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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돌아오다 (1951) 2차대전 직후 어느 고립된 일본마을에 들이닥치는 전후 변화의 바람.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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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미네 히데코 주연의 코메디영화지만 아주 뼈가 있는 영화다. 

기타카루이자와라는 깡촌은 2차대전이 끝나도 변하지 않는다. 모두가 구습에 사로잡혀있고 변화의 물결에 대해 무지하다. 2차대전이 패배로 끝나서 이 작은 마을도 결국은 변화의 바람에 온몸으로 부딪쳐 망가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한편으로는 발전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이야기고, 아직은 마을사람들이 조용히 과거의 연장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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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집 딸 킨은 가출하여 도쿄로 가서 예술가로 성공했다고 한다. 무슨 예술인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도쿄에 가서 성공했다니, 마을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킨은, 릴리 카르멘이라는 예명을 가지고 댄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집에 돈을 보내는 것을 보니, 금전적으로도 성공했다. 카르멘이 집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마을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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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일본사람들이 전후에 겪어야 했던 혼란과 당혹감 그리고 변화의 새바람, 화려한 자유와 매혹같은 것을 잘 그러낸 작품이다. 

카르멘은 도쿄 카바레에서 스트립댄서를 하고 있다. 카르멘은 자기가 도쿄에서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버니까, 예술적으로도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예술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예술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혼란의 상태다. 대중의 환호를 받고 금전적으로도 보상을 많이 받는 것이 훌륭한 예술인가? 카르멘은 그렇게 생각한다. 

 

구습을 타파하고 거기로부터 자유롭게 욕망과 감정을 표출하는 카르멘은 확실히 2차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사조를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카르멘이 부르는 노래라는 것이 '사랑의 베니스, 우수에 젖은 파리, 슈발리에, 디트리히, 슈베르트"등 생각나는대로 다 갖다붙인 외래적인 것의 폭포수다. 아무튼 의미도 모르면서 외국 것을 다 갖다붙여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자기는 구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세대라고 생각한다. 

 

정체된 마을사람들은 처음에는 도쿄에서 성공했다니 무조건 숭상한다. 카르멘은 자기 비즈니스카드라면서 반나체의 사진을 마을사람들에게 뿌린다. 스트립댄서라는 것을 과시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예술가라고 자랑하고 다닌다. 구습에 사로잡힌 마을사람들은 이것이 훌륭한 예술인지 아닌지 구분할 능력이 없다. 

 

카르멘은 악의 없고 순수하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손수하게 손 잡고, 부자와 권력자에게 호통친다. 돈을 많이 번다고 잰체하지도 않고,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사랑으로 산다.   

 

카르멘은 마을사람들 앞에서 예술공연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다? 바로 스트립댄스다. 

마을사람들 앞에서 옷을 홀랑 벗고 나체댄스를 추겠다고 선언한다. 마을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카르멘의 공연만 기다린다. 카르멘은 "도쿄에서도 사람들은 내 공연을 좋아해주었어. 네 예술은 훌륭한 거야."하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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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명의 공연날. 지휘자(?)가 무대에 나와서 "위대한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겠습니다"하고 나가자 

슈비르트의 즉흥곡을 엉터리 오케스트라가 쿵짝쿵짝 연주한다. 마을사람들은 야유를 보낸다. 우리가 보러온 것은 딱 하나다. 그리고 카르멘이 무대에 나와서 아라비아옷을 입고 베일을 얹고 아라비아춤을 많이 닮은 막춤을 춘다. 

슈베르트음악과 아라비아춤이 관계가 무언가? 그러더니 옷을 훌러덩 벗고 나체춤을 춘다. 마을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분명히 일본 패전직후 등장한 사조를 풍자한 것 같다. 카르멘은 그저 어리석은 여자일까? 

어떤 마을사람들은 예술적으로 성공한 무대를 펼치고 의기양양해서 마을을 떠나는 카르멘을 속으로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어떤 마을사람들은 "정말 훌륭했다"하고 갈채를 보낸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모든 마을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떠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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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을 비웃으며 어리석다 하고 생각한 마을사람들 또한, 구습에 빠져서 새로운 것을 새롭게 인식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미래는 그들의 것이 아니다. 카르멘의 누드댄스를 훌륭하다고 갈채 보낸 사람들은, 과거의 구습에 반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새로운 예술을 신선하다고 반긴다. 카르멘의 누드댄스는 시대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케케묵은 마을에서 자기에게 계끕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고 도쿄로 떠나 나름 성공한(?) 카르멘의 누드댄스가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하고 비웃는 사람이야말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닐까? 

 

카르멘은 마을사람들로부터 받은 입장료를 아버지에게 주고 떠난다. 아버지는 교장선생님께 입장료를 넘겨준다. 교장선생님은 이 돈으로 "진짜" 예술가들을 길러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카르멘이 온 것은 결국 헛일이 아니었군"하고  말한다. 카르멘은 미래에 진짜 예술가가 올 징검다리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세대 예술가에 대한 풍자와 조롱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같은 것이 보이는 영화다. 일급배우에다가 일급감독이 만들어서 영화가 짜임새 있고 단단하다. 선명한 주제를 향해 건실하게 진행되는 서사에 충반하기 끼어드는 코메디 - 일급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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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의 예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 것은 관객에게 달렸다. 감독도 분명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카르멘은 아마 죽을 때까지 이 마을에서 한 공연을 '에술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좋은 것은 다 갖다가 짬뽕한 막춤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술적으로 실패한 것일까? 마을에 혁신적인 새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고, 어떤 마을사람들에게서는 갈채를 받았다. 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진짜 예술가가 나올 징검다리역할을 한' 가짜 예술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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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가치관의 충돌을 다룬 작품이 취향이신듯해요
18:51
24.01.28.
BillEvans 작성자
Robo_cop
딱히 말하지면, 저는 당대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그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02:26
24.01.29.
profile image 2등
한국전쟁 한창일 때 나온, 당시 기준 파격적인 영화네요
18:52
24.01.28.
BillEvans 작성자
golgo
스트립댄서가 자기 스트립댄스를 예술로 생각하고 정체된 마을에 파격을 일으킨다는 내용은 아주 흥미롭죠.
02:27
24.01.29.
전쟁폐허후 불과 1~20년 사이인
5~60년대에 일본영화에 명작들이
쏟아져 나온 원동력이 뭘까요?
22:45
24.01.28.
BillEvans 작성자
80's
사실 20~30년대에 이미 일본영화들에는 걸작들이 많았습니다. 당장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 등이 1920년대부터 활동했으니끼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들의 전성기가 이때였다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무성영화이거나 화질이 엄청 불량해서 감상에 마이너스가 심합니다.
02:30
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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