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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유키히메 (1974) 복수의 노래 - 전편보다 스케일이 커진 이야기 그러나

BillEvans
904 0 0

 

 

 

수라유키히메는 일본 영화사에 남을 강렬한 캐릭터이다. 관람하면서 예상보다 더 훌륭한 영화여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사라유키히메 일편은 완벽한 액션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수라유키히메가 네 명의 원수들을 찾아다니는 내용은 구성이 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완벽했다고 느꼈다. 카지 메이코가 창조해낸 수라 유키히메의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고. 비장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가 수라유키히메가 눈 속에서 죽어가면서 절규하는 장면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완벽한 영화에 속편이 붙었다. 흠, 결론은 반은 아주 좋았고 반은 좀 시들시들하다. 

수라유키히메는 어찌어찌 살아나서 경찰과 야쿠자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도망치던 유키는 짐승 덫에 발목이 걸리는데 어느 남자가 와서 구해준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일편에서 유키를 위해 죽은 남자와 닮았다. 일생의 사랑과 닮은 남자를 보고 놀란 유키는 자기 발목을 그남자에게 내밀어준다. 

다음날 아침 경찰들이 일찌감치 와서 유키를 포위한다. 유키는 싸우다가 그 남자가 자기를 보더니 떠나는 장면을 본다. 유키 안에 무언가가 무너져버린다.

유키는 칼을 버리고 경찰들에게 순순히 체포된다. 그리고 교수형이 선고된다. 

 

 

 

이 경찰들과의 결투씬이 아주 유명한 장면이다. 유키가 혈투를 벌이는 씬들은 모두 비장미가 넘친다. 

그런데 유키는 교수형 직전에 비밀경찰들에게 빼돌려진다. 교수형 당하는 대신에 정부 첩보원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유키는 유명한 무정부주의자 집에 하녀로 들어가 그가 가진 비밀분서를 빼내오는 임무를 받는다. 

 

일편은 완벽한 영화였다. 유키는 거기서 죽었는데 다시 되살려내 전편과는 연관성 없는 첩보액션물을 만들었다. 전편의 비장미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대신에 얻은 것도 있다. 이 영화는 스케일이 엄청 커졌다. 정부측 비밀경찰, 사회 해방을 꿈꾸는 무정부주의자, 사회보다도 빈민들이 스스로를 지켜야한다고 믿는 냉소적이지만 따스한 빈민가 의사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에 비해 유키는 오히려 개인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사회, 이웃, 빈부격차 등을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가? 이런 거대한 인물들이 격렬하게 투쟁하는 사이에서 유키는 부대낄 뿐이다. 검술은 달인이지만 유키는 이들과 맞짱뜰 깜냥이 안된다. 

 

이 영화의 구성은 아주 좋다. 유키는 체포됨으로써 과거의 자신과 단절된다. 더 이상 복수귀가 아니다. 하지만 복수가 빠져나간 유키의 삶은 뭐가 남는가? 유키는 공허한 존재가 된다. 복수가 아이덴티티였는데 이제 그것이 빠져나간 것이다. 비밀경찰은 유키에게 그 빈 자리에 국가주의를 채워넣으라 한다. 유키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무정부주의자는 국가주의의 잔학성을 폭로하고 유키에게 자신의 편에 서줄 것을 부탁한다. 유키는 국가주의의 잔학성을 인식하고 무정부주의자 편에 선다. 하지만 빈민가에 사는 의사는 국가주의나 무정부주의나 빈민들에게 무엇을 주느냐 설파한다. 그는 정치적 냉소주의, 박애주의, 인간주의다. 유키는 최후에 그 의사 편에 선다. 

 

때는 이차세계대전 중이고 일본사회는 미쳐돌아간다. 모든것을 도외시하고 복수에만 집중하던 유키도 더 이상 사회의 거대한 격동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보여주는 아주 근사한 장면이 있다. 유키가 야큐자들을 몰살시키고 달아난다. 이 장면까지만 보면 유키가 아주 거대한 수퍼히어로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을 하나 열자 반자이를 외치는 일본군대들와 민중들의 열광적인 행진이 있다. 그 거대한 행진 곁에 서자 유키는 아주 조그만 일개 여자가 되어버린다. 초라하기 그지 없다. 

 

사실 전작에 비해 이 영화는 스케일이나 사상적인 면에서 아주 거대해졌다. 이 영화에서 유키는 군국주의 중심인물의 심장에 칼을 꽂아넣는데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라 군국주의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복수를 한 것이다. 전작에 비해 이 영화 속편이 얼마나 확장되었나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키는 시체들이 쌓인 아수라장에 혼자 남아있다. 카메라는 그 위로 거대하게 나부끼는 욱일승천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오는 자막이 "이 이후 몇년 뒤에 제국주의는 패망하였다" 이다. 유키는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민중의 대표자로 격상된다. 

 

이것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전편의 그 비장하고 참혹한 유키의 비극은 그 영화를 액션영화의 정점에 올려놓았지만,

속편에서 유키를 제국주의에 맞서는 열정적인 인물로 성장기를 그려놓은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전편에 이은 속편 정도로 만들자 하고 방향을

정했다면 이 속편은 실패했을 것이다. 

 

이 영화도 걸작까지는 아니어도 최우수작 정도 된다. 크라이테리언 시리즈로 나왔으니까. 전편이나 이 속편이나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다. 

 

P.S, 유키는 정말 엄청난 검술을 가졌다. 아마 인류역사상 최고가 아닐까? 아무리 달인이라도 칼질 한번에 토막을 내버리니 말이다. 이 거칠 것 없이 질주하는 쾌감이 이 영화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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