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필로우맨]
헨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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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뭐라 쓰기 애매한 연극이네요.
두시간이 넘는 연극 시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지루함도 없이 아주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문제는, 저의 이해력 부족으로 연극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거지만요...허허
이해하지 못하면서 재미있다는건 또 무슨 소린지 설명할 순 없지만 틀림없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무대의 제약이 있는 만큼 배경은 취조실(?)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습니다. 잔혹소설을 쓴 작가와 경찰들의 대화장면으로 필로우맨은 시작됩니다. 작가는 자신이 잡혀들어온 이유를 전혀 모르는 상태지만 경찰들은 연결고리를 찾아보라며 다그칩니다. 이 때 말장난같이 꼬이고 꼬인 말들이 오갑니다. 이런 말들은 후에 다시 등장을 하며 복선 역할을 하는데, 저는 하도 정신없어하며 봤더니 말들이 연결된다는 사실만 눈치챘지 그것들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풀려 나가는지 완전히 이해가 되진 않았어요.
작가의 형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더해갑니다. 극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더군요. 점점 더 많은 이야기들이 더해지고, 살인사건의 경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 연극이 아주 흥미로운건 그 수많은 살인사건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극 중의 대부분의 캐릭터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필로우맨은 언뜻 보면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루는 연극 같지만 저는 그것이 정말로 필로우맨이라는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극이 말하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요.
필로우맨에서는 '이야기'라는 단어가 셀 수 없이 많이 나옵니다. 어찌 보면 필로우맨이라는 연극 자체도 하나의 이야기고, 그 이야기 안에서 작가가 쓴 무수한 이야기들과 그러한 이야기로 인해 파생되는 또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이야기는 대부분 잔혹하지만, 그 잔혹함이 텅 빈 잔혹함은 아니에요. 최악의 잔혹함을 피하기 위한 어떤 다른 방식의 잔혹함이 등장하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것처럼 이야기도 나쁜 이야기인 동시에 좋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죽기 전 7초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에도 이야기를 생각해내다 죽습니다. 마지막 대사도 이야기와 관련된 의미심장한 문구로 끝나지요. 그래서 전 이 연극의 주제가 '이야기'에 대해 말하려는 것 같은데 그게 명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멍-한 상태로 연극이 끝나고, 필로우맨 후기를 찾아봐도 명쾌한 후기가 없더군요. 익무에는 누군가 명쾌한 후기를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맘으로 들어왔는데 아직 아무도 후기를 안 올렸네요. 다른 사람의 후기가 이렇게 궁금하게 만든 영화 혹은 연극은 필로우맨이 처음인 것 같아요...ㅋㅋ
연극 자체가 이해가 안 되면서도 흥미로운 이유는 아마도 관객의 감성과 지적 영역을 모두 자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말투, 작은 동작 하나까지도 매우 훌륭했어요. 그 어렵고 말도 안되게 많은 대사를 두 시간이 넘는 동안 해 낸 배우분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이야기를 전개할 때 무대에서 풀어내기 힘든 부분을 영상으로 효과적으로 대체한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장면의 전환 없이 두 시간 넘게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몰입하게 만든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연극이라 할 만 합니다. 다 본 뒤에 뭔가 찝찝하고, 본인이 멍청이가 된 것 처럼 느껴지는 연극이었지만 분명 메시지가 있고 볼만한 연극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ps. 이해력 높은 사람과 함께 봤다면 좋았을걸 싶은 연극이었습니다...ㅋㅋ 끝나고 얘기할 사람이 없어 답답하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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