 각본)이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암살>은 ‘더 이상 그런 시대(한국이 일본을 미워하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세대가, 어느 정도나 ‘그런 시대가 아니냐’인가를, 그리고 그런 세대의 주류 감독이 소재로써 ‘그런 시대’의 시작을 그리려 했던 때의 분열된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여느 때처럼 살짝만 언급할 수밖에 없지만(이미 개봉됐지만, 이야기의 성질상 아직 못 본 관객에게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어서)
늘 그렇지만, 놀라운 치밀함과 더불어 경쾌하고 스마트한 <암살>의 각본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극중 가장 악한 캐릭터를 한국인, 그것도 원래는 한국 임시정부의 경무대장이면서, 일제의 위협에 굴복한 배신자 염석진(이정재가 연기. <도둑들>에서는 나사 빠진 캐릭터이면서 흑심을 품은, 얼간이 캐릭터였던 그는, 이 영화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의 모습을 멋지게 연기, 당당한 주연으로 나왔다)으로 설정했다. 히로인인 암살단의 솜씨 좋은 스나이퍼 안옥윤(전지현이 연기. <도둑들>에서는 전 세계 배우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실사판 ‘미네 후지코(만화 <루팡3세> 여주인공) / 클래식 스타일의 본드걸 / 게다가 쿨하면서 코믹’한 역할을 훌륭히 성공시켜 지금은 동북아시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모든 면에서 우월한 한국의 후지와라 노리카이다. 중국과 한국, 홍콩에 여행 간 사람이라면 광고를 통해 분명 그녀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 <암살>에서는 캐릭터를 바꿔서 근시의 명 스나이퍼와 암살 대상인 친일파의 딸 미츠코, 1인2역을 침착하게 연기, 복잡한 인간관계가 휘몰아치는 이 영화에서 이정재와 더블 주연을 장식했다)을 발견해, 이야기 속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서, 거의 동시에 배신한다. 즉 다스베이더인 셈이다.
역시나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일본인은 그 다음 가는 악당이다. 조선총독부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그의 아들 카와구치 대위 등 여러 일본인들은 입장상 ‘ 존재만으로도 악인’이라는 식으로 묘사, 굳이 밉살스럽게 그리는 뻔한 필연성을, 감독은 스마트하게 피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설정, 설사 이 영화에 약간의 정치성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일제에 의한 지배라는 전제보다도, 조선인에 의한 독립운동이 일치단결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 분단과 정전이라는 상태를 만들었다고 하는, ‘그 이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도 리얼한 정치성은 크게 강조돼 있지 않고, 영화가 액션 그 자체라는 점, 등장인물이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 하지만 고증, 특히 화면에 관해서는 극도로 리얼하게 충실하다는 점(이 영화의 화면과 가장 가까운 영화는 분명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2005)일 것이다. 시각효과에 사용된 소프트웨어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오우삼의 홍콩 느와르 확장판이라고 할 만하며, 클라이맥스의 ‘미츠코시 경성점’ 결혼식에서 벌어지는 대학살의 꿈같은 미학, 그리고 그 원조인 샘 페킨파 감독의 유명한 ‘죽음의 댄스’, ‘황야’의 (영화사적인 고지식함이라고 할 수도 있는) 등장, <킥애스>(2010), <킹스맨>(2014) 등에도 나온 ‘애착이 가는 캐릭터의 깜짝스런 죽음’이라는 가부키 같은 화려하면서도 얄팍한 쇼크, 등등, 필자로선 “아무튼 최신 트렌드로군”이라는 한심한 말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의 비율이 매우 높아진 일본 영화계에, 한국 영화계는 완전히 다른 입장에서 따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웹툰’의 발달은, 20년 뒤에는 커먼센스로 정착할 지도 모른다. <암살>은 오리지널 각본이지만 “이건 웹툰이 원작이야‘라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최초의 질문은 이것이다.
이렇게까지 쓰고서 미스터리 소설의 단점을 지적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영화비평으로서 조금 오버액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야말로 <암살>을 비롯해서 영화라는 미디어가 침략과 독립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오락물로서 그릴 때의 구조적인 기초 부분에서, 모든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살>은 한국인 역, 일본인 역, 중국인 역을 모두 한국인 배우가 연기하면서, 이야기에 따라서 일본어와 한국어와 중국어가 뒤섞여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네이티브 한국어 / 일본어 / 중국어’, ‘서툰 발음의 한국어 / 일본어 / 중국어’가 섞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아직 영화를 못 본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싶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6가지 패턴의 언어 컨트롤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구동시키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설정 가운데서, <암살>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처음과는 다른 의미에서 놀란 것이, <암살>에서는 ‘네이티브 일본어’가 전혀 발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중 발음되는 일본어는,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인의 것과, 한국어를 못 하는 일본인의 것,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인의 것으로, 죄다 외국인의 서툰 발음일 뿐이어서(웃음을 유발할 정도로) <정무문>의 오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참고로 앞서 언급한 <롤러볼>의 도쿄군 응원은 “힘니라, 도교!”로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어색한 말투의 대합창이었다).
관객에게 의문을 남겨서는 안 되는 오락물의 룰을 <암살>은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형태로 깨버린다. 아무리 일제시대가 무대라고 해도 직업으로서 협력해줄 일본인(배우)가 없을 리가 없다. 감독의 개성으로서 일부러 거칠게 만들었을 리가 없다. 아무튼 네이티브 vs 외국인 발음의 대비는 1930년대 설정의 여러 나라의 여러 영화에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팩터이다.
각본의 현대성, 약간의 패러디가 주는 웃음, ‘모에(萌え)’의 컨트롤, 시각효과와 세트의 완벽함이라는, 모든 면에서 신세대적인 <암살>이 언어에 있어서만큼은 과거 지향(인지 아닌지조차 추측할 수가 없다)이라는 사실은, 정치색에 포함돼 있는 것일까? 아닐까? 예술에 남겨진 의문보다도, 오락물에 남겨진 의문이 훨씬 깊다. ‘한일의 서툰 발음 문제’는 어째서 여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방치된 채로 남아 있는가? 이것은 ‘침략과 서툰 발음’이라는 몇 단계 더 깊은 문제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과 <도라 도라 도라>(1970), <게이샤의 추억>(2005), <고질라>(미국판 / 2014)의 경우를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전장의 크리스마스> <도라 도라 도라> <고질라>의 재미와 <암살>의 재미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 라는 점뿐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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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나 저쪽이나 의식 있는 사람들은 있지만 반일과 혐한 감정을 부추기려는 부류들이 양측에서 쓰이는 글들을 취사 선택해서 언론을 통해 보도 하기 때문에 세상이 온통 무개념으로만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이죠. 잘 읽었습니다.
반일과 혐한은 천지차이져. 반 나치 헐리웃 영화들이 무개념인가염??? 일본 수장 아베는 매번 전범들의 신사를 찾아 추모하고 있는데도여???

