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아리 애스터×이토 준지가 이야기하는 공포와 유머의 경계

카란 카란
6663 4 6

arixitohigh-65a77c1e3fe0b.jpg

 

어머니의 극심한 억압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보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그의 삶은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그런 남자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아프고도 웃기는 수많은 실수를 거듭하며 현실과 악몽의 경계를 잃어버린 광기의 여정을 그린다.

 

감독님은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가족의 문제를 그려왔잖아요. 자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의 의존성과 독선은 공포적인 모티브이지만, 동시에 사랑으로 이어지죠.

보가 기념품으로 준비한 성모상 뒷면에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는데, 잉크가 다 떨어져 마지막 ‘LOVE'라는 글자만 지워져 버리는데, 그 섬세한 연출이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토 준지)

 

이토 선생님의 작품에도 이상적인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개념을 잘 전복시키고, 거기에서 벗어난 일탈을 그린 작품들이 있어요. 마치 완벽해 보이는 사과의 안쪽에는 벌레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처럼요.

전제로 깔려 있는 것은 집단적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풍경, ‘목가적인 일본의 농촌이나 정돈된 일본의 도시와 같은 것들을 멋지게 위협하고 파괴해 애초에 전제가 잘못된 것 아닐까?’라는 것까지 표현해요. 그렇게 제시된 이미지에 있는 엽기적인 유머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웃게 돼서 그 점이 정말 좋아요” (아리 애스터)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애스터가 코미디로 분류하는 작품이다. 특히 4부로 구성된 1부에 해당하는 초반부는 바로 그런 엽기적인 유머가 수없이 펼쳐진다. 수도관 고장과 물 없이 마시면 죽는 약, 이유 없는 소음 민원, 집 앞을 배회하는 알몸의 살인마, 방 안에서 꿈틀대는 독거미 ......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여러 부조리는 예를 들어 소용돌이에 사로잡힌 마을을 그린 이토의 작품 소용돌이에도 이어진다.

 

제 경우, 작품에 그리는 불안감은 제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죠.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가슴 한 켠에 무언가 걸리는 것 같고, 막연한 불쾌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 - 그것이 저의 세계에 대한 인식에 색을 더하는 것 같아요” (아리 애스터)

 

저도 마찬가지예요. 작품을 그리는 것은 그런 불안을 극복하는 작업과도 같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안과 왜곡을 작품 속에 풀어냄으로써 자신을 정화하는, 어떤 의미에서는 심리치료와도 같은 것이죠” (이토 준지)

 

웃음은 어떤 사건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객관화할 때 비로소 탄생한다. 두 사람의 창작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면 불안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창의력은 그것을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증폭시켜 관객 앞에 내놓는다.

 

사람들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들여 뭔가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한 뒤, 예상치 못한 것을 던져 충격을 주는 것. 공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스리드(mislead: 오해를 이끌어내는)와 농담의 요령은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의식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재앙을 그리는 것이었어요. 독자에게 어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 그보다 더 기괴한 것을 준비하는 이토 선생님의 작품과도 비슷한 점이 느껴지는데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놓이는 것은 관객이나 독자에게는 고문과 같은 것이겠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에서 저는 변태적인 쾌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아리 애스터)

 

악몽에 사로잡힌 현실을 살아가는 보의 불안의 근원에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믿게 한 질 나쁜 거짓말이 있다. 하지만 실은 보가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역시 거짓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계기만 있으면 발산하는 광기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작품은 제시한다.

 

누구나 광기라는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표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크든 작든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창작물의 광기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은 내가 광기에 빠질 것 같을 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억제하고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감각,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이토 준지)

 

광기의 세계에 휘둘린 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만, 아리 애스터의 엽기적인 유머는 그 진실이야말로 가장 큰 광기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고 고요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은 그 광기에 사로잡혀 눈도 깜빡이지 못한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기능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약을 맺고 규칙에 얽매여 있죠. 거기에 따르는 막막함을 깨뜨리고 깨부수는 행위, 즉 광기에 어떤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물론 광기와의 거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현실과의 연결고리가 희미하게 느껴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 광기를 그리는 예술은 일종의 구원이 되죠. 스스로가 광기에 휩쓸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그 세계를 맛볼 수 있으니까요” (아리 애스터)

 

