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7
  • 쓰기
  • 검색

마탕고 버섯인간의 습격 (1963) 단단한 호러영화.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2135 5 17

 

Matango_poster_29_rare_version_.webp.jpg

s-l1200 (1).jpg

s-l1200.jpg

 

 

마탕고 버섯인간의 습격은

싸구려틱하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일급영화사에서 일급배우들을 고용해서 일급각본에다가 대예산으로 만든 영화다.

바다를 유유히 항해하던 요트가 미지의 섬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모두 죽음의 공포를 겪는다는 내용은 너무 흔하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잊을 수 없는 악몽이다. 

21A943D8-2DB8-4F28-A42C-E3547D9D7C2F.jpeg

271284764_orig.jpg

751701829_orig.jpg

BTpq.gif

 

그 섬은 이상한 거대버섯으로 넘쳐나는 섬이다. 

사람 하나, 동물 하나 없다. 형형색색 몽실몽실 부풀어오른 거대버섯들이 

여백 하나 남기지 않고 섬을 빽빽히 채우고 있다.

그로테스크하다. 주인공들은, 이 섬이 먹을 것 하나 없는 황량한 장소임을 발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들은 탈진에다가 노이로제상태에 놓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해"하다가, 점점 더 서로 싸우고, 마침내 서로 죽이려까지 하게 된다.

어느 사람이 엄청난(?) 착상을 하게 된다. "먹을 것이 왜 없지? 저 버섯을 먹으면 되잖아?"

저거 먹어도 되는 건가? 어쨌든 굶주리는 것보다 낫다. 그런데, 희한하게 버섯의 맛이 좋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그는 버섯에 중독이 되어 계속 먹게 되고, 점점 더 버섯이 되어 간다. 

images (1).jpg

images (3).jpg

images (4).jpg

images (5).jpg

images.jpg

ma2.jpg

Matango (1).webp.jpg

matango 01.jpg

Matango.webp.jpg

상당히 섬세하게 각본이 쓰여져 있다. 

두개골 속이 버섯으로 교체되면서, 사람들은 정신이 이상해진다. 공격적이 되고, 인간의 윤리나 상식같은

것을 벗어나게 된다. 마약을 멏대는 맞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처음엔, 버섯으로 변하는 친구를 보고, 사람들은 경악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그룹을 벗어나 버섯들로 뛰어간다.

버섯으로 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뇌, 상식, 죄의식, 고통같은 것 다 버려 버리면서, 행복한 버섯이 되어가는 것 말이다.

이것은 군국주의같은 것을 상징할 수도 있고, 종교를 상징할 수도 있다.

 

matango-1.jpg

matango19.JPG

matango27.JPG

matango30.JPG

matango35.JPG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고통이나 괴로움, 굶주림을 버리는 것이 과연 인간으로서 옳은가?

인간은 고통이나 굶주림을 가지기에, 인격을 가지고, 자의식을 가지고, 가치를 가지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버섯으로 변하는 것에 저항하고, 점점 더 좁아지는 그룹 속에 남아, 고통과 굶주림, 공포에 저항하는 

주인공이야 말로 참된 인간이다. 고통은 인간의 본질이다. 공포도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두개골이 환각작용 일으키는 버섯으로 차 오르며,

고통 없는 환각상태에서 쾌락만이 남아있는 버섯인간들은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형태만 인간을 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그 본질 속에서도 인간임을 버리는 것일까?   

MV5BMTk3NDNiMzktNzVkZC00MzM3LWFiYWMtMDMwNTI3Mjk0MTI2XkEyXkFqcGc@._V1_.jpg

p1727_i_h10_ab.jpg

tumblr_eb5c5276342977cb2ccc240909cb016d_1660bc61_500.gif

tumblr_mwy8gidgax1rmy1neo2_500.gif

tumblr_mwy8gidgax1rmy1neo3_500.webp

tumblr_mwy8gidgax1rmy1neo4_r1_500.webp

 

무슨 버섯이 나와서 고어처럼 잔인한 학살을 벌이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 속 공포는, 인간이 자기 정체성을 잃고 버섯이 되어 버릴 지 모른다는 공포다. 

이 공포가, 엄청나게 화려하고 그로테스크한 공포로 강력하게 살아난다는 것이,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이다. 

tumblr_ndenspIQIB1qgckmbo1_1280.jpg

그렇다. 저 끝간 데 없이 섬을 채우는,

형형색색 그로테스크한 거대버섯들 - 다 버섯으로 변한 인간들이다.

