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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의 랑종해석리뷰에 대한 다른 생각 1.-바얀신에 관하여(스포)

염세주의자
10621 15 11

일단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 위해 제가 이동진평론가님의 팬이고 이동진평론가님의 해석리뷰가 '틀렸다'라고 지적하는게 아니라 제가 그 분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말하고자함을 먼저 밝힙니다.

 

랑종은 제작자의 전작인 곡성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장면과 이야기에 대해 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것은 GV를 통해 제작자와 감독 모두가 밝힌 내용입니다. 그렇기에 감독이나 제작자가 정식으로 어떤 해석에 대해 컨펌이나 부정을 하지않은 해석은 어디까지나 오피셜이 아닌 여러 가지 의견이 될 수 있는거겠죠.(이 부분은 이동진평론가도 해당영상에서 '이피셜'이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이동진평론가의 해석에 동의하는 부분은 생략하고 제가 이동진평론가의 해석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만 정리해보겠습니다.

 

(랑종은 물론, 추격자와 곡성의 스포일러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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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바얀신은 대체 뭘 하는가?

7.노이가 느낀 것은 바얀신이었을까?

 

 

이동진평론가는 바얀신은 영화속에서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무력했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마지막에 노이에게 빙의된 것 또한 바얀신이 아닌 시아버지의 악령이었다고 해석합니다. 개인적으로 시아버지의 악령이라는 해석은 상당히 참신하고 흥미로운 추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 생각은 이동진평론가의 생각과 다릅니다.

 

-이동진평론가는 바얀신이 무력했다는 근거로 나홍진감독의 전작들을 소환합니다. 추격자,황해,곡성등을 말이죠. 그러나 나홍진감독의 전작들에서 다뤄진 이른바 '선역'에 해당하는 존재들은 '결과적'으로는 무력했을지 모르나, '과정적'으로는 상당히 힘이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한때는 '악'을 물리치기 직전까지 갔으나 '결과적으로' 또는 '운명적으로' 패배한 것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추격자'에서 '지영민'의 '아치에너미'는 김윤식이 연기한 '엄중호' 그리고 경찰이라는 공권력입니다. 추격자속에서 엄중호와 경찰은 상당부분 지영민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다만 여러 경찰들의 멍청한 행동과 결정적으로 '그 슈퍼아줌마'의 삽질로 패배하게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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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도 마찬가집니다.영화속 '악'으로 묘사되는 외지인과 일광의 '아치에너미'는 '종구'와 천우희가 연기한 '곡성마을수호신'입니다. 작중 이들의 행적을 보면 종구도, 마을수호신도 외지인과 일광을 위기까지 몰아넣는데 성공합니다. 종구는 효진에게 살을 날리던 일광의 살굿을 뒤엎어서 효진을 구하고, 외지인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갑니다.

 

-마을수호신도 일광이 피와 소화액을 죽도록 토하게 만들고 혼비백산하여 곡성땅을 떠나기 직전까지 몰아붙입니다. 외지인 또한 산속에서 추격전을 벌여(감독이 관객을 속이기위해 편집에서 잘라냈지만, 영화속 일광의 굿으로 인해 살을 맞았던것처럼 보였던 외지인의 고통은 실은 마을수호신인 천우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숨통을 끊기 직전까지 몰아붙였습니다.

 

-만약 마지막에 노이에게 임한게 바얀신이 아니라면, 그리고 영화속에서 바얀신이 철저하게 무력하고 개입한게 없다면, 이 영화속 바얀신은 '무력'한게 아니라 '맥거핀'이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마치 미션임파서블3의 '토끼발'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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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평론가의 해석처럼 바얀신의 무력함을 나홍진제작자의 전작과 연결시켜 해석한다면 오히려 마지막 노이에게 바얀신이 빙의되어 밍에게 빙의된 악령들과 최후의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라야 나홍진감독의 전작들과 연결이 됩니다. 곡성의 마지막, 마을수호신이 종구의 집에 금어초를 걸어놓고 닭이 세번 울때까지 종구에게 집에 돌아가지말라고 하는 장면과 마지막에 바얀신이 노이에게 빙의하여 밍에게 빙의된 악령들을 퇴마시도하는 장면이 완벽하게 교차되죠.

