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박스, 2020> 리뷰
아마존 스튜디오와 블룸하우스 공동 제작의 호러 영화 시리즈 <웰컴 투 더 블룸하우스> 두 번째 리뷰할 영화는 <블랙 박스, 2020>다.
놀란(마무두 아티)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는 사랑스러운 딸 에바가 있다. 사고 후 삶의 어려움을 겪던 그는 최면 치료 전문가인 의사 릴리안(필리샤 라샤드)의 치료를 받게 되면서 끔찍한 환영에 시달리게 된다.
인디 영화답게 이야기는 신선하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남자. 기억 상실증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자신의 직업, 생활 등 그의 삶 전체에 균열이 생기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최면 전문가에게 새로운 방식의 치료를 받는다. 장치를 통해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치료를 받는데, 이 과정과 방식을 흥미롭게 연출해낸다. 기억의 단편으로 들어가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희미하다. 그리고 무서운 환영에 시달린다. 세션이 거듭될수록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지지만 동시에 자신이 어쩌면 끔찍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어긋난 모성애와 뒤엉킨 과학 기술. 인간 윤리와 양심을 건드린다. 가장 큰 강점은 여러 차례 비틀리는 이야기다. 연출도 나쁘지 않다. 무난하게 잘 감상했다. 다만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조금 더 광기를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그리고 영화의 깊이가 다소 약해서 완전한 몰입은 어려웠다. 이는 주인공 놀란 역을 맡은 마무두 아티의 평면적인 연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영을 오가며 깊어지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뇌를 잘 표현해내지 못했다.
<블랙 박스>에서 등장하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기억 속으로 들어가 치료하는 방식은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슷한 소재로 최근 작품 중에서는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공포 스릴러 <조종자, 2020>가 있다. <조종자>는 먼저 스케일에서도 비교가 안 되겠지만 깊이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마치 블루홀처럼 깊다. <블랙 박스>로 몸을 살포시 풀고 그 상위 버전인 <조종자>를 감상하면 딱 좋은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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