이 섬은 인간들로 처음부터 가득차 있었다. 인간들로 가득찬 그 한가운데 있으면서,

여기는 무인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군국주의 사회를 상징할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정체성, 고뇌, 고통같은 것은 신에게 맡겨 버리고,

정신적 환각상태에서 마음 편히(?) 살아가는 종교를 상징할 수도 있다. 

아니면, 대중 속의 소외감이나 고독같은 것을 그려내려는 것일 수도 있겠다. 

 

matango35.JPG

p1727_i_h10_ab.jpg

tumblr_eb5c5276342977cb2ccc240909cb016d_1660bc61_500.gif

나중에 주인공 혼자 남는다. 모두 뛰쳐나가 버섯이 되어 버렸다. 

버섯으로 변한 친구들이 손짓하며 그를 부른다. 왜 버섯이 되는 것에 그동안 저항했는지 모르겠다고.

정신줄 다 놓고 버섯이 되어가는 것이 이리도 행복하고 황홀하다고.

이제 이 섬에서, 오히려 주인공이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고통이라고는 없는 행복한 바보세계에서,

굳이 고통과 굶주림, 고뇌를 버리는 것에 혼자 저항하니 말이다.

 

클라이맥스에서 저 모든 버섯들이 그를 향해 걸어온다. 뭐, 버섯들이 와서 그를 물어뜯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버섯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대중을 상징?), 그는 대중 속에서 고독과 소외감을 느낀다. 

 

주인공 혼자 섬을 탈출해서 문명세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가 섬에서 있었던 사실을 말하자, 사람들은 그를 정신병원에 가둔다.

그는 깨닫는다. 버섯들이 지배하던 사회나, 인간문명사회나 똑같다. 

무언가에 자신의 양심이나 고뇌같은 것을 위탁하고, 대중 속에서 고독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 - 

현대인이라고 다른가? 버섯인간들 사이에서 버섯이 되지 않으면 느끼는 

정신적 압박과 고통 - 문명사회라고 다른가?

여기라고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할 일이 없는가? 자기와 다른 사람에게 낙인찍는 것이 없는가?

 

그는 점점 더 후회하게 된다. 차라리, 버섯사회에서는 모든 고통을 버리고 황홀과 행복만 남는 

상태라도 있었다. 이 문명사회는 인간의 양심과 죄의식을 버리고, 대신 다른 종류의 고통과 고독을 안는다. 

그는 버섯사회를 그리워한다. 그는 그 섬을 떠나서는 안되었다. 

정신병원 안에서, 그도 두개골 안에 광기와 고통이 차올라간다.

 

배우들도 일급연기를 펼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대미술이다. 화려한 환상과 상상력을 

화면 안에 구현해놓은 듯한 조각들로 넘쳐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이 영화는 훌륭한 표현주의영화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Sonatine
    Sonatine
  • 호러블맨
    호러블맨

  • 이상건
  • 엄마손파이
    엄마손파이
  • golgo
    golgo

댓글 1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고도성장기 일본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온갖 개성넘치는 영화들도 만들고, 관객들도 그걸 수용하고.

09:37
24.10.22.
BillEvans 작성자
golgo
1960년대 작품은 장중한 걸작들이고, 1970년대 작품은 정신 나간 엽기적인 걸작들이죠. 다 장관입니다. 1980년대부터 좀 쪼그라드는 것이......
10:38
24.10.22.
profile image 2등
일본 갔을때 이거 DVD를 사왔는데, 자막이 없어서 보지를 못하고 있네요...ㅎㅎㅎ
10:19
24.10.22.
BillEvans 작성자
네버랜드
기다리시는 동안에 블루레이 고화질이 나왔습니다.
10:42
24.10.22.
BillEvans 작성자
엄마손파이
저때가 일본사회도 한참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시절이었죠.
10:43
24.10.22.
profile image
BillEvans
영화 찾아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ㅎ 60년대에 저정도 퀄리티 작품을 뽑아낸게 대단하네요.
근데 60년대에 일본 사회가 왜 끓어오르던 시절이었나요???
17:57
24.10.23.
BillEvans 작성자
엄마손파이

