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8
  • 쓰기
  • 검색

Le Samourai (1967) 프랑스 갱영화란 이런 것이다. 단연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473 4 8

WvMVqQiUO8W03H1PGJcf0J5s64wNJe_large.jpg

LeSamourai.jpg

 

 

파리의 우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파리의 거리. 몽상과 고독과 멜랑콜리. 세련되고 산뜻한 감성. 고독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 잘 연마된 보석처럼 세련되고 간결한 스타일.

 

이 갱영화의 정체성은 이것이다. 이 영화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는 사무라이와는 아무 상관 없다.

그냥 감독 장 피에르 멜빌이 사무라이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주인공 알랑 들롱에게 투영한 것이다. 

 

"세상에 사무라이처럼 고독한 사람은 없다." 이런 문장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알랑 들롱은 철저하게 고립되고 고독한 존재다. 고독을 즐겨서가 아니다. 고독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철저한 고독과 고립이 그의 정체성이다. 마치 사무라이처럼, 그는 철저한 고독과 고립을 강한 정신력으로 견디어 나간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는 갈라파고스처럼 혼자의 룰에 따라서 살아간다. 이 룰을 위해 그는 언제라도 배를 가르고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자기 주변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철저한 무소유, 철저한 고독과 고립, 철저한 공허의 세계다. 이 영화의 알랑 들롱은 암살자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실존적인 인물을 상징하는 것같기도 하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samourai-1.jpg

ls2.jpg

 

처음 장면이 아주 유명하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 철저한 정적과 고요함. 사방 벽지에는 곰팡이가 끼어있고, 쾌적한 것 아름다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는 이불도 시트도 없는 침대에 누워 담배를 천천히 핀다. 푸른 연기가 어두운 방 위를 퍼져 나간다. 그리고 천천히 천장으로 올라간다. 이 공허하고 더럽고 아무것도 없는 방은 알랑 들롱의 내면이다. 알랑 들롱은 담배를 피며 무슨 생각을 할까? 

 

나같으면 이 처절한 방을 즉각 박차고 밖으로 나가겠다. 하지만, 그 자신이 이 방이기를 선택한 사나이 - 그리고 그것을 견디어 나가는 사나이 - 늘, 사무라이처럼, 자신을 팽팽한 긴장 속에 놓아두는 사나이 - 그것이 이 영화의 주인공 알랑 들롱이다. 

 

이런 캐릭터가 감독의 환타지가 된 이유는 모르겠다. 

 

images (6).jpg

그는 킬러다. 돈을 밝히지도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는 킬러를 할까? 이유는 없다. 그것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무라이가 자기만의 절도를 지키는 것처럼, 그도 자기만의 룰에 따라 움직인다. 의뢰는 반드시 완수한다. 그리고 목격자를 남기지 않는다. 주변에 아무것도 두지 않고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영화 킬러에서 마이클 파스밴더는 이런 캐릭터이어야 했다. 

 

le-samourai-1200-1200-675-675-crop-000000-fr-1644890393.jpg

PorteDIvry2_LeSamourai.jpg

images (9).jpg

Le-Samourai.jpeg

image-w1280 (2).webp.jpg

images (8).jpg

영화 내내 그는 무표정이다.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날 때도 그는 무표정에다가 갈라파고스섬처럼 저 혼자 고립되어 있다. 이 사람에게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과 날카로움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pdvd_5987_sjt02.jpg

raf,360x360,075,t,fafafa_ca443f4786.jpg

lasamourai01-1.webp.jpg

하지만 이런 주제와 달리 영화는 아주 아름답다. 미남배우 알랑 들롱을 기용한 이유가 있다. 

우락부락한 배우가 이 영화 주인공 킬러를 연기했다면 영화는 칙칙하고 건조한 것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미남배우 알랑 들롱이 고독한 킬러를 연기하고, 위와 같이 아름답고 멜랑콜리한 화면이 나오자, 

영화는 세련된 아름다움을 가진다. 감독은 탐미주의적 예술가이자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는 알랑 들롱을 통해 어떤 교훈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Le Samourai 18.jpg

images (5).jpg

 

알랑 들롱은 어느 나이트 클럽 주인을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는 암살임무에 성공하지만, 클럽을 나오는 길에 흑인재즈여가수를 만난다. 그녀는 알랑 들롱이 살인자라는 것을 목격한다. 알랑 들롱은 웬일인지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 왜 죽이지 않았을까? 영화는 여기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머릿속에 "?"를 갖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인셉션이 수수께끼들로 가득차 있다고해서, 사람들이 인셉션을 허술한 영화라도 생각지 않는 것처럼. 오히려 함축성과 신비함을 이 영화에 부여한다. 