 

-그리고 종구가 일광의 감언이설과 마을수호신이 걸치고있는 희생자들의 물건들에 현혹되어 수호신의 처절한 절규를 뒤로 하고 집으로 달려가는 장면과, 바얀신이 임하여 퇴마를 시도하던 노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현혹하는 밍속의 악령에게 속아 바얀신빙의가 풀려 끝내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 완벽하게 교차됩니다. 이동진평론가의 말처럼, 나홍진제작자의 전작, 특히 곡성을 근거로 삼아 바얀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해석을 한다면 오히려 이 해석이 훨씬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결론, 곡성의 마을수호신도, 랑종의 바얀신도 철저하게 무력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힘에도 불구하고 '현혹하는 악과 그에 현혹당한 인간의 한계' 때문에 '끝내 패배'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적인 패배'를 '선의 무력함, 또는 신의 무력함, 인간의 무력함'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진정한 비극은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무력한 존재가 무력하게 패배하는것이 아닌,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유력한 존재가 악전고투하나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악의 권능의 강함을 체감하려면 그에 반대하는 쪽도 강해야 그걸 꺾어버린 악의 권능과 사악함의 힘이 돋보이는것이죠. 

 

-그리고 '노이의 시아버지가 빙의한 것'이라는 이동진평론가의 흥미롭고 참신한 추론에 제가 결국 동의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동진평론가가 노이가 시아버지를 바얀으로 착각한 이유를 '바얀도 조상신이고 시아버지도 조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바얀은 노이의 모계쪽가문의 조상신이지 야싼티야가문과는 관계가 없는 신입니다. 만약 노이에게 임한게 바얀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나 외할머니였다고 한다면 이는 설득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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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노이에게 빙의된게 시아버지의 악령이었다면 주문을 외며 퇴마를 시도하는 모습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나타난 모든 악령들은 아기목소리를 흉내내거나, 침대에 멀쩡히 있는 아기를 엄마눈에는 없는 것처럼 만드는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긴 하지만, 무당처럼 주문을 외는 형식으로 힘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무당과는 관련이 전혀 없었을 노이의 시아버지의 악령이 임했다고 노이가 그때까지 배운적도 없고 해본적도 없는 퇴마술을 주문을 외며 시도하는건 여러 모로 부자연스럽습니다.

 

-노이의 시아버지가 자신에게 죽은 원혼들에게서 자신의 며느리와 손주딸을 구하기위해 노이에게 강림했다면 왜 노이를 통해 마닛에게도 악령이 씌워 죽게 만들었을까요? 마닛은 정황으로 보아 야싼티야가문의 일에도 상당히 관련을 맺은 인물로 묘사되는데말입니다.(결혼한 여동생의 집에서 그 오빠 가족이 같이 사는 경우는 대부분 여동생의 시댁과 오빠쪽이 여러 모로 관련을 맺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밍을 구하기위해 야싼티야가문의 원혼이 강림한다면 큰 죄를 짓고 자살한 시아버지보다는 비교적 경미한 죄(근친상간)를 짓고 젊은 나이에 자살했으며 생전에 밍을 사랑했던 맥의 원혼이 강림하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속에서는 시아버지의 원혼은 커녕 맥의 원혼이나 부리던 사람들에게 돌을 맞아 죽었다는 시할아버지의 원혼의 존재조차 희미합니다. 영화내부적으로 야싼티야가문의 원혼들의 존재감이 전혀 묘사되지않은 상태에서(아무런 복선이나 떡밥이 없이) 클라이맥스에서 시아버지의 원혼이 강림한다는건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연출 아닐까요?