전후 일본사회가 625 이후로 파멸은 면했습니다. 일본의 정신적 풍경은 혼란스러웠죠. 보수적인 일본 전통을 강조하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부터 해서, 반전주의, 휴머니즘, 공산주의까지. 이 모든것들이 영화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18:27
24.10.23.
profile image
BillEvans
뭔가 격동의 시대였네요ㅎ 정보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은 영화 잘봤습니다~!
20:50
24.10.23.
profile image
https://en.wikipedia.org/wiki/The_Voice_in_the_Night
영국작가의 단편소설을 원전으로 했는데 소재는 같아도 섬나라만이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랄까 주제의식 같은게 확실히 구분되네요. (이것도 고지라 제작진의 작품)
12:23
24.10.22.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일본 역대 호러영화 10위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17:19
24.10.22.
BillEvans 작성자
호러블맨
완성도는 꽤 높습니다. 예산을 엄청 쓴 티가 납니다. 그만큼 완성도도 올라갔구요.
17:47
24.10.22.
profile image
독특하면서도 거부할수 없는 매력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9:06
24.10.22.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 2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0:38 2252
공지 [케이 넘버]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0:27 1636
HOT 개인 취향으로 매겨본 봉준호 감독 연출작 순위 (미키 17 제외) 2 도삐 도삐 2시간 전11:19 718
HOT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40주년 기념 국내 재개봉 예정 6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0:21 952
HOT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동진 평론가 심층 인터뷰 2 시작 시작 3시간 전09:35 748
HOT 'Final Destination : Bloodlines'에 대한 단상 7 네버랜드 네버랜드 13시간 전00:01 2076
HOT [분리수거] 컨셉 GV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14시간 전23:27 1605
HOT 톰 크루즈, 서울에서 트럼프 관세 질문 회피 9 시작 시작 4시간 전09:13 1781
HOT 제임스 건 ‘수퍼맨‘ 뉴 스틸 1 NeoSun NeoSun 4시간 전09:01 1391
HOT 썬더볼츠 후기 2 문화러버러버 4시간 전08:35 1131
HOT 안드리아 이어볼리노,도널드 트럼프 전기 영화 제작 2 Tulee Tulee 5시간 전07:49 850
HOT 마이키 매디슨-커스틴 던스트,스릴러 <렙틸리아> 출연 2 Tulee Tulee 5시간 전07:35 860
HOT 헤일리 앳웰 mission in Seoul accomplished 1 e260 e260 6시간 전07:30 1053
HOT 고질라 70주년 예고 2 zdmoon 12시간 전01:11 1378
HOT 고질라x콩 슈퍼노바 프로덕션 예고 1 zdmoon 12시간 전01:08 1238
HOT ‘28년 후’ 뉴 스틸 2 NeoSun NeoSun 12시간 전01:03 1257
HOT 루이스 폴먼은 센트리가 아니었다. 4 기다리는자 13시간 전00:10 2093
HOT 2025년 5월 9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13시간 전00:01 2264
HOT <씨너스: 죄인들> 2차 예고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4시간 전23:06 1800
HOT 무대인사전 받아먹기 놀이하는 미임파 멤버들 3 NeoSun NeoSun 15시간 전22:23 2522
HOT <블레이드> 각본가 데이비드 S. 고이어, 마블 리부트 ... 3 카란 카란 16시간 전21:02 2762
HOT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줘> 후기 2 뚠뚠는개미 17시간 전20:32 2232
1175308
normal
내일슈퍼 57분 전12:37 368
117530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2:19 264
1175306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1:32 389
1175305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1:28 309
1175304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1:25 214
1175303
image
도삐 도삐 2시간 전11:19 718
1175302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1:09 169
1175301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11:06 191
117530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1:03 526
117529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00 409
117529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54 506
117529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45 391
117529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0:21 952
117529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0:11 394
1175294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0:08 968
117529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08 581
117529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52 372
117529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49 180
1175290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09:42 203
117528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09:39 259
1175288
normal
시작 시작 3시간 전09:35 748
1175287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34 293
1175286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09:29 353
1175285
normal
내일슈퍼 4시간 전09:25 679
1175284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09:13 1781
117528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06 525
1175282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01 1391
1175281
normal
문화러버러버 4시간 전08:35 1131
1175280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7:50 283
1175279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7:50 298
1175278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7:49 850
117527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07:40 522
1175276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7:35 327
1175275
image
Tulee Tulee 5시간 전07:35 860
1175274
image
Tulee Tulee 6시간 전07:34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