제가 오해 하도록 글을 썼나 보군요. 다분히 정치적 혹은 사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반일 감정이나 혐한 감정을 이용하려 부추기는 부류들이 있다는 의도로 쓴 글 입니다. 예를 들어 반일 감정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정작 일제의 만행에 의해 상처를 받은 분들은 블랙 컨슈머 취급을 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에긍 아닙니다. 저야말로 갑작스레 달쇠님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스럽네요 ㅠㅜ 최근 덕혜옹주, 밀정, 고산자 등의 영화들을 연달아보니 저도 모르게 살짝 오버했네염~. 말씀하신 것처럼 문화는 특정 의도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

아닙니다. 제가 글을 잘못 쓴 거죠.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저기 무개념에 해당하는 부류는 가스통 들고 광화문 마실 나가시는 어르신들과 일본 한인촌에서 시위를 하는 혐한 세력들을 말하는 겁니다. 주말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아녜여~~ 무슨 말씀이신지 100% 잘 이해했습니다^^ 행복한 밤 되셔여♡♡♡

오오... 아무생각없이 들어왔는데 무지 기네요.
시간내서 자세히 읽어보겠습니다. 번역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ㅠ
[밀정]처럼 일본인 배우 캐스팅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전 배우가 일어를 못 해도 전혀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일어 아예 못 하는데, 이 긴 글을 번역하시다니 대단하세요. 리들러님은 영신, 골고님은 일신이시군요ㄷㄷ
흠.. 그나저나 전지현의 중화권 인기가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네요. 중국이나 홍콩 여행 간 사람은 광고에서 봤을 거라는 설명이 나올 정도라니..
그리고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무슨 영화인가 했더니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한국어 제목이군요.
일단 추천 누르고 정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나라 언어 쓰는 캐릭터는 그 나라 사람 캐스팅하는 게 최고죠.^^
저는 그 어색한 일본어 발음들 때문에 암살이 좀 맘에 안 들었어요.


번역 수고하셨습니다. 꼼꼼히 다 읽었습니다. 내용이 어마어마 하네요 ^^
근데 본문에 계속 '잡맛'이라고 하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하군요 ^^;;;
글쓴이가 상당히 깨어 있는 사람이네요. 이런 글들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사전적으론 아래 같은 뜻인데... 오락 영화를 보면서 몰입하지 못하게...
<암살>의 경우는 일본인이 악당으로 나와서 일본인 입장에서 보기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
그걸 지적한 것 같아요.

이제 확실히 알겠네요~! 사전까지 캡춰해서 보여주시다니 감사합니다(^o^)b
내용이 내용인데 일본에서 이런 호평을 받다니 신기하네요. 긴 글 번역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밀정]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

밀정, 대호, 곡성 등 일본 배우들이 프로페셔널하게 연기한 영화는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합니다..^^

역시 일본어 발음은 지적당할 줄 알았어요 ㅋㅋㅋ

긴글 번역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잘 읽었습니다.

대걸작까지야..;;

사실 일본어를 모르는 입장에선 암살에서 일본어가 전부 잘하는 것처럼 보였기에..내수시장 타켓인 이 영화에서 일본어의 네이티브 여부가 그리 큰 문제가 될까란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 ^^;;
번역 너무 잘봤습니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근데 사실성을 반감시키는 부분이라...^^;
번역 감사드립니다.
헌데 살인의 추억 정도라면 모를까... 고작 '암살'로 대걸작 운운하는것은 현재 일본상업영화의 암울한 상황을 반영하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 듣는 한국배우들의 일본어 같은건
뭐 우리나라도 해외작품에 한국말 이상하게 나오면(대표적 사례 : 007 어나더데이, 미드 로스트의 꽈찌쭈) 좀 많이 거슬리잖아요. 그거랑 같은거죠.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번역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가요^^

우아 정독했는데 번역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ㅎ 일본 평론가가 이 영화를 극찬할줄은 몰랐네요 ㅎ
<암살> 너무 좋아하는 영화여서 몇번씩 본거라 일본인의 시각이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 이런 눈을 가지는 것도 사실 힘들건데...혼자 속닥거리는 것도 아니고
잘 봤습니다
어휴 번역 감사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해석이 상당히 좋네요.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동의되는 부분도 상당히 있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