 

아무튼 이 일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일으켜서, 이후 알랑 들롱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자기도 죽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leeee.jpg

 

그는 경찰에 의해 용의자로 체포된다. 하지만 재즈여가수는 웬일인지 그를 본 적 없다고 증언한다. 영화는 여기에 대해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재즈여가수와 알랑 들롱 간 관계도 애매모호 수수께끼 투성이다. 

알랑 들롱은 재즈여가수를 찾아간다. 알랑 들롱은 지금까지 감정을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이 여가수에 대해서만큼은 감정을 보인다. 그런에 영화는 이상하게도 그들 간 감정의 정체에 대해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여가수가 증언을 안 하였기 때문에 알랑 들롱은 고마움을 느꼈다가 이것이 사랑으로 발전하였다"따위의 

뻔히 보이는 전개는 없다는 말이다. 

서로 어렴풋한 감정과 미소를 보이지만 그것이 다다. 둘은 명백히 어떤 감정의 교류를 하지만, 관객들은 그들이 감정을 교류하는 방식이나 그 감정의 정체에 대해 전혀 모른다. 사실 이 영화는 대부분이 알랑 들롱의 내면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 영화 전체가 수수께끼다. 갱영화이지만 모호하고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영화다. 사실 이 여가수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이 여가수는 이 영화에 나오는 유일한 흑인이다. 쟝 피에르 멜빌의 여타 걸작들에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은 없다. 하지만 뜬금없게 이 영화 여주인공은 흑인이다. 이것도 이상하다.  

 

Delon.jpg

 

9ea822572cb54a96bcbbd5c26167dd31-3132.gif

 

알랑 들롱은 여가수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가수를 찾아 클럽으로 간다.

하지만 경찰이 몰래 잠복해 있었고, 알랑 들롱은 총을 꺼내다가 경찰들에게 사살당한다. 

나중에 경찰은 알랑 들롱이 빈 총을 들고 왔음을 발견한다. 그는 자살한 것이다. 

9ea822572cb54a96bcbbd5c26167dd31-3132.gif

여가수를 사랑했고 이것 때문에 알랑 들롱은 그 빈 방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다. 그는 끝까지 그 빈 방에 남아 있었고, 팽팽한 긴장과 공허가 정체성인 인물로 남아있다가 죽었다.

그렇다면 왜? 무엇이 그를 할복자살로 이끈 것일까? 

영화는 수수께끼 투성이다. 하지만 빈 틈 많은 영화라기보다 아주 단단한 영화로 느껴진다.

빈 틈이라기보다 탐미주의적인 모호함과 함축성으로 느껴지는 것이 이 영화의 특성이다. 

프랑스 영화적인 감성과 투명함이 있지만, 영화는 감상적이거나 말랑말랑하지 않고 

다이아몬드 표면처럼 단단하다. 차갑고 광물질이다. 

 

이 영화 감독 멜빌은 이런 경험을 진짜 한 사람이다.

2차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팽팽한 긴장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알랑 들롱의 묘사가 아주 현실적이다. 그의 내면을 이해한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카란
    카란

  • 노스탤지아
  • 다크맨
    다크맨
  • golgo
    golgo

댓글 8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친 작품.. 오우삼도 많이 참고했고요.