 

-노이에게 강림한게 진짜 바얀신이 맞다면 빙의된 노이가 싼티의 제자들을 모두 악령에게 빙의시켜 끔살시킨거나, 마닛을 빙의시켜 죽인것 모두 작품내적으로 설명이 되나(바얀신상의 목을 친게 싼티일당이고 노이에게 빙의한 바얀신이 자신의 목을 친 싼티일당에게 복수를 했다는 가설입니다. 마닛 또한 바얀신을 모시는 가문의 일원으로서 죄를 저지르고 야싼티야가문에 부화뇌동했다는 바얀의 심판의 이유가 생기죠. 자세한 내용은 제가 쓴 아래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66798428

 

-시아버지의 악령으로 풀이한다면 싼티의 제자들을 끔살시킨것(싼티의 제자들은 포지션상 시아버지의 악령이 연대를 해야하는 대상입니다. 비록 핵심인 싼티가 죽었다고하나 퇴마의식의 시다바리노릇으로 활용할 순 있었죠.)과 마닛도 비참하게 죽게 만든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쓰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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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저도 시아버지 혼령 강림설은 흥미롭긴 한데.. 그보단 바얀신이 어느 정도 개입은 했지만, 악의 힘이 워낙 세서 이기지 못했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싶네요.^^ 글 잘 봤습니다.

17:41
21.07.17.
golgo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2가지 버젼의 이야기를 들려준후 '당신은 어느 이야기가 맘에 드나요?'라고 묻는 장면이 생각나는 영화같네요. 제 입장에선 이런 해석이 더 제 마음에 드는 이야기인것 같아 써봤습니다. 감독이나 제작자가 어떤 해석에 대해 인정하고 추인하지 않는 이상 누구 해석이 맞느냐는 의미없는 일인것 같습니다. 그냥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노는게 영화를 즐기는 방법중 하나인거겠죠 ^^
17:44
21.07.17.
profile image 2등
감동진 유투브 리뷰 저도 봤는데, 시아버지 빙의설은 저도 살짝 갸우뚱 해지더라구요. 노이가 받은게 바얀신이 아니라는 근거로 초반부 장례식장에서 옷 잘못 전달한 씬을 예로 들던데, 그 부분은 흥미롭긴 했습니다. 전 노이가 접신한 인물이 바얀신도 아니고 아싼티야 가문도 아닌, 시아버지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또다른 악령일 수도 있다고 봐요. 미친듯이 학살을 진행하던 중 밍을 보는 순간 모성애?로 인해 빙의가 풀리고 결국 악령에 의해 불타 죽는...
18:33
21.07.17.
코비점퍼
네 오히려 야싼티야가문의 희생자악령이라고 생각하면 말이 됩니다. 싼티제자들과 마닛을 죽인것도 다 설명되죠. 다만 노이가 밍을 보고 퇴마를 시도한 장면과 악령빙의가 풀린 결과로 노이가 불타죽는게 여전히 해석불능입니다.
18:44
21.07.17.
3등
해석글 계속 잘 보고있습니다~ 재밌게 본 영화라 같은 장면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게 너무 재밌네요
18:33
21.07.17.
영화배추
나홍진 제작 아니랄까봐 미끼가 아주 실허네요 ㅎㅎ;
18:45
21.07.17.
저도 랑종을 재미나게 본 입장에서 피어스님이 쓴 글 너무 재미나게 잘 읽고 있습니다
18:50
21.07.17.
profile image

전 시아버지 강림설에 상당히 감탄하긴 했습니다만,
서로 다른 해석과 반박토론의 좋은예 같아서 피어스님 글들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ㅎㅎㅎㅎㅎ

20:13
21.07.17.
profile image
무력하다기 보다는 악은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힘을 표출하고, 선은 멀리서 간접적으로 힘을 표출한다는 것 같아요.
09:21
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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