(출처: 일본 하퍼스 바자)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조사자

  • 와킨조커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와우.. 되게 심도 깊은 얘기들 오갔네요.
17:11
24.01.19.
profile image
카란 작성자
golgo
생각보다 진지한 얘기들이 오가서 놀랐어요
17:21
24.01.19.
2등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호러로 이름을 떨친 이들이 만났군요.
17:57
24.01.19.
profile image
카란 작성자
와킨조커
호러 대가들의 심오한 대담이었어요!
08:37
24.01.2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 2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0:38 2478
공지 [케이 넘버]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0:27 1837
HOT 개인 취향으로 매겨본 봉준호 감독 연출작 순위 (미키 17 제외) 2 도삐 도삐 4시간 전11:19 1208
HOT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40주년 기념 국내 재개봉 예정 9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0:21 1612
HOT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동진 평론가 심층 인터뷰 3 시작 시작 6시간 전09:35 1124
HOT 'Final Destination : Bloodlines'에 대한 단상 7 네버랜드 네버랜드 15시간 전00:01 2366
HOT [분리수거] 컨셉 GV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16시간 전23:27 1842
HOT 톰 크루즈, 서울에서 트럼프 관세 질문 회피 9 시작 시작 6시간 전09:13 2461
HOT 제임스 건 ‘수퍼맨‘ 뉴 스틸 2 NeoSun NeoSun 6시간 전09:01 1997
HOT 썬더볼츠 후기 2 문화러버러버 7시간 전08:35 1566
HOT 안드리아 이어볼리노,도널드 트럼프 전기 영화 제작 2 Tulee Tulee 7시간 전07:49 1086
HOT 마이키 매디슨-커스틴 던스트,스릴러 <렙틸리아> 출연 2 Tulee Tulee 8시간 전07:35 1147
HOT 헤일리 앳웰 mission in Seoul accomplished 1 e260 e260 8시간 전07:30 1359
HOT 고질라 70주년 예고 2 zdmoon 14시간 전01:11 1695
HOT 고질라x콩 슈퍼노바 프로덕션 예고 1 zdmoon 14시간 전01:08 1534
HOT ‘28년 후’ 뉴 스틸 2 NeoSun NeoSun 14시간 전01:03 1529
HOT 루이스 폴먼은 센트리가 아니었다. 4 기다리는자 15시간 전00:10 2441
HOT 2025년 5월 9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15시간 전00:01 2527
HOT <씨너스: 죄인들> 2차 예고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6시간 전23:06 2019
HOT 무대인사전 받아먹기 놀이하는 미임파 멤버들 3 NeoSun NeoSun 17시간 전22:23 2832
HOT <블레이드> 각본가 데이비드 S. 고이어, 마블 리부트 ... 3 카란 카란 18시간 전21:02 3047
HOT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줘> 후기 2 뚠뚠는개미 19시간 전20:32 2514
1175322
image
카란 카란 9분 전15:37 61
1175321
image
hera7067 hera7067 23분 전15:23 73
1175320
image
hera7067 hera7067 25분 전15:21 61
1175319
image
카란 카란 28분 전15:18 101
1175318
image
e260 e260 31분 전15:15 146
1175317
image
e260 e260 33분 전15:13 135
1175316
image
e260 e260 33분 전15:13 113
1175315
image
카란 카란 35분 전15:11 177
1175314
normal
울프맨 41분 전15:05 249
1175313
image
중복걸리려나 48분 전14:58 147
1175312
image
FutureX FutureX 1시간 전14:41 408
117531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3:40 275
1175310
normal
도삐 도삐 2시간 전13:39 506
1175309
normal
헤일리이 2시간 전13:36 251
1175308
normal
내일슈퍼 3시간 전12:37 589
117530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12:19 403
1175306
image
hera7067 hera7067 4시간 전11:32 530
1175305
image
hera7067 hera7067 4시간 전11:28 419
1175304
image
hera7067 hera7067 4시간 전11:25 318
1175303
image
도삐 도삐 4시간 전11:19 1208
1175302
image
hera7067 hera7067 4시간 전11:09 223
1175301
image
hera7067 hera7067 4시간 전11:06 268
117530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1:03 689
117529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1:00 583
117529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0:54 678
1175297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0:45 540
117529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0:21 1612
117529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5시간 전10:11 507
1175294
image
시작 시작 5시간 전10:08 1617
1175293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0:08 793
1175292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9:52 489
1175291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09:49 223
1175290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09:42 300
117528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6시간 전09:39 325
1175288
normal
시작 시작 6시간 전09:35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