11:20
24.03.03.
BillEvans 작성자
golgo
멜빌영화의 정점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2:12
24.03.03.
profile image 2등
넘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_+
12:20
24.03.03.
BillEvans 작성자
다크맨
프랑스영화의 진수라고 생각합니다. 멜빌은 정말 대단한 스타일리스트였던 것 같습니다.
12:24
24.03.03.
3등
오래전 거의 10년 전에 장피에르 멜빌 회고전때 본 작품인데 다시 기억을 환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날 혼자서 외롭게 봐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네요 ㅠ ㅋㅋ 😂
저도 멜빌 영화를 좋아합니다 !
12:47
24.03.03.
BillEvans 작성자
노스탤지아
극장에서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14:36
24.03.03.
profile image
프랑스 영화는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는데 소개 감사합니다!
13:36
24.03.03.
BillEvans 작성자
카란
이 영화는 꼭 보아야 할 영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4:38
24.03.03.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20:46 1110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4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24.04.24.08:38 29218
HOT [넷플릭스] 공개일 결정된 예정작 50개 2 deskiya deskiya 31분 전16:09 359
HOT 호아킨 피닉스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실현되지 ... 4 카란 카란 6시간 전10:01 2146
HOT 서평 번역 | 스트리밍 이후의 세계 2 MJ MJ 1시간 전15:32 198
HOT 위하준 tagheuer in shanghai 1 e260 e260 1시간 전15:01 227
HOT 송혜교 촬영하다~쉬는시간에 📷 2 e260 e260 1시간 전15:00 439
HOT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재개봉 극장에 나온 이완 맥그리거 1 시작 시작 1시간 전14:48 475
HOT 일본 시부야 '코카콜라×마블' 콜라보 이벤트관 2 카란 카란 4시간 전12:33 616
HOT Foul play (1978) 골디 혼 주연의 코믹 스릴러. 스포일러 있음. 6 BillEvans 4시간 전12:04 386
HOT 프레야 앨런이 올린 ‘킹덤 오브더 플래닛 오브더 에입스’ LA... 3 NeoSun NeoSun 5시간 전11:37 365
HOT 배두나 & 클로이 모레츠 투샷 2 NeoSun NeoSun 5시간 전11:20 1360
HOT [베테랑 2] 상영시간, 시놉시스 공개 10 시작 시작 7시간 전09:21 3146
HOT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메인 예고편 해외 반응 4 golgo golgo 7시간 전08:51 2246
HOT 오사카 코믹콘에서 귀여움을 어필하는 제이슨 모모아 2 카란 카란 5시간 전11:05 589
HOT 조쉬 브롤린, <데드풀과 울버린>에 “나도 출연하고 싶... 4 카란 카란 5시간 전11:02 1480
HOT 스파이크 리 영화 베스트 6 5 Sonachine Sonachine 16시간 전00:19 781
HOT 이정재가 올린 부산 ‘애콜라이트’ 행사 / 공식계정 영상 1 NeoSun NeoSun 5시간 전10:48 918
HOT 700만 돌파한 ‘범죄도시4’…다음 주말 1000만 달성 유력 4 시작 시작 6시간 전10:13 807
HOT national lampoon's vacation (1983) 미국의 고전이 된... 4 BillEvans 11시간 전05:13 471
HOT 에콜라이트 메인 예고편 4 zdmoon 15시간 전00:57 766
1135311
image
deskiya deskiya 31분 전16:09 359
1135310
image
MJ MJ 1시간 전15:32 198
1135309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01 352
1135308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01 227
1135307
image
e260 e260 1시간 전15:00 439
1135306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4:48 475
1135305
image
중복걸리려나 1시간 전14:41 107
1135304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4:37 269
1135303
image
GI GI 3시간 전12:45 236
1135302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2:33 616
1135301
image
BillEvans 4시간 전12:04 386
1135300
image
내일슈퍼 4시간 전12:03 810
113529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1:53 221
1135298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11:49 213
1135297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37 365
1135296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29 499
1135295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27 594
1135294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20 1360
1135293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1:13 200
1135292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1:05 589
1135291
image
카란 카란 5시간 전11:02 1480
1135290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0:48 918
1135289
image
샌드맨33 5시간 전10:45 354
1135288
normal
hansol 5시간 전10:44 583
1135287
image
진지미 5시간 전10:41 598
113528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0:14 354
1135285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10:13 807
1135284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0:01 2146
1135283
image
golgo golgo 6시간 전09:58 561
1135282
image
golgo golgo 6시간 전09:54 691
1135281
normal
golgo golgo 6시간 전09:49 352
1135280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09:29 365
1135279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9:26 396
1135278
image
시작 시작 7시간 전09:21 3146
1135277